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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내게 심장을 준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_ <당신 없는 나는>, 245쪽 중에서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햇살 아래에서 시작되었다. 긴 머리와 반짝이는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버클리대 3년생인 스무 살의 가브리엘과, 소르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어학연수차 미국 땅을 밟은 마르탱의 위대한 첫사랑은 그해 여름 한 통의 편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서글픈 사랑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날 밤, 지독한 추위와 외로움으로 둘러쌓인 맨해튼의 어느 카페에서 1막을 내렸다. 2막은 1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다시 시작된다.
파리와 샌프란시스코의 낭만적이고 매혹적인 도시의 배경과, 고흐의 자화상과 천국의 열쇠라 불리는 전설의 다이아몬드 등신비로우면서도 몽환적인 소재들. 출생의 아픔으로 외로움을 벗어 던지지 못하는 가브리엘과 사랑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심장이 필요없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마르탱, 작가의 사망일에 맞춰 명화를 훔치며 씻을 수 없는 죄에 대해 속죄하는 아키볼드, 이 세명 주인공이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당신 없는 나는?>이다.
기욤 뮈소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지만 개인적으로 기욤 뮈소는 손에 꼽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문학성은 차치하더라도 이야기의 구성력이라는 지점에 있어서는 최고다. 특히 대중소설에서 이는 독자들의 호흡을 끌고 나가는 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 부분에 있어 기욤 뮈소는 탁월한 서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화면(배경) 전환이나 이야기의 전환 방식이 마치 영화를 보는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소설 후반부로 가면서 서서히 밝혀지는 사건 이면의 관계들과 얽혀진 이야기들이 소설의 폭을 더욱 넓혀준다.
2009년 작 <당신 없는 나는?> 은 비주얼한 측면을 강조하는 기욤 뮈소의 장점이 가득한 책이다. 고풍스럽고 차분한 파리의 골목길과 센강을 가로지리는 퐁네프 다리, 샌프란시스코의 바닷가와 안개도 삼키지 못하는 강렬한 주홍빛을 뽐내는 금문교, 포근한 눈과 세련된 건물들이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12월의 뉴욕까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세 도시는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가브리엘과 마르탱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르탱은 파리로 다시 돌아가야만했고, 그들은 서로의 사랑만을 확인한채 편지와 전화로 그 사랑을 이어갔다. 하지만 인터넷도, 장거리 전화 시스템도 잘 되어 있지 않은 때라 서로의 편지에 대한 답장을 받으려면 최소 3주가 걸렸고, 전화도 점점 힘들어져갔다. 마르탱은 청혼을 결심하고 가브리엘에게 12월 24일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보내 자신을 만나러 와주기를 청한다. 그리고 24일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 카페에서 한 남자가 하루 종일을 누군가를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된다.
가브리엘이 뉴욕에 가지 못한 사연과 프랑스로 돌아가 경찰이 되어버린 마르탱의 삶, 그리고 마르탱이 모든 것을 걸어가며 쫓는 명화 절도범 아키볼드 등이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바로 <당신 없는 나의?>의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이 묘미라고 하면 한국 여성인 '오문진'의 등장이다. 마르탱에게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한국인 검사로 등장하는데 그녀에 대한 묘사와 함께 한국의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 재미있다. 기욤 뮈소의 한국에 대한 관심인지, 한국 독자들에 대한 팬 서비스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처음 기욤 뮈소의 책(<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처음 읽었고, 여전히 기욤 뮈소의 책 중에 최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을 읽었을 때 만큼의 울림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욤 뮈소의 새로운 책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었다. <당신 없는 나는?>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이거였을거다. "나는 심장을 두 개 가지고 있었어야 했다. 하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또 하나는 항상 사랑에 빠져 있는 것으로. 그랬다면 두 번째 심장에게 두근거리는 임무를 맡겨 두고, 다른 하나를 가지고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_ <당신 없는 나는?> 56쪽 중에서"
[출처] 내 심장을 뛰게한 건 당신입니다 _ <당신 없는 나는?>|작성자 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