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세계 - 80가지 식물에 담긴 사람과 자연 이야기
조너선 드로리 지음,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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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 인생 처음으로 맞이하는 장마철. 예상했던 이상으로 고배를 마시는 중입니다. 아무 것도 안했는데 (어쩌면 아무 것도 안해서?) 식물이 연쇄적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과습을 걱정했던 로즈마리는 바싹 말라 미라가 됐구요. 쌩쌩하던 핑크아악무도 습도를 이기지 못해 가지를 개나 떨구었어요. 보겠다고 들인 촉의 호접란은 이파리들이 노랗게 말랐구요. 향수국은 저희 집에 오고 나서 서서히 향기를 잃더니 현재는 무향수국이 되었습니다. 식물하고는 안맞나봐, 똥손이 똥손했지 , 시무룩해 있던 차에 책을 읽었어요. <식물의 세계>. 식물 덕후 조너선 드로리가 런던의 집에서부터 시작해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따라 지역 재미나는 식물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식물이 가진 과학적 학술적 속성뿐 아니라 인간이 얽힌 역사의 면면을 소개합니다.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작은 글자들을 파고 들며 읽었어요. 게다가 환상적인 일러스트라니요! 힘없이 늘어져있는 저희 초록이들만 보다가 파릇파릇 생기 넘치는 꽃과 나무들을 보니 기운이 나요. 장마철 스트레스로 녹초가 식집사님들을 초대합니다. 식물의 세계로 구경 오세요!


1. 향쑥

향쑥. 초록 요정이라 불렸던 압생트의 원료에요. 향쑥과 여러 허브들을 혼합한 증류주로 제조한 독주는 에메랄드빛 묘한 색깔 덕분에 더욱 각광을 받았습니다. 최초에는 특허 약품이었기 때문에 열병과 기생충 예방, 오염된 물을 소독하는데 쓰였는데요. 알제리의 프랑스 부대에서는 압생트를 공식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던가봐요. 병사들 사이에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대히트를 쳤구요. 그들이 고국에 돌아간 후에도 압생트를 찾아서 프랑스 술집 곳곳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갔습니다. 고흐의 반짝이는 노란색이 압생트에 의해 탄생했을거란 썰이 있어요. 향쑥의 환각 효과 때문에요. 압생트는 다른 술보다 유독 중독 증상이 심했는데 처음엔 향쑥 탓이라는 오해를 받았지만 조사해보니 높은 도수의 알코올에 각종 유해 착색제와 유독 물질을 탓이었다고 해요. "초록색 시간" 맛보라는 당시의 홍보문구가 삽화와 어울려 매혹적으로 다가왔어요.


2. 고사리

장마철이 되어 식집사들에게 유독 각광받는 고사리에요. 다른 식물들이 축축한 습기에 힘을 잃어가는 요즘 독야청청 홀로 쌩쌩하게 버틴다길래 저도 키워볼까 하던 차에 <식물의 세계> 먼저 만났습니다. 처음엔 고사리 화분을 키운다는 이해가 안갔어요. 그야 콩나물도 키워먹는 대한민국의 식집사지만 아니 그래도 고사리를?? 나물 외에 다른 가치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고사리가 19세기부터 관상용 식물로써 인정 받아 인기를 구가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는요. 고사리 마니아가 무척 흔했대요. 고사리 키우는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사리 사냥을 나갔다나요? 고사리 , 고사리 학회, 고사리 재배용 유리 상자, 고사리 용품, 고사리 전문가와 고사리 장사꾼들로 활황이었던 영국을 상상하니 재밌습니다. 아참, 유명 작가 찰스 디킨스도 딸에게 고사리를 키워보라고 권유했대요. 이참에 저도 고사리를 들여볼까요?


3. 쿠쿠이나무

모비 딕의 등장인물이죠. 저에게는 주인공과 다름없었던 이교도 작살잡이 "퀴퀘그". 퀴퀘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온몸에 새긴 문신이에요. 시대 감안, 뭣보다 남태평양 출신이라는 점에서 퀴퀘그의 문신도 여기 쿠쿠이나무로 새겼을 가능성이 높은 같아요. 말린 쿠쿠이나무 열매에 불을 붙이구요. 그위에 조개껍데기나 판판한 , 그도 아니면 코코넛을 대고 기다려서 그을음을 모은대요. 깨끗한 코코넛 물을 섞은 다음 거북이 등딱지나 나무 , 인간의 , 상어의 이빨로 한땀 한땀 문신을 새기는데요. 문신사에게나 문신을 받는 사람에게나 고통스러운 작업이라 하루이틀, 한두달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시간을 들여 문신을 완료했다고 해요. 복잡한 문신이 자체로 인내심을 부르는 상징이었다니 다했죠. 퀴퀘크의 문신에 대해 읽을 제가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기억이 안나요. 형용할 없는 강인한 정신력을 엿보았던가 내내 고민했지만 아주 깜깜. 언젠가 모비딕을 다시 읽게 되면 퀴퀘그의 문신이 등장하는 부분을 야무지게 분석해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3. 밖에 이루 말할 없이 예쁜 꽃과 나무들

 

 

읽는 내내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꽃과 나무들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저작권 때문에 자제하고 자제했어요. 삽화만 봐도 행복한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무척 재미있어요. 마취 효과가 전혀 없는데도 약으로 사용됐다는 맨드레이크, 호구가 숙주를 찾아 미터 넘게 탐색용 뿌리를 뻗는다는 크리스마스 나무, 피임약이라는 세기의 발명의 재료가 , 극미량의 카페인으로 벌들의 기억력을 자극하는 커피, 1 티스푼의 기름을 모으기 위해 증류되는 7 송이의 장미, 인디언옐로 물감의 원료를 만들기 위해 망고 껍질을 먹고 오줌을 싸야했던 인도 소들,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아티초크 여왕이었던 마릴린 멀로 등등 읽다 보니 시간 가는 모르겠더라구요. 2020년도에 <나무의 세계> 출간되고 금방 <식물의 세계>까지 출간된 이유를 것만 같았어요. 세계 여러나라의 독자들이 찾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씀!

시공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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