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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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미리 말하려고 했는데. 이번 주말에 낚시 여행이 있대. 남자 몇 몇끼리 갈 거래."

"낚시 여행이라."

(중략)

토드는 낚시 여행을 가지 않는다. 그녀는 한 점 오해 없이 즉각 이해한다. 그는 '낚시 여행'이라는 말을 우회적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_22쪽

행운인지 불행인지 웬만해서 여자의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 조디는 남편 토드가 저녁을 먹으며 주말에 낚시 여행을 갈 거라 말하자 바로 이상한 낌새를 챈다. 이십 년간 토드와 함께 살았지만 남편은 낚시 여행을 간 적이 없다. 그것도 주말에, 친구들끼리.

하지만 조디는 헌신적이며 현명한 아내다. 그에게 바로 따져 묻는 대신 본래 자신이 밥먹던 습관대로 조용히 입속 음식을 오래 우물거리며 침묵한다. 그러곤 평소대로 남편에게 말한다.

"결정되면 알려줘. 당신도 간다면 난 카펫 청소 좀 하려고."

소설 <조용한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는 아내 조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불완전하기는 해도 그럭저럭 부부의 삶을 이어온 조디와 토드.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조금씩, 조금씩 생겨나 붕괴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조디는 일찌감치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었다. 밤늦게 들어올 때 남편에게서 풍겨오는 낯선 향기, 셔츠에 묻어있는 머리카락, 그리고 뜸해진 잠자리까지.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증거는 충분히 많았다. 하지만 조디는 심리상담사이다. 수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며 이미 깨닫고 있는 자명한 진리가 있다.

"자기 자신을 바꿀 마음이 없는 남자와 싸워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조용히 그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이미 자신에게 마음이 떠난 이 남자를 죽여버리기로.

<조용한 아내>는 각각 조디와 토드의 입장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며 그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하고, 그리고 각자 헤어짐과 살인을 계획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나 조디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부분이 인상적인데, 조디가 상담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본인 역시 심리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게 된 이야기가 함께 서술되며 그녀의 입장이 보다 냉철하게 서술되기 때문이다.

플롯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탁월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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