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피란 정말 불가사의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미워도 자신과 피를 나누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용서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_ 탐정클럽 

 
   


 

세상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 한다해도 끝까지 편이 되어주고 나를 지지해줄 사람, 그 누구보다 내 허물을 잘 알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고 품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가족"이다.  형제자매는 피를 나누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부는 피를 나눈 자식들이 있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고 모든 것이 이해되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이다. 평생 나를 품어주고 지켜줄 것 같은 가족. 그런데 이 '가족'이 나의 목을 죄여오고 나의 뒷통수를 치며 심지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살인까지 저지른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그래서 무섭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사랑이라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 <백야행>에서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죽인다. 그리고 이번 책 <탐정클럽>에서는 가장 안전할 곳 같은 곳 '가족'의 울타리 안에 범인을 숨겨 놓는다. 무작정 손가락질 하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옹호를 할 수도 없는 상황 속 살인이라는 주제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비록 추리 소설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고나서 긴 여운이 남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탐정클럽>은 각각의 독립적인 사건 속에서 정·재계의 영향력 있는 VIP들만이 비밀리에 고용한다는 '탐정클럽'의 활약상을 담고 있다. 그들의 역할은 미궁 속에 빠져 있는 사건을 해결해주고, 범죄 트릭을 밝혀 모든 의문을 말끔하게 해소해주는 것이다. 이 5개의 단편은 탐정클럽에의해서 사건이 해결된다는 공통점 외에 다른 공통점은 없어보이지만 그 사건의 주인공들을 보면 그 안에 '가족'이라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

 

사위는 회사를 물려 받기 위해 장인을 살해하고, 아들과 두번째 부인의 은밀한 관계를 눈치챈 남편은 부인을 죽이려하고, 싱글 생활이 그리워진 오랜 두 친구는 함께 치밀한 계획 아래 각자의 남편을 살해한다.  바람이 난 엄마의 큰 딸은 엄마를 압박하다 끝내 엄마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릴 지경으로 몰아세우고, 아버지 같은 줄 알았던 언니가 사실은 자신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동생은 남자친구와 도모해 언니를 살해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에서 밀실 사건의 해결, 사건의 트릭은 사실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이런 이야기는 코난이나 셜록홈즈에 이미 무수히 많이 나와 있으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건 이 아무런 연관성 없어 보이는 독립된 사건들의 범인을 모두 가족에 숨겨두고 있었다는 데 있다. 가장 안전할 것 같은 곳, 믿어 의심치 않는 곳에 범인이 숨겨 놓은 발상 자체가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가족이었기에 더 무서웠던 결말, 가족이었기에 더 방심했던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잔혹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