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 K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천상의 길, 5000km를 가다
KBS 인사이트아시아 차마고도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4,000미터 이상의 해발 고도. 길고 깊은 협곡과 높은 봉우리로 둘러 쌓인 곳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아름다운 길이 있다. 중국 남부 원난성과 쓰촤성에서 생산되던 차와 티베트의 초원 지대에서 생산되던 말의 물물교역을 위해 왕래하던 길. 설산을 넘고 거대한 협곡을 넘어 멀리 인도, 네팔, 서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대동맥. 숱한 위험 속에서도 기다란 행렬을 한 노새와 마방들이 쉴새 없이 바람을 가르며 오가는 길. 바로 '차마고도'다.


아름답고 화려하게 치장한 선두 노새를 필두로 수백 필의 노새들이 대행렬을 이룬 마방.
이들은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고 대협곡을 건넜다.
때로는 바람 부는 초원을 지나고 만년설 덮인 설산을 넘어야 했다.
행렬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 장관은 지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었다.
_ <차마고도>, 50쪽 중에서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선 문명 교역로 차마고도. 차마고도는 중국의 원난, 쓰촨에서 티베트 고원을 지나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 네팔까지 이어지는 5000킬로미터에 다다르는 세상에서 가장 높고, 가장 오래 되었으며, 가장 험란하지만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이 책 <차마고도>는 2007년 KBS에서 이 차마고도를 탐사하며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한 권의 책으로 응축해 낸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 고르고 골라낸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과, 차마고도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사람이야기까지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잘 만든 책이다.

지금도 이 천상의 길 차마고도를 통해 교역이 이루어진다. 어떻게 이토록 높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고립된 곳에 사는 사람들이 4000미터 아래 사는 마을 사람들과 교역을 하게 된 걸까? 1세기 후한시대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인도의 불교는 중국 땅에서 황실의 지원을 받으며 번창하게 된다. 이 불교 문화가 차 문화의 번성에 큰 기여를 한 것인데 그는 승려들 덕분이었다. 참선 도중 일체의 간식이 금지되었던 승려들에게 유일하게 허락 된 것이 차였다. 처음에는 졸음을 방지 하기 위해 마시던 것이 다도(茶道)라는 말 까지 낳으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티베트의 승려들은 이 차를 구하기 위해 이 머나먼 길을 서슴지 않고 떠나게 되면서 차마고도가 번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높고 험란한 길 위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걸까? 이들이 찾아간 곳은 티베트의 소금 생산지 차카롱(옌징)이다. 높은 설산에 무슨 소금 마을이라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겠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이 척박한 고도 4000미터 고원에 소금이 나는 '소금우물'이 있다. 공기와 물 외에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소금을 이곳에서도 얻을 수 있는 걸 보면 분명 이곳은 신의 축복을 가득 받은 땅임은 분명한 것 같다. 아직 지질학자들도 어떻게 이곳에서 소금이 생겨날 수 있는지 밝혀낸 바는 없다고 한다. 다만 신산 따메옹이 소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관세음보살에게 간절하게 기도를 올렸고, 이에 감복한 관세음보살이 봉황으로 변해 란찬강 기슭으로 날아가 소금우물로 변했다는 아름다운 전설만이 내려올 뿐.

옌징에서는 여자들이 염전 일을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독특한 풍습이 있는데 여인들을 위해 벌이는 '가짜 결혼식'이 그것이다. 마을의 남자 중 4명의 신랑을 뽑고 신랑은 행렬은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이떼 신부 측은 신랑을 데려가려고 실랑이를 벌이게된다. 신부 측은 돈을 내놓거나 춤을 추거나 하면서 신랑 측을 유인한다. 이 재미난 풍습은 평생을 노동에 시달리는 여인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1년에 한번 이날 만큼은 노동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소금을 열심히 거둬들이면 이처럼 화려한 결혼식을 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노동의욕을 고취시켜 주기 위함이다.

지금은 비행기를 통해서, 혹은 찡창철도로 쉽게 올 수 있는 길이지만 머나먼 티베트의 라싸를 오체투지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2000킬로미터가 넘는 여정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삼보일배를 하며 찾아 온 것이다. 4명의 순례자들은 활불의 승락을 받고 이 고행의 길을 나선다. 나이가 많은 두 노인은 이들의 짐을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젊은 두 명의 사내는 삼보일배를 하며 고행의 길을 걷는다. 이들이 하는 절은 온 몸이 땅과 수평이 되게 하는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이들의 이마에는 검은 반점이 생겨난다. 머리가 땅에 계속해 닿아 든 피멍이다. 강이 있어도 절대로 건너 뛰는 법이 없다. 강의 폭을 재어 계산을 한 뒤 그에 해당하는 절을 미리 하고 걷는다. 건너 뛰는 것은 하늘에게 거짓을 고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라싸에 입성하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의 행색만으로도 얼마나 오랜 시간 오랜 거리를 걸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보시를 하기도 하고 이들을 향해 절을 하기도한다. 자신들이 해야할 고행의 길을 이들이 대신 해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라싸의 포탈라 궁 앞에서 인들을 또 절을 한다.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려지는 이들의 모습에 코끝이 찡해져왔다. 

 당나라에서 머나먼 길을 떠나 시집을 와야만 했던 문성공주의 이야기, 그리고 문성공주가 오면서 세워진 조캉 사원과 그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 길을 따라 오갔던 마방과 차 이야기, 문화대혁명 시기에 겪어야만 했던 파괴와 혼돈의 시기, 그리고 지금 현대화 속에서 자신들의 고유의 전통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 등등 역사와 감동이 잘 어우러져 담긴 책이다.  눈 앞에서 화면이 펼쳐지는 듯 그림을 그려주고, 다큐멘터리에서는 담아낼 수 없었던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그 주변 지식들까지 담겨 있어 다큐멘터리와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고원의 바람 소리, 마방의 노랫 소리, 말 방울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설레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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