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크 - 성과 과학의 의미심장한 짝짓기
메리 로취 지음, 권 루시안 옮김 / 파라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섹스연구는 섹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구경꾼이 없을 때 당사자들이 마음이 더 편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를 자신의 연구실로 초대해준 연구자들은 연구기금과 익명성과 학문적 지위, 나아가 정신나간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해주었다.

연구자의 입장은 아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이백프로 공감됐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으며 뒷편에 선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적나라한 용어와 성 관련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 페이지가 없었으니, 누가 나를 변태로 생각할까 심히 걱정을 하며 읽었던 책이다.

섹시한 여자 다리 사이로 '성과 과학의 의미 심장한 짝짓기'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이 책은(표지도 멋지단 생각을 잠시 또 하며) '성'에 관한 보고서다. '봉크(BONK)'가 무슨뜻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봤더니 속어로 '성행위'라는 의미란다.

섹스의 역사적인 기록에서부터 섹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의 보고서와, 실험실을 찾아 인류의 성행위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소 친숙한 알프레드 킨제이의 연구는 물론 1950년대 성생리학을 연구한 윌리엄 마스터스와 버지니아 존슨 등 갖은 눈초리와 때로는 핍박까지 받으며 '성'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도 나온다. 1493년 다빈치는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뒤엉킨 남자와 여자의 아랫도리를 여러 장에 걸쳐 스케치했다고 한다. "성교그림"으로 알려진 이 단면도들은 섹스하는 동안 생식기의 배치를 드러낼 목적으로 그린 것이란다.

오르가슴이 임신 가능성을 과연 높여 주는지, 발기불능을 해결하려 한 남성들은 어떤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건강하고 안전한 자위도구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무엇에 가장 우선점을 맞췄는지, 왜 게이와 레즈비언이 파트너에게 주는 만족도가 더 높은지 등등 섹스에 관한 흥미로운 궁금증들을 발칙한 실험들을 통해 풀어본다.

성에 관한 이토록 다양한 호기심과 그것을 풀기 위한 엄청난 실험들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새로운 세상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인 메리 로취의 서술은 옆집 아줌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술술 잘 읽히며 중간중간 재미난 농담도 던져준다. 메리 로취의 매력에 빠져 전작인 《스티프-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 《스푸크-과학으로 풀어보는 영혼》도 덜컥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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