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_ <빅픽처>, 117쪽 중에서

그는 단지 사진이 찍고 싶었을 뿐이었다. 피사체를 통과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웠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 뿌듯했으며, 인화지에 담겨나온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일이었다. 카메라 콜렉션이 유일한 취미였으며, 새로 나온 렌즈를 가장 먼저 구입해서 사용해보는 것이 기쁨이었고, 그 진열대를 바라보며 웃음짓는 것이 가장 달콤한 휴식이었다. 성인이 되고 성공만 하면 평생 사진만 찍으며 살 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는 그에게는 짊어져야 할 현실의 짐이 너무나 컸다.   

월가의 억대 연봉을 받는 <빅 픽처>의 주인공 벤은 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었다. 월가의 변호사, 안정된 수입, 뉴욕의 중상류층이 모여 사는 교외의 고급 주택 거주자, 아름다운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들... 모두가 벤에게 선망과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벤 스스로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의 꿈은 성공한 변호사가 아니었다. 변호사는 단지 자신의 진짜 꿈인 사진사가 되기 위한 발판이었다. 변호사 수입으로 카메라 장비를 사고,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멋진 사진으로 인정받는 그런 사진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각종 장비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은 벌었지만 사진을 찍으러 다닐 여유가 없었다. 직장, 집, 가족은 그에게 안정을 가져다 주었지만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빅픽처>는 자신의 꿈과는 전혀 다르게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혹은 단 한번도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일을 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꿈을 잃어버린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우연한, 아니 우발적인 사고로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게리'라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야 겨우 자신의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벤은 게리를 살해하게 되었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자신이 게리로 살아가기로 한다. 게리의 시체는 벤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해 세상에서 벤이라는 이름을 지워버리고 말이다). 자신의 이름, 직장, 가족 등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나서야 그의 꿈인 사진사가 될 수 있었고, 그의 평생 꿈대로 사진사로 결국 유명해지게 된다.  

우발적인 사고의 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일상의 문제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왜 벤은 '벤'이 아닌 '게리'가 되었을 때야 비로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는지가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이미 주어진 사회적인 지위와 책임 속에서는 인생의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그에게 꿈을 이루게 한 것일까? 아니면  인생의 꿈을 찾기 위한 대가가 이만큼 어마어마하니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일까?

게리가 살아있을 적 벤과 마주했을 때 게리는 이렇게 벤을 빈정거렸다. "적어도 나는 아직 사진에 발을 담그고 있잖아. 너 자신을 똑바로 쳐다봐. 넌 그냥 일개 사원이야.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꿈꾸던 일을 하나로 합치지 못한..." 그의 이 말에 혹시 가슴이 뜨끔하지 않았는가? 마치 나에게 이 말을 하는 것처럼 느끼지 않았는가? 난 그랬다. 그리고 내 꿈을 찾기 위해 지금 난 무얼 버려야 하고, 무얼 잊어야 하는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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