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3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3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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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한 처사를 칭송하지도 않고 불운한 사람을 고소하다는 듯 모욕하지도 않는 것이 역사가가 가야 할 바른길이다. (디온전, p301)



1. 키작남 아게실라오스, 그리스의 외모지향주의는 어느 정도였을까?


스파르타의 왕 아게실라오스는 볼품 없는 외모에 작은 키, 다리를 저는 흠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 아르키다모스는 아들을 작게 낳았다는 이유로, 정확히는 너무 키가 작은 여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그대의 아내가 우리에게 대왕을 낳아 준 것이 아니라 소왕을 낳아 주었기 때문입니다."(p17)🥶 당시 민선 장관들의 말을 들었을 아르키다모스의 반응이 궁금하다. 나라면 완전 비뚫어졌을텐데 아게실라우스는 성격 파탄 안나고 낙천적인 성격에 농담도 잘하고 사랑받는 성격으로 잘 성장했다고 한다. 이때 2권에서 등장한 알키비아데스의 이름이 다시 한번 거론된다. 아르키다모스의 첫아들 아기스가 알키비아데스와 연적 관계였기 때문이다. 아기스가 원정 나간 사이 왕비는 알키비아데스와 눈이 맞아 아들 레오티키데스를 낳는다. 알키비아데스가 사망하며 왕의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디오페이테스가 에언을 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라, 그대 스파르타여. 그대들이 지금은 비록 영광스럽게 두 다리로 서 있지만 절름발이 왕실이 튀어 오르는 일이 없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생각지도 않았던 고통이 그대들을 억누르고 전쟁이 휘몰아쳐 수많은 사람을 죽이리로다."(p18) 몸이 불구인 자와 스파르타의 적손이 아닌 사생아라는 굴절성을 지닌 자 중 누구를 왕위에 올릴 것인가. 아게실라오스가 왕이 되고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리산드로스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불행으로 절뚝이는 삶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이 혼란하면서도 흥미롭다.




2. 폼페이우스, 여기 또 한 명의 미남이?!


"폼페이우스는 젊었을 때부터 잘생긴 풍모로 민중의 호감을 적지 않게 샀다. 그의 용모는 그가 말을 꺼내기에 앞서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의 소년 같은 사랑스러움에는 우아함이 어렸으며, 꽃처럼 젊은 나이에 자연스럽게 왕자의 풍모를 띠고 있었다. 머리칼은 이마에서 살짝 뒤로 넘어갔으며, 눈 주위에는 우아한 곡선이 나타나 마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초상을 보는 듯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생긴 것보다는 말이 부풀려진 듯하다." (폼페이우스전, 2, p76) 폼페이우스 흉상을 보고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던 때에 마침맞게 등장한 반전 문장에 빵 터졌다.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먹히는 플루타르코스의 유머감각이 영웅전 전반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폼페이우스는 술라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아내와 이혼했는데 장인, 장모가 모두 그 자신 때문에 사망한 걸 감안하면 정말이지 잔인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영웅전을 읽을 때 안타까운 점 하나는 영웅들이 그들의 권력을 위해 희생하거나 볼모로 잡았던 아내와 딸, 여자 형제와 손녀의 입장과 말을 들어볼 수 없다는 거다. 남편이 있고 약혼자가 있고 자식이 있거나 뱃속에 전남편의 아이를 품은 채로 집안의 이익을 위해 강제로 이혼하고 결혼을 강행해야 했던 여인들의 삶이 궁금한데 대게는 지나치게 단편이거나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폼페이우스와 재혼한 술라의 딸 또한 결혼 직후 전남편의 아이를 출산하다 사망하였고 이는 독재자 집안에서나 있을 법한 혼인이었다며 플루타르코스 또한 안타까워한다.




