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사의 세계를 그린 책 <힘주세요!>는 영국에서 조산사로 일하는 리저 해저드가 쓴 에세이다. 새생명을 받는 고귀한 일이라는 포장 뒤에 숨겨진 12시간 교대 근무와 그로인한 과로, 매 순간이 새로운 시도인듯 산모와 아이에게 닥칠지 모르는 위험 앞에서 긴장해야하는 극한의 스트레스, 그럼에도 산모와 아이를 모두 안전하게 돕고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조산사의 세계를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그 안에는 약물 중독 임산부, 레즈비언 부부, 열다섯 미성년자 임산부, 23주에 양수가 터져 생명의 기로에 놓인 아기를 품고 온 임산부까지 다양한 산모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출산의 다이나믹함은 물론 산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인모유 수유를 둘러싼 대립, 산후 우울증 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무궁무진한 출산 세계의 일들과 그 뒤에서 모든 것을 묵묵히 돕고 있는 조산사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말이 있다.
"그럼에도 매일 대도시의 병원과 지방의 작은 출산 센터에서, 진료소와 병동에서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가진 조산사들이 푸른색 연기가 되어 증발한다. 너무 많은 조산사들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지만, 다행히도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수천 개의 더 많은 군대가 남아 있다.(360쪽)"
내가 두 아이를 출산했던 산부인과도 최근 조산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분만을 하지 않기로 했다. 순간 내가 둘째를 낳았을 때, 마지막까지 "할 수 있어요, 엄마"를 외쳐주고 병실로 올라가기 전에 "고생 많이 했어요"라고 말해주던 조산사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녀는 태어난지 24시간도 안 되어 응급실로 간 둘째 소식을 듣고 내게 와서 말없이 손을 꼭 잡아주며 "별일 아닐거에요. 엄마가 힘내야 해요"라며 같이 눈시울을 붉혀줬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내가 제대로된 감사 인사도 못한 그녀도 아마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 속에서 일했을 터였다. 그날 내가 그 누구보다도 그녀에게 의지했고, 지금도 가끔씩 그녀의 얼굴과 따뜻했던 손을 떠올린다는 걸 그녀는 알기나 할까? 너무나 고마운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