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지상현 지음 / 프레시안북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티저 광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선영아 사랑해'.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만해도 누군가의 남자친구가 장난을 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서울 지역 곳곳에서 이 광고를 발견하고는 아, 이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클럽닷컴의 광고였던 이 광고에는 마이클럽닷컴에 대한 그 어떤 문구도 없었다. 단 6글자. 누구일까?라는 궁금증만 자아낼 정도의 카피였다.

어찌보면 진짜 쉬운 광고 기법같은데, 이 티저 광고라는게 생각만큼 쉬운 광고 기법은 아니었다. 마이클럽닷컴 광고 이후 엄청나게 많은 티저 광고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왜 어떤 광고들은 성공하고 어떤 광고들은 실패하는 것일까?

볼렌이라는 광고학자가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구매하기까지의 인지처리 과정을 구분한 것이 있다.약 18단계로 구분해 놓은 것인데,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에 몇 가지를 인용해 놓은 것이 있어 적어본다.

   
 

아래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티저광고의 경우 1,2,3단계는 쉽게 통과하지만, 마지막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힘이 들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1단계 광고를 보지만 의식하지는 못한다.
2단계 전에 본 적이 있는 광고라는 사실을 인식한다.
3단계 자신이 원하던 상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8단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제품 정보를 수집한다.
15단계 선뜻 살 수 없는 자신의 경제사정을 한탄한다.
18단계 고가의 상품은 매장을 방문해보고, 저가의 강품이라면 구매한다. 

-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우리는 왜 브랜드에 매혹되는가

 
   

  
호모 데지그난스는 인간이란 디자인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호모 데지그난스는 디자인이 각 사물이 갖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기술적 맥락을 찾아내는 일이며, 이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재로 한다. 디자인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과 광고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인 것이다.

   
 

자! 이제 호모 데지그난스인 당신의 컬처 코드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다. 당신이 좋아하는 광고, 디자인, 가요의 가사를 통해 막연하기만했던 자신의 욕구나 삶을 거꾸로 이해해보는 것이다. 난해한 철학책을 통해서만 성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호모 데지그난스, 세상을 디자인하라>, 인간의 욕망을 읽어내라

 
   


이 책은 광고와 디자인,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흥미로운 사례도 풍부하게 담겨있다. 스포츠 경기의 선수들이 입는 각국의 유니폼의 디자인과 색상에서 그 민족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국과 일본의 유대폰 디자인이 다른 이유를 각국의 표준 얼굴형에서 찾기도 한다. 같은 바비인형이라도 미국의 바비는 눈 꼬리가 올라가고 머리를 뒤로 넘긴 활동적이고 화려한 인상을 주고, 반면 일본의 바비는 눈 꼬리가 내려가고 순한 얌전한 인상이다.  

결국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는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동시대의 공감대까지 담아내야 하는 것이다. 하나의 디자인을 읽어내는 것은 그 시대를 읽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물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수단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다.

호모 데지그난스,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내가 쓰고 있는 펜 하나, 노트 하나, 엠피 쓰리 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수많은 것들 중, 왜 굳이 그 디자인에 손이 갔는지.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었지만 알고보면 나의 성격과 취향, 가치관까지 담겨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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