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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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____________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_____ 살이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안에 나는 ____________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모조리 읽어 치웠다. 

 
   

 이런 문제가 있었다. 나의 독서가 얼마나 의미있는 행태를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 몇 가지를 시도해본다.  #1. <여섯 번째 사요코>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26살이었고, 6개월 안에 온다 리쿠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을 모조리 읽어 치웠다. #2.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27살이었고, 6개월 안에 정이현이 쓴 다른 소설을 모조리 읽어 치웠다. #3.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27살이었고, 6개월 안에 기욤 뮈소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을 모조리 읽어 치웠다. 이렇게 세 가지를 써봤는데 뭔가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말 이 사람의 작품은 최고야! 라는 책 혹은 작가를 못 만났다는 생각만 든다. 아직 내 인생을 구원할 책을 만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노란 불빛의 서점>의 두번째 이야기, 나의 독서 편력에 나오는 거다. 독서에 관한, 책에 관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10년을 서점에서 일하고, 7년 동안을 출판사 외판원으로 살아온 유별난 책 사랑을 가진 루이스 버즈비의 책에 관한 에세이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과 서점, 출판사의 이야기는 물론, 서점이 좋은 이유, 책 값이 결코 비싸지 않은 이유,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 이유, 책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기쁨 등등 책과 관련된 풍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서점에 관한, 책에 관한, 출판업에 관한 역사적인 이야기도 곳곳에 숨어있어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사시들도 전한다.

"책이 너무 비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답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궁금했던 부분이라 특히나 재미나게 읽었다. 이해가 편하도록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영화표 한 장에 10달러, 2시간가량이 지나면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책은? 그 내용은 당신 것이 되고, 좋은 문단에 표시할 수도 있고, 틈이 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1년 내내 신고 다니는 신발과 비교한다면? 이것 역시 책이 승리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책은 결코 유행에 뒤지는 일이 없으며, 책은 친구에게 빌려줄 수도 있고, 신발처럼 매일 사용하지는 않지만 책에서 얻는 그 내용의 생생함은 영원히 기억되기 때문이다.

책은 참 조용하면서도 힘이 센 존재다. 우리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한 권의 책이 다음 책을 갈구하게 만들고, 자꾸만 서점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고, 그 서점에서 마음의 풍요로움과 안정을 찾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서점에서 만난 수많은 독자들, 출판사 사람들, 작가들을 만나며 책의 힘에 대해 점점 더 확신이 섰다.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내 생활과, 내 삶과 연관된 책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 선물과 그 속의 낭만적인 헌사, 서점 옆에 꼭 있는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숍에서의 즐거운 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을 행복하게 바꾸어주는 서점 등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 말이다.  
 
드라마 <연애시대>를 보면서 서점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읽고 싶은 책이 항상 옆에 있고, 신간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곳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서가를 거닐다 멈춰 서서 여러 해 동안 다시 읽겠다고 작정하던 작가의 작품을 찾아내고, 장차 나에게 필요한 경제 지식이 담긴 책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책을 우연히 만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의 모든 진리와 즐거움이 가득한 곳, 서점이 미치도록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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