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 - 익숙한 생각에 딴지를 거는 기상천외한 지적 탐험
줄리언 바지니. Jeremy Stangroom 지음, 문은실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머릿속에 담긴 모든 생각이 비극적일 만큼 잘못된 것이라면 어떨까?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욕정에 불과했고,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임신으로 인한 거북함이며,사회주의를 신봉한다고 생각하지만 세금 고지서를 받아드는 순간 이내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진짜로'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문제다. 지금 내 사유가 옳은 것인지, 틀렸으면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틀린 것인지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는 여러가지 퀴즈를 통해 우리 생각의 허점을 밝혀준다. 종의 심리테스트를 통해 나의 논리력, 도덕관의 치명적인 빈틈을 찾아낸다.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일관적이며 도덕적이라고 자부하던 나의 당당함은 이 책을 읽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1장에서는 총체적인 나의 일관성을 진단해준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그때그때 다른 비일관적인 논리를 사용했는지 밝혀준다. '인간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불필요한 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 도보나 자전거,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동차 여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데는 "반대". 이렇게 표했던 내게 이 책은 가차 없이 "당신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다른 운송수단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면 당신은 환경에 불필요한 해를  끼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인건 저자의 실험에 참여했던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여기서 모순에 걸렸다고.)

4장에 나오는 도덕게임에서는  의외로 도덕적  '엄격한 도덕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다.
물론 도덕적 기준이 엄격한지 아닌지에 관해 옳고 그름은 없다. 엄격하다고 해서 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단지 나의 결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만족적인 것인지, 그 차별성 여부를 고려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낯선 사람보다 가족을 더 고려하는 것이 진심으로 그렇게 여겨서인지, 교육된 나의 도덕성 때문인지 생각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6장에서는 믿음과 관련된 종교의 난제를, 7장에서는 터부에 관한 내용을, 8장에서는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가식덩어리였는지를 밝혀준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매 장 심리테스트를 통해 생각의 모순을 발견해주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해주는 형식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잘 모를 때, 내 생각을 나도 믿지 못하겠을 때, 내 머릿 속의 가치관을 점검해 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아니, 풀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을 손에 쥐기 전에 꼭 연필을 준비할 것. 나처럼 없어서 카페 주인에게 펜 빌려서 보고 싶지 않다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