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환자 - 최인호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6
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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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견습환자, 2와 1/2, 술꾼, 타인의 방, 처세술개론, 황진이1, 전람회의 그림1, 즐거운 우리들의 천국, 위대한 유산, 달콤한 인생, 깊고 푸른 밤. 최인호 작가의 책이 교과서나 문제집 지문 어딘가에서 등장했던게 아니라면 여기 실린 모든 단편들과 나는 첫만남일 듯 하다. 눈에 익은 작품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좀 어색한 느낌이었다.

 

 

첫만남의 첫 감상은 좀 허무해서 등장하는 첫 단편 견습환자를 읽고는 이게 뭐지? 라고 생각했다. 냉장고에 안들어간 생수를 마시는 것 같이 미적지근하니 굉장히 맛없는 단편이었기 때문이다. 늑막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나"는 언젠가부터 의사들을, 정확히는 한 인턴을 웃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병원에 입원하고 열닷새가 될 때까지 그들 중 누구의 웃음도 본 일이 없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의사가 웃으면서 환자를 진료한다면 환자가 얼마나 심리적 위안을 받겠냐 싶어 "나"는 뜬금없는 책임의식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꾀병을 부리기도 했고 인턴 앞에서 여러 농담도 던지지만 그는 완전 무관심, 무반응, "나"의 자존심은 갈래갈래 찢어진다. 결국 "나"는 병실 문 앞의 이름표를 바꿔버리는 소동을 일으키지만 누구도 이 소동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책임을 묻거나 하물며 농담하며 웃음을 터트리지도 않은 채로 퇴원의 시간이 다가와 버린다. 동생의 차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가는 길 "나"는 환영처럼 웃음 짓는 인턴과 그의 앞에서 무어라 손짓하며 얘기를 나누는 아가씨를 보게 된다. 연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인턴을 잘 요양시켜주기를 소망하며 "나"는 양순한 민물고기 같던 환자의 일상에서 소시민으로써의 길고 긴 방황의 생활로 되돌아간다. "실상 저는 말입니다. 달력을 보며 세월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 이 만화를 보면서 일주일이라는 공간을 의식하는 것 뿐입니다."(p21) 휴게실에서 토요일판 신문의 어린이용 부록 만화를 읽으며 다음 호를 기다리는 인턴의 재미있다는 말과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표정한 표정이 그나마 인상 깊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지게 된 건 세번째 단편 술꾼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의 정체성, 전개, 결말까지. 완전히 놀란 나는 술꾼을 올해 읽은 최고의 반전 작품으로 꼽았을 정도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작은 아이가 어버지를 찾아서 술집 안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난 아바질 다리러 왔시요."/"국승현이야요. 국승현"/"오마니가 죽어가고 있시요. 좀 전에 피 토하는 걸 보고 막 뛔나왔시요. 아바지는 날 보구 오마니가 죽게 되믄 이 술집에서 술이나 파먹구 있갔으니, 이리로 오라구 했시요."(p61) 아버지 이야기를 할 적엔 그 얼굴이 대백과사전 한 페이지처럼 충만해지던 꼬마의 얼굴은 어머니 얘기를 하면서는 허공을 극적으로 쳐다본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이 술집에 없다. 술독에 빠진 어른들 중 한 명이 너희 아버지는 벌써 갔다며 다른 술집으로 가보라 한다. 독자는 술꾼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싹뜨고 어린 것의 아버지 찾아 삼만리 하는 여정에 마음이 슬퍼진다. 똘똘이 똘똘이 하면서 어린 것을 붙들어 술 한 잔 마시라며 어깃장을 놓는 놈을 보며 인간인가 싶어 화도 난다. "너무 취해서 집을 저주하고, 마누랄 저주하고, 맏아들을 둘째아들을 저주하고, 생활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원수놈의 월급을, 도대체가 살아가는 그 자체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저주하기 시작"(p63)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가당찮다. 그런데, 그랬는데, 결말에 가 닿고 보면 그 가당찮은 마음이 어쩔 줄 모르겠는 상태로 변하고 내가 뭘 본건가 어리둥절하고 모든 상황들을 이해하면서부터는 울컥한 마음에 다음 단편으로 쉬이 넘어가지도 못한다. 무슨 이런 글이 있나 싶었다.

안타깝게도 이후의 소설들은 술꾼만 못했는데 소재와 내용 전개가 영 내 취향이 아니었다. 언어적 육체적 폭력의 장면들이 과감하거나 시원하거나 통쾌하다기 보다 불결하거나 지저분하고 징그러운 느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위대한 유산이나 달콤한 인생은 톨스토이 단편선처럼 교훈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좀 지루했다. 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면 좀 다르게 와닿는 단편이 있었겠지만 이 감상 이대로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아 해설집은 패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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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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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님 책이니 무조건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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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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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은 구판대로 예쁘고 특별판은 특별판대로 또 예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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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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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엘리스와 가상공간의 만남! 신박한 미스터리 사건 파일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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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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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아버지, 동조하는 어머니, 학대 당하는 어린이 다시 여성의 성장기라니
읽기 쉬운 책은 아닐 것 같지만 제목처럼 배움이 큰 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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