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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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미국 조류학자의 아버지 오듀본의 일대기를 담은 그래픽 평전입니다. 엘 데포, 딜라일라 더크와 터키 중위 같은 그래픽 노블은 만나본 적이 있지만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위인전은 처음이었는데요. 만화이기 때문에 낯선 이국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곤충계에 파브르가 있다면 조류계에는 오듀본이 있습니다. 파브르가 곤충의 습성과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철학적인 관점으로 고전의 가치를 드높인 것처럼 오듀본 또한 필사적인 관찰과 연구, 표본에 대한 낭만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로 인정받는 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평생의 역작인 "미국의 새들"은 소더비 경매에서 자그마치 108억원에 거래되었으며, 그의 새 그림들은 컬러링북으로 현재에도 꾸준히 출간될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한국에서도 출판사 유나에서 "새 그리고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15년도에 발간이 됐으니 새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는 파브르만큼 유명세를 타지도 못했고, 다른 학자에게 밀려 영국으로 떠나야했던 비운도 겪었던 만큼 소더비의 경매가마냥 처음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삶을 살지는 못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오듀본은 이웃 아가씨 루시와 결혼하며 가장으로 성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두 딸을 병으로 잃고 두 아들을 키우는 와중에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아 이리저리 살아보려 애를 썼던 모양이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풍차사업 등 너무 앞선 아이템에 발목이 잡혀 감옥에 가기도 했고, 사기꾼으로 오해를 받거나, 베짱이로 비하하는 시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그의 마음 속에는 결코 억누를 수 없는 꿈 하나가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새!!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국의 풍요로운 환경 속의 새들이었습니다. 새를 쫓고 싶은 갈망, 미국의 새들을 모두 관찰하고, 그리고,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짐념이 결국 그를 집에서 떠나가게 만들었지요. 가족과 헤어져 조수 조지프와 인디언 안내인 쇼건을 만나 떠나게 되는 모험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버금가는 치열함으로 가득합니다. 뗏목을 타고 가다 병에 걸리고, 곰을 만나고, 강도에게 약탈을 당하는 등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어요. 그 이후에도 고난과 음모와 모략 속에서 굳센 정신으로 꿈을 이뤄가는 오듀본의 모험이 흥미진진한데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인정받지 못하는 작업, 불안, 가난 등 절절이 느껴지는 그의 고뇌에 공감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는 절로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평생에 걸쳐 오로지 한 가지 꿈만을 품고 정진정명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어떤 용기와 얼마만큼의 인내로 무장해야 가능한 일인 걸까요? 400장도 넘는 새들의 사실적인 수채화로 미국 생태계를 기록하고, 새들의 귀소본능을 최초로 밝혀내고, 그 이름으로 하여 많은 자연보호기구를 탄생시킨 오듀본. 그의 학문적인 성취를 깊이 있게 알긴 어려웠지만 여러 좌절에도 꿋꿋하게 일어서서 다시금 새에 매진하는 집념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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