3. 애인이란 신이 영감을 불어넣어준 친구 (펠로피다스전, 18 p221), 테베의 신성 부대


테베의 영웅 펠로피다스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신성부대이다. 신성부대는 고르기다스에 의해 처음 창설되었는데 플루타르코스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하는 사람과 그 애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성애를 장려하는 걸 넘어 동성애를 하는 남자 연인들 300명으로 군대를 만들었던 것이다. 애인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던만큼 상대방 앞에서 비겁함을 보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위험에 빠졌을 때 지켜주고픈 마음에 더욱 용맹해지므로 이는 전략적으로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등에 칼을 맞고 죽는 모습을 내 애인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으니 나의 가슴을 찔러 주시오."(p221)라는 말로 적에게 아량을 베풀어주기를 바란 전사도 있었다는데 이런 당부를 실제로도 들어주었을지는 의문이다. "애인이란 신이 영감을 불어넣어준 친구"라는 플라톤의 말을 빌어 신성 부대라는 호칭을 자연스럽다고 말하는 플루타르코스. 동성애가 권장되었던 문화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4. 아르키메데스가 우리에게 또다른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 (마르켈루스전, 17, p270)



"저놈의 브리아레오스 같은 기하학자와 싸우는 것을 멈춰야겠다. 저 인간은 물잔으로 물을 퍼 담듯이 우리 배를 바다에 내다 버리고 우리의 삼부카를 이토록 치욕스럽게 침몰시키고 한꺼번에 수많은 화살을 우리에게 쏟아부으니, 손이 1백 개 달린 괴물도 못견디겠다."(p270)



우리에게는 유레카!로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 히에론왕의 친척이자 막료였던 아르키메데스는 기하학에도 정통하며 무기 개발에도 무척 힘썼던 듯 하다. 발사기를 통해 수 많은 화살을 장난하듯 쏘아 로마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니 성 밖으로 밧줄이나 나무토막만 튀어나와도 병사들이 놀라 달아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도 헛점을 살펴 전진해오는 마르켈루스를 막을 수 없었는데 도시가 함락된지도 모른 채 집안에서 도형 문제를 풀다가 로마 병사의 손에 사망했다는 썰이 있다. 이 문제만 다 풀고 가겠다고 버티다가 죽었다는 가설 1, 이 문제를 풀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해 열 받은 병사가 죽였다는 가설 2, 해시계 등 여러 기구를 들고 가다 떨어트렸는데 이걸 금덩이로 오인한 병사가 욕심 때문에 죽였다는 가설 3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느 쪽이든 어마어마한 양반인 건 틀림이 없다. 그 와중에 문제든 기구든 눈에 들어왔다니 나라면 오들오들 떨었을텐데. 인재의 안타까운 죽음에 화가 난 마르켈루스가 아르키메데스를 죽인 병사를 썩은 시체 바라보듯 했다는데 그게 어떤 눈빛인지 평생 모르고 싶다😱



5.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말은 보이지를 않는데??



"들리는 바에 따르면, 카이사르도 브루투스의 신변을 걱정하여 전투가 벌어져도 브루투스가 저항하지 않으면 죽이지 말고 포로로 데려오고, 만약 그가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저항하면 그를 다치게 하지 말고 보내 주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카이사르가 브루투스를 그토록 걱정했던 것은 그의 어머니 세르빌리아 때문이었다는 말도 있다. 카이사르는 젊었을 적에 세르빌리아와 가까운 사이였고, 그 여인도 카이사르를 열렬히 사랑했기 때문에 카이사르는 두 사람이 그토록 사랑한던 시절에 태어난 브루투스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p370)


여기 한 문단만 읽어도 이미 소설 한 권 급 흥미진진함이다. 3권의 제일 재미는 브루투스이고 4권의 제일 재미는 카이사르라는 거, 아무도 부정 못할 것 같아😍 원로원에 있는 카이사르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을 때 카토가 일어나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지금 카이사르는 역적 카틸리네에게 온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토의 손에 넘어간 그 편지는 다름아닌 카토의 여동생 세르빌리아의 연애편지였으니 카토 때문에 공감성 수치로 이불 뻥뻥 차게 된다. 그런데 브루투스 편을 눈을 씻고 읽어봐도 브루투스 너마저! 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브루투스마저 칼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본 카이사르가 외투로 머리를 감싼 다음 자객들의 칼에 몸을 맡겼다"는 구절은 있다. 내 머릿속 브루투스의 이미지는 허약하고 귀가 얇고 적잖이 야비한 모습이었는데 플루타르코스가 자료를 모아 설명하고 있는 브루투스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음모자 가운데 오직 브루투스만이 그 거사가 고결하며 위대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여 그 일을 저질렀다. 그 밖의 사람들은 다만 카이사르를 시샘하고 미워서 암살에 가담했을 뿐이다."(p401) 라고 안토니우스가 증언할 정도이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브루투스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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