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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
칩 히스 &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역시 히스 형제다. 시작부터가 발칙하다. 전작 <스틱>에서는 한국의 '분신사바'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이번에는 시작부터 삼성 이건희 회장과 S라인 여대생의 공통점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역시 '메시지'의 대가 다운 발상이다.
불과 15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했던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의 꿈을 이룬 이건희 회장, 그리고 불어나는 몸집으로 위축되던 생활을 하던 한 여대생이 6개월 만에 S라인으로 거듭난 데는 공통점이 있다. 처한 상황과 가진 권한, 그리고 변화의 정도는 달랐지만 무도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번책 <스위치>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처한 상황과 가진 것 없음을 탓하지 말고 "행동설계"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스위치>에는 의심하고, 저항하고, 귀찮아하는 이들을 움직여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많이 다르다. 단순한 구호나 외침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의 대가라는 칭호 답게 그에 적절한 사례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대기업의 신입사원은 구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현 시스템에 의해 구입된 424켤레의 장갑 샘플을 모아 가격 태그를 붙이고, 종류별로 각각 가격이 다른 장갑을 이사회 회의장 테이블에 전시해 그로 인한 손실을 눈으로 직접 보게 만들었다. 이 사례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내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상사, 조직에 함몰되어 새로운 것은 보지 못하는 꿈쩍도 않는 이사회진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해야 한다! 도표나 그래프가 아닌 느끼게 함으로써 절박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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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항상 손쉬운 것도, 항상 어려운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 점은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다. 성공적인 변화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게 마련이다.
_ <스위치>, 358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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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스위치>를 '변화'라는 단어로 정의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사례도, 앞서 말한 신입사원의 사례도 결국은 상대방을 움직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영향력'의 힘을 말하고 있다. 나를 변화하는 것은 쉽지만, 내 주변의 상황, 나를 둘러싼 의사 결정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않고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삼성이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건 말 안 듣는 직원들에게 움직일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고, 경영진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 전 세계 지사를 오갔으며, 7 to 5이라는 새로운 근무 시간 도입으로 근무 환경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에게는 어떤 큰 권한이나 자원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조정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은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5장에 등장하는 호텔 직원들의 사례도 그렇다. 3D업종이나 다름없는 호텔 객실 청소는 전혀 즐겁지 않은 일 중 하나다. 그런 호텔 직원들이 어느날 즐겁게 일을 하기 시작하고, 일의 속도가 향상됨은 물론 청소의 정도도 완벽해 졌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이면에는 청소를 '일'이 아닌 '운동'으로 받아들이게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꾼 원인이 있었다. 실제 방을 청소할 때 소모되는 칼로리와 운동량을 비교해 수치를 보여주고, 그들로 하여금 일도 하고, 운동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결국 호텔 사장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고, 호텔 직원들은 부지불식간에 호텔 사장의 은밀한 영향력에 의해 조정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진부한 주제인 '변화'를 이토록 흥미롭게 풀어낸 저자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진다. 성공하는 이들의 공통의 패턴의 비밀을 밝혀낸 것 뿐 아니라 조직행동론이라는 칭호 답게 '변화'라는 주제와 관련된 인간 심리를 밝혔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자제력도 고갈 된다"는 부분이었는데, 가령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 때도 처음에는 아직 근육이 신선하기(?) 때문에 쉽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힘들어지고 나중에는 들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참으면 참을 수록 나중에는 그 참는 정도가 줄어들고 포기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종종 지름신이 강림하는 이들에게는 새겨 들을만한 것이다. 지나치게 참기 때문에 한 번에 욕구를 폭발시키는 것이니, 차라리 참는 폭을 줄이고 적당히 중간 중간 쇼핑을 해주면 어쩌면 소비의 폭을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상사가 내 말을 듣지 않아요, 남편이 내 뜻대로 안되요, 아들이 부모말을 무시해요. 이제 더 이상 남탓은 하지 말자! 환경부터 바꾸고 행동부터 재설계하자. 심리학을 읽는 듯한 재미와, 자기계발서를 읽는 듯한 자극이 있는 책 <스위치>! 다 읽고 나니 늘 손 닿는 곳에 두고 읽고 싶다는 아마존 독자의 서평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책이었다.
첨언) 한국 독자들을 배려하는 저자들의 성의가 참 고맙다. <스틱>의 한국어판 서문(분신사바 이야기)을 보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이 저자들 한국에 대해 참 많이 공부를 했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번 책 <스위치>에서도 잊지 않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문을 써줬다. 저자라면 모름직이 히스 형제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내 책을 읽을 그 나라의 독자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는 것! 독자들을 위한 저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