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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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소녀소설은 몇 번이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손님.
어린 시절이든 어른이 되어서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p320)

다이아나는 술집 마담인 미혼모 티아라의 딸이다.
교양을 모르는 무식한 엄마가 창피하고 다이아나 같은 이름으로 놀림거리가 되는 삶이 지긋지긋하다. 
15세가 되면 막연히 개명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간다.
아야코는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외동딸이다.
고민 하나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사랑과 관심, 모범생으로서의 삶에 숨이 막힌다.
둥지 밖의 제한없는 삶에 몸을 던지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두 아이는 모두 책을 좋아한다.
자신에겐 없는 각자의 환경과 매력을 막연히 동경하며 책에 대한 애정과 우정을 함께 키워나간다.   
입시와 친구관계에 대한 질투, 오해가 아니었다면 우정을 지키는 것이 한결 쉬웠으련만
사소한 다툼으로 아이들은 이후 십 년 동안이나 대화 한 마디 하지 않는 남남으로 살아간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이들이 각각 서점 직원과 대학 졸업반으로 커나갈 때까지
몇 몇 사소한 마주침 이외에는 접점조차 없다.
다이아나의 아빠찾기는 어느 새 다이아나 홀로 진 짐이 되었고
무리없이 대학으로 진학했던 아야코는 남자라는 존재로 잔인한 일상을 맞게 되지만
모든 성장소설이 그러하듯 소녀들은 힘과 용기로 맞서 싸우며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으로 서로를 부러워하던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성장이 표지만큼이나 예쁘다.
성인이 된 후보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훨씬 애처롭게 마음에 스몄지만서도.
게중에서도 다이아나와 아야코가 친구가 되는 첫 장면이나
학교와 도서관 또는 각자의 방에서 책을 마주하며 우정을 키워가는 시간들에 특히나 마음이 설렜다. 
어린 시절 책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던 내 모습이 다이아나와 아야코에게서 엿보인 탓일까.
빨간머리 앤 속의 앤과 다이아나의 우정을 동경하는 모습이 나의 어린시절과 닮아서일수도. 
한 때 단절되었던 우정이 마치 마저 읽지 않았던 책인냥 예전 그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지막과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마주하는 용기를 아끼는 책 속에서 이끌어낸 점도 감동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십년도 훨씬 더 전의 소녀 시절이 어제 일처럼 찬찬히 마음 속에서 솟아올랐다.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나의 책들도.

올해는 빨간머리 앤 시리즈나 한번 독파를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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