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사랑 -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장르와 분야를 떠나 내게 있어 책은 총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첫째는 잡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읽어내려가는 책. 주로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 뒷부분이 궁금해 견딜수가 없기 때문에 종종 잠을 설쳐가며 읽기도하고, 출근길에 미처 못 읽고 남은 30여 페이지를 화장실에 몰래 가지고 들어가 읽기도 한다. 두번째는 밑줄 그어가며 되새김질 하며 읽는 책. 주로 철학, 역사, 경제분야의 책이 그렇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책, 여행서라도 문명과 다채로운 문화를 말하고 있는 책, 주옥같은 문장을 담고 있어 음미하며 읽어야만 하는 책들이다. 마지막은 바로 책꽂이에 꽂아두고 두고두고 꺼내보는 책이다.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꽂히는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책. 성경과 같은 책(물론 난 무교지만 왠지 성경은 그렇게 읽을 것만 같다), 지금 바로 내 컴퓨터 옆에 있는 <참 서툰 사람들>과 같은 책. 그리고 <헤세의 사랑>과 같은 책이 그것이다. 

       이성이나 의지에 따라 사랑을 한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람들은 사랑을 감수할 뿐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다 바쳐 사랑을 견뎌낼수록 그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_ 파니 실러에게 보낸 엽서, 1932년 11월 13일

<헤세의 사랑>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대문호 헤르만 헤세가 생전에 남겼던 명문장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엮은 책이다. 독일의 주어캄프 출판사 편집자로 30여년간 헤세의 문학을 연구해온 폴커 미헬스가 그가 남긴 시와 소설은 물론, 신문 기고문, 아들과 연인, 친구 등에게 보냈던 수많은 편지와 메모, 일기 등의 흔적을 수집해 이 책을 엮어냈다. 때로는 한 문장이, 때로는 한 편의 에세이라해도 손색 없을 문장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이번에 이 헤세와 관련된 책은 시리즈로 함께 나왔는데, 사랑 외에 <헤세의 인생>, <헤세의 예술>도 있다.  

개인적으로 헤세의 문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사랑하는 이들과 주고 받은 편지의 내용은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했다. <수레바퀴 밑에서>를 읽었을 때 (아마도 고등학교 1,2학년 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헤세의 이야기와 문장은 내게 너무나도 버거웠다. 역시 난 고전이랑 안맞아!라며 억지로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헤세의 사랑>속 헤세를 상상해보면 한적한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의 멋진 중년 신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억지로 꾸민듯한 갖가지 수사를 붙이는 것이 아닌, 진솔함과 모든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내려가는 그의 모습이 책 속 문장들과 겹쳐진다.

어떤 의견과 감상, 비평을 덧붙이는 것 보다 기억에 남는 구절, 다시 읽고 싶은 구절을 담는 것으로 이 책에 대한 언급은 마치고 싶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면, 혹은 시작되는 사랑에 망설이고 있다면, 혹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한다. 

 

* 기억에 남는 책 속 문장
사람들은 가장 갖기 힘든 것을 가장 좋아한다.
_ <게르트루트>, 1907/08년, 23쪽

사랑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우며, 또한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얼마나 어렵고 아름다운 일인지 누구나 알고 경험한다. 사랑은 모든 진정한 가치들이 그렇듯이 돈으로 살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만족은 있으나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랑은 없다.
_ <내면의 부유함>, 1916년, 24쪽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타인에 대한 사랑도 불가능하다. 자기혐오는 과장된 이기주의와 똑같은 것이며, 결국에는 똑같이 지독한 고립과 절망을 낳는다.
_ <황야의 이리>, 1925~1927년, 47쪽

나이 든 남자가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성의 사랑을 받아들였다가 그 여성을 실망시킨다면 그것은 사회적 통념상 그 남자의 잘못이오. 나이 든 사람은 더 현명하고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오.
_ 루트 벵어에게 보낸 편지, 1922년 2월 26일, 67쪽

사랑할 의무는 없다. 단지 행복행 할 의무가 있을 뿐. 오직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한다. _ <마르틴의 일기 중에서>, 1918년,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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