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킹 베를린 - 천유로 세대의 위험한 선택
소니아 로시 지음, 황현숙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에드워드 호퍼의 오전 11시 그림 위에 쓰여진 "퍼킹 베를린"
한글을 봤을 때는 무슨 뜻인지 잘 와 닿지 않았지만, 그 위에 함께 쓰여져 있는 영문을 보자 '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그리고 호퍼의 그림 속에 있는 나체로 창 밖을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에서부터 이 책의 내용은 심상치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스텔라, 여기는 왜 사람들이 라디오에서 계속 섹스에 대해 얘기하는 거야?  
모든 방송에서 계속해서 퍼커, 퍼커, 퍼커(Verkehr, Verkehr,  Verkehr)라는 말이 들려."
그녀가 영어로 내게 물어왔다. 레나와 나는 하도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웃음을 참아가며 나는 그녀에게 독일에서는 베르케르(Verkehr, 접촉)라는 단어를 자동차나 도로와 관련해서도 쓴다고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 p. 240

 
   

 

이건 소설이 아니다. 저자 자신이 베를린에서 겪은 이야기를 쓴 실화다.
이 책의 저자인 소니아 로시는 베를린에서 매춘부로 살았다. 
열아홉에 고향 이탈리아를 떠나 유학을 온 소니아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가 빠듯하자 매춘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터넷 채팅을, 그러다 안마시술소, 퀴키 클럽 등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며 돈을 번다. 빠듯한 학업에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이 일에서 손을 떼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기전에 베를린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2002년부터 새롭게 시행된 법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성매매는 합법이다. 새로운 성매매법에 의하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사이의 거래는 '계약'으로 인정된다. 업소경영과 장소 임대도 처벌받지 않는 적법한 영업행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베를린의 매춘은 일종의 '섹스 워커(sex worker)'다. 소니아처럼 매춘을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종의 파트타임처럼 매춘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다. 스텔라가 한 매춘 업소에서 만난 독일어가 서투른 미국인 친구와 하는 이야기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퍼커라는 단어와 베르케르라는 단어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부분 말이다.   

소니아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자신도 "매춘부로 태어나지 않았고, 매춘부가 되리라 생각하도 않았다"고 말한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친구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이 알려질까 거짓말을 해가며 전전긍긍하던 그녀가 그녀의 매춘 생활의 모든 것을 담은 이 이야기를 풀어 놓은 이유는 뭘까?

돈이 주는 순간의 달콤함이 그 업에서 발을 뺄 수 없게 만드는 중독성을 경고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생존은 있으나 생활은 없는, 자신의 영혼을 잠식시키는 일임을 알려주기 위함일까?
 

[책 속에서]
#1
만약 내가 학교를 떠난다면 내 인생도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루한 일과 형편없는 보수를 받는 직업을 갖고 아이들을 키우며
밤에는 피곤에 절고 휴가는 정원에서 보내는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세게여행도, 뭔가 지적인 욕구도 없이 돈 걱정만 내내해야 하는 삶.

#2
"누구와 교제를 한다는 것은 주식투자를 하는 것과 비슷해요."
내가 설명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한다 해도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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