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허밍버드 클래식 M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에스더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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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출판사의 지원 도서입니다.

변호사인 어터슨은 친구 엔필드에게 그가 겪은 기묘한 사건에 대해 듣게 됩니다. 급하게 길을 건너던 여자아이가 성인남자와 부딪혔는데 글쎄 그 남자가 넘어진 아이를 태연하게 짓밟고서 지나가더라는 겁니다. 엔필드가 화가 나서 남자를 붙드는데요. 남자는 놀라지도 않고 무슨 문제냐는 듯 엔필드를 쳐다봤대요. 길길이 날뛰는 여자들과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서는 남자들에 둘러 싸이자 그제야 뜨끔했는지 금전적 보상을 제안하며 어느 건물의 뒷문으로 엔필드를 이끄는데요. "그 남자가 우리를 데려간 곳이 어디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저 문이었습니다."(p4) 엔필드가 가리킨 문을 보고 어터슨은 어안이 벙벙합니다. "내 한 가지만 묻겠네. 아이를 밟았다는 남자 말이야. 그 사람 이름이 궁금하군."(p15) 엔필드가 기억하는 남자의 이름은 하이드. 어터슨은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어터슨의 고객이자 친구인 박사 지킬의 유언장에 난데없이 등장한 이름이 바로 "하이드"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엔필드가 가리킨 그 문의 주인도 다름아닌 지킬 박사였지요.

어터슨은 지킬 박사가 젊은 시절 어떤 죄를 저질렀고 이 때문에 누군가에게, 정확히는 하이드라는 남자에게 협박을 당하는 게 아닌가 의심합니다. 땅에서 솟기라도 한 듯이 하이드는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남자였거든요. 피붙이도 아닌 그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지킬 박사의 유언은 어떻게 봐도 정상적인 결정이 아니었어요. 작정하고 하이드를 뒤쫓다 그와 마주친 순간 어터슨의 추측은 확신으로 변모합니다. 하이드의 작은 키, 불균형적인 체형, 털이 많은 창백한 얼굴, 무엇보다 대담함과 소심함이 섞인 기묘한 표정에서 드러나는 악의가 충격적일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지킬 박사에게 사실을 털어놓게 하고 싶어도 묵묵부답으로 회피하니 어터슨으로서도 뾰족한 도리가 없습니다. 모쪼록 그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던 때 하이드가 사람을 때려 죽이고 도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망자가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그의 거처부터 시작해 탈탈 털어내지만 머리카락 한 올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이드는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하늘로 솟구치기라도 했을까요?

사실 우리 모두 정답을 알고 있죠. 읽지는 않았어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단순히 얼굴 표정이나 분위기가 다른 정도가 아니라 키와 체구, 피부색, 털의 유무마저 달랐다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신비의 소금을 발견해 환상적인 둔갑술을 갖게 된 지킬박사. 두 눈으로 직접 그의 변신을 목격한 래니언 박사가 충격으로 앓아 누워 사망한 것도 이해가 되요. 녹아내린 얼굴이 순식간에 다른 얼굴로 구축되는 모습을 봤다면 저라도, 우욱 (⊙x⊙;) 외향적인 차이보다 실은 내적인 차이가 더 컸는데 하이드는 지킬 박사가 그의 본성으로부터 분리해낸 또다른 자아, 악으로 똘똘 뭉친 그의 이중인격이기 때문입니다. 일탈에 대한 풀길 없는 욕망으로 괴로워하던 지킬 박사는 착한 나와 악한 나를 분리하며 죄책감 없이 하이드의 악행을 즐깁니다.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가던 하이드가 기어코 살인을 저지르고 약 없이도 지킬 박사의 몸과 정신을 빼았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기까지요.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 받으며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쾌락을 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선 인간의 몰락을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줄거리를 알고 봐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해 단숨에 완독했어요. 고전 초보 독자님들께 특히나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 사실 이 책을 읽고 받은 제일 큰 충격은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보물섬의 작가와 동일인이라는 거였습니다. 대박!!! 이라고 진짜 입으로 말했어요. 설마 저만 몰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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