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대지의 아이들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 검은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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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배경의 판타지 소설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 공존하던 시기, 채집 생활을 하며 거처를 옮기고 매머드를 사냥하고 부족의 둥지 안에서 자녀를 키워내는 이들 고대인류와 현생인류는 뜻밖에도 자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개와 원숭이 같은 앙숙 간은 아니었을지라도 비슷한 듯 다른  외모의 서로에게 근원적인 터부를 느꼈던 듯. 혐오와도 닮은 기피의 마음이 부족들의 교류를 억압하고 군락지의 영역을 달리 하게 했다. 어느 화창한 오후 대지를 산산이 무너뜨리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다섯살의 어린 크로마뇽인 에일라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조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호수에 파도가 치고 바위가 부서지고 나무가 쓰러지는 대지진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 금발의 소녀가 아사하기 직전 네안데르탈인 치료사 이자에 의해 구해지며 소녀는 동굴곰족과 함께 뜻밖의 흥미로운 원시적인 생존기를 보여준다. 갖가지 식물들의 채집, 사냥, 물고기잡이로 이어지는 고대인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이토록 소소한 즐거움을 줄지는 몰랐는데 학창시절 읽었던 "세상의 모든 딸들"에서 느꼈던 재미도 이랬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이 안타까울 뿐이다. 작가가 설정한, 어쩌면 근거가 있을지도 모를, 종의 특성들도 흥미롭다. 언어가 없는 대신 눈빛과 손짓으로 소통하고 초차연적인 뇌의 성능으로 고대로부터 지식을 이어 받는 네안데르탈인과 전두엽의 발달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창의력을 키워 발전해나가는 크로마뇽인이라니 두 종의 역사를 아는 지금의 시점에서 어쩜 종의 전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으로 잠깐 설레기도 했다. 읽는 동안엔 이 시리즈가 10권에 달하는 줄을 몰랐어서;;; 지금은 설렘 이상으로 겁이 더 많이 난다. 넘 길어. 난 시리즈에 약한데 어쩔ㅠㅠ  

자신이 발견한 희귀한 용모의 소녀에게 아낌없이 지식을 전수하는 치료사 이자, 팔다리의 장애로 인해 전사가 되지 못한 주술사 크렙, 고지식하지만 용맹무쌍한 족장 브룬, 남성중심적인 부족의 일원으로 생활하며 에일라의 톡톡 튀는 행동에 당황하는 남녀 부족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일라에게 보내는 애정과 믿음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물론 이런 훌륭한 일원들 사이에서도 가시처럼 에일라를 샘내는 족장의 아들 브라우드의 괴롭힘은 만만치 않았고 그로 인해 끝임없이 고난이 펼쳐질 적엔 안타깝기도 했지만 (브라우드 이 나쁜 놈, 얄미운 놈, 이 놈은 왜 죽지도 않는지!!!) 호기로운 성격으로 용맹무쌍하게 고난을 헤쳐나가는 에일라를 보는 이틀이 큰 기쁨이었다. M. 아우얼의 집필기간이 삼십년이라는데 설마 번역까지 그만한 시일이 걸리지는 않으리라. 18년도에는 부디 대지의 아이들 2부를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대지의 아이들 2부 관련 출판사 검은숲 측의 답변 : 현재 편집 작업 중.
타 출판사도 세 권으로 출간했을 정도의 대규모 분량이라 출간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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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7-12-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딸들이 떠오르네요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