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 죽어있는 일상을 구원해줄 단 하나의 손길, 심미안
피에로 페르치 지음, 윤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작은 장난감이나 유행하는 물건, 사치품이 유치한 허섭스레기나 돈에 미친 공장 주인의 발명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그것은 사랑을 도와주고, 감각을 정제하며, 죽은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향수에서 발레슈즈에 이르기까지, 반지에서 담뱃갑에 이르기까지, 버클에서 지갑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랑의 전령을 마련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물건들의 세상은 정당하고 아름다우며 다양하다. 

_ 헤르만 헤세, <황야의 이리> 중에서

 
   

 

영화 '아메리칸 뷰티'(샘 멘더스 감독, 2000년 개봉)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그리며, 감각적인 영상과 삶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이미지화해 보여주는 장면들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미국의 모든 영화상을 휩쓸었던 영화다. 많은 장면들이 뇌리에 박혀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 케빈 스페이시의 딸과 그 딸의 남자친구가 한 영상을 함꼐 보는 장면이었다. 딸의 남자친구는 항상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갖가지 장면들을 캠코더에 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집에 놀러온 여자친구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줄게"라며 남자친구는 한 영상물을 보여준다. 그 영상물은 다름아닌 바람부는 길거리에서 흰 비닐봉지와 널부러져있는 낙엽들이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모습이었고, 그 둘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그 영상에 몰입한다. 

딸의 남자친구는 정신질환자였다. 아니, 실제 그가 정신질환자라는 증거는 없으나, 사회에서는 그를 정신질환자로 여긴다. 아버지는 그런 그를 부끄러워하고 약을 강요하며 방에 가둬둔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였다. 그는 평범한 세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작지만 큰 능력은 그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심미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정신분석이론과 명상법을 결합한 종합심리요법인 사이코신세스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피에로 페루치는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에서 현대인을 구원할 유일한 길을 평범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심미안'에 있다고 말한다. 언뜻보면 어려워 보이는 말이지만 살짝만 바꾸어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쉽게 생각해 사랑에 빠지면 이 세상의 모든게 아름다워 보인다.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봐도, 시들어버린 장미 꽃을 봐도, 아무런 감정도 디자인 요소도 없는 연필 한 자루를 봐도 아름다워 보인다. 그리고 그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모든 일을 할 때 에너지가 샘솟고, 모든 이들과의 관계가 매끄러워지며, 언제나 즐겁다. '아름다움'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증상과 같다. 나의 삶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아름다움의 힘'을 말하고 있다. 신화와 역사, 예술,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한 사례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그의 근거를 더욱 탄탄하게 해준다. 또한 그가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며 만났던 우리네와 같은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나 역시 그들과 같이 변화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던져준다. 그의 주장 때문일까? 그가 끌고가는 키워드들도 자주 쓰는 말들이지만 이상하리만큼 묘한 매력을 지닌 단어들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취향과 자아의 재발견, 치유와 구원, 관계와 공감 등 곳곳에 자리잡은 단어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듯하다.

모든 독재정치는 아름다움에 의심을 품게한다고 한다. 전체주의 국가의 조각상을 보면 고대의 유명한 조각상들과 그 모습이 판이하게 다른데, 전체주의 국가의 조각상은 항상 경직되어 있고, 뻣뻣하게 굳은 채 가슴만 불룩 튀어나와 있고, 얼굴에서는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가 없다. 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정신과 육제, 행복과 고통의 표현의 풍부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의 자유를 빼앗기 위해 그들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도록 정신적 마비를 강요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때로는 이미 만들어 놓은 규범을 전복시키기도 하고, 닫혀 있던 사람들의 마음의 빗장을 열어 화해의 장을 열기도 한다. 우리를 요동치는 인생 앞에 끌어다 놓기도 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게끔 하며,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너 넓은 세상과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정말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메시지 만큼 아름다운 묘사와 이야기들, 책 조차도 너무 아름다워 마음을 녹이는 책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심장의 떨림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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