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들의 서 -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숭고한 철학적 죽음의 연대기
사이먼 크리칠리 지음, 김대연 옮김 / 이마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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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티베트 사자의 서>는 티베트불교의 구도자 파드마삼바바가 깨달은 가르침을 후세 제자들에게 전하는 책으로 사후세계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환생은 어떻게 이루어지며 영원한 대자유에 이르는 길은 무엇일까? 등등 열반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죽음의 의례들을 설명한다. 이와 비슷한 <이집트 사자의 서>는 영혼이 별들이나 태양에 있는 내세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189개의 주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티베트나 이집트에 '사자(死者)의 서'가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현생보다는 후세에 대한 고민, 육체보다는 영혼에 무게의 중점을 두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문제를 고민했던 철학자들은 '죽음'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현재'를 고민하는 이들이 죽음의 문제를 생각하기는 했을까? 누구보다 삶을 사랑했던 그들은 어떤 죽음을 맞이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 바로 <죽은 철학자들의 서>이다. 철학자들은 어떻게 죽었으며 죽음 혹은 죽어감에 대해 우리가 철학에서 배울 수 있는 적절한 태도란 무엇인가에 관해 말하는 책이다. 고대 철학자에서 20세기 사상가들까지 짦은 설명과 함께 다양한 죽음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시대순으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단락 단락 끊어져 있어 익숙한 철학자부터 낯선 철학자까지 골라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죽음을 맞는 철학자들의 모습은 때로는 경건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머스럽기도 하다. 플라톤은 그동안 자신이 글을 써오던 책상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소똥에 질식사했다. 쾌락을 추구했던 에피쿠로스는 신장병에 걸려 살을 찢는 고통 속에서도 벗들과 제자들에 둘러싸여 유쾌한 죽음을 맞이했고, 신비로운 아우라를 가진 노자는 <도덕경>을 쓰고 어디론가 떠나 그렇게 다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메멘토 모리.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음을 기억하고 상기하는 것은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맨 첫장에 저자는 몽테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죽음을 가르치는 사람은 삶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완결성은 조금 부족한 책이지만 탈레스에서 데리다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유명 철학자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수백까지 모습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요즘 지나 온 나의 한 해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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