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내가 잠이든 깊은 시간, 내 방 안에 있는 책상, 의자, 거울, 인형들이 마치 깊은 잠에 빠졌다 깨어나는 숲속의 공주처럼 긴 하품을 하고 깨어나 서로 아침인사를 나누고 못다한 이야기와, 못다한 자신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해치운다. 그리고 해가 밝아 내가 잠에서 깨려는 듯한 움직임이 보이면 모두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조용히 잠이든다. 나는 절대 그들의 세계를 알 수 없다. 알게 되는 순간 나는 지금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세상, 내가 없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언제나 상상력을 자극한다.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속 주인공 짐보도 출발점은 조금 달랐지만 자신이 없는 선생님들만의 공간인 교무실에 호기심을 품는다. 선생님들만의 대화가 오가는 공간, 그곳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까? 정말 나를 문제아들만 다니는 특수학교에 보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걸까? 궁금함을 못참던 짐보는 선생님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친구 찰리와 함께 몰래 교무실에 침입해 무전기를 설치한다. 그리고 짐보는 그의 인생에 놀라운 경험을 안겨다줄 충격적인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고야 만다. 


"여기가 어디죠?"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
"뭐라고요!?"
"너희 태양계 중심에서 약 7만 광년 떨어진 곳이지. 대마젤란성운 방향으로."
_ 226쪽 중에서

이보다 더 귀엽고 자랑스러운 악동들이 있을까? 학교에서는 문제아이고, 집에서는 말썽꾸러기 막내 아들이지만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씩씩했던 짐보. <쾅! 지구에서 7만 광년>은 외계인에게 납치된 친구 찰리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7만 광년을 달려가 외계인을 상대로 멋진 한판승을 거두고 돌아온 위대한 악동 짐보의 이야기이다.

교무실에 몰래 무전기를 설치하고 대화를 엿듣던 짐보와 찰리는 어느날 키드 선생님과 피어스 선생님만이 남은 교무실에서 알 수 없는 언어로 대화를 듣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은 모르는 외국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어? 몽골어? 하지만 그 언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언어였음을 알아내고 이 두 선생님들을 몰래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두 선생님은 다름아닌 지구에서 7만 광년이나 떨어진 행성에서 지구인을 납치하기 위해 내려온 외겨인임을 밝혀낸다. 이들의 추적이 밝혀지자 급기야 외계인들은 찰리를 납치하기에 이르고, 짐보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누나와 함께 7만 광년 떨어진 '털썩 성'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악당 외계인과 그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짐보의 대결구도이지만, 악당은 어리숙하고 실수를 연발하며, 짐보 역시 아이 다운 발상으로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외계인들은 악당이지만 그들의 설정부터가 웃음을 자아낸다. 행성 이름은 '털석'이며, 털석성 이라는 행성 이름을 듣고 짐보가 한심한 이름이라고 비웃자, 외계인은 "너네가 말하는 '달'은 우리 말로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야"라며 맞받아친다. 이와같이 소설 곳곳에는 아이다운 재치있는 아이디어가 빼곡히 들어차 읽는 내낸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맨 인 블랙> 영화를 보는듯 하다가도 잭 블랙 주연의 블랙 코미디를 연상케하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와 같은 SF 소설을 읽는 듯 하다가도 <톰 소여의 모험>같은 아이들의 순진무구 모험담을 읽는 듯한 느낌의 책이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현실 앞에 지레 포기하고,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된다며 된다는 말보다는 안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모험과 도전 보다는 평범하고 안락한 삶에 주저 앉으려고 하는 어른들.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둔 오늘. 그 어떤 소설보다 유쾌했던 아이들의 모험담을 읽으며 어릴적 내가 꾸었던 꿈을 곱씹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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