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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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본으로 저를 당황시켰던 네 번째 가가 형사 시리즈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페이지 96쪽에서 사망해 더는 진도를 못나가다가 지난 주 금요일에 교환 도서를 받았습니다. 97쪽이 소생해있는 새책으로 심폐수술 받으며 완독하니 어째 더 재미가 있구요. 파본나 있던 페이지의 끝 단어와 첫 단어 "미안해 새"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유바 가요코와 소노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단짝 친구입니다. 허물없이 속내를 터놓는 두 사람이기에 알고 보니 굉장한 부자였던 지금의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일에도 소노코는 망설임이 없어요. 소노코와 연인 준이치, 가요코의 첫만남. 그 자리에서부터 이거 일이 꼬이는구나 싶더군요. 가요코와 헤어져 돌아가는 길 준이치의 입에서는 내내 가요코 멋진 여자, 미인, 신비한 매력, 남자들이 다들 가요코만 쳐다본다는 둥 가요코에 대한 이야기만 쏟아지거든요. 수더분한 외모에 비사교적인 성격의 소노코와 비교하면 연예인 지망생이었던데다 방송국 근무 이력까지 있는 가요코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사람이지만 뭣 모르는 제가 봐도 준이치의 칭찬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게다가 소노코도 알고 있듯이 가요코는 욕심이 많고 화려한 세계에 대한 욕망이 크지만 일찍이 좌절을 맛본 전적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소노코 이 바보 같은 여자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 같은 형국을 연인과 친구 모두에게 만들어 버린 셈이었죠.



그뒤로부터는 예견된 수순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데이트가 극단적으로 줄고 연락도 없고 먼저 전화를 해도 시큰둥 말이 없는 준이치는 기어이 집으로 찾아와 고백해요. 가요코를 좋아한다구요. 아니 사랑한다구요. 벌써부터 바람이 나서 이 둘 소노코를 배신하고 있었던 거에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일찍부터 타지로 나와 사회생활을 한 소노코는 보기와는 달리 외로움이 많았습니다. 기댈 곳이라곤 남자친구와 단짝 가요코 밖에 없었으니 소노코는 준이치의 말에 발밑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을 거에요. 세상에 남은 유일한 가족인 오빠에게 전화를 한 지난 금요일엔 아무래도 그런 상실감이 더욱 컸던 모양이죠? 배신을 당했다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소노코는 기어이 "내가 죽으면 아마 가장 좋을 것 같아"라는 섬뜩한 말을 합니다. 경찰인 소노코의 오빠 이즈미는 아무래도 감이 좋은 편이니까요. 이 전화를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곧장 소노코의 집을 찾습니다. 동생의 집 문을 여는 순간 예감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되요. 소노코가 가만히 눈을 감고 죽어있었거든요.



졸업, 잠자는 숲, 악의와는 달리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굉장히 본격적인 추리소설입니다. 수면제 봉지 두 개, 타이머 스위치, 소노코의 몸에 붙어있는 두 줄기 전기코드, 그 밖의 자잘한 증거들이 독자를 자극하고 독려합니다. 머리를 굴려봐,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보라고, 할 수 있어, 얼른얼른. 소노코는 자살일까요 아니면 타살일까요? 타살이라면 범인은 누구일까요? 준이치? 가요코? 아니면 둘 다? 그러나 고작 사귀었다 이별한 이유로 전 여친을, 전 단짝을 죽일 필요까지 있었을까요? 교통계 경찰인 이즈미는 타살을 확신하며 소노코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합니다. 범인에게 법이 아닌 자신의 심판을 받게 할 심산인 거겠죠. 이즈미의 위장을 꿰뚫고 죽음의 행방을 찾아나서야 하는 형사 가가. 마치 형사 콜롬보나 탐정 뭉크 같은 자세로 현장을 샅샅이 뒤지고 이즈미를 의심하며 근방을 배회합니다. 이즈미와 가가가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힌트를, 힌트인 듯 힌트가 아닌 듯이, 너불너불 떠드는데 아이구 두야 끝끝내 진범을 알려주진 않아요. 고민 끝에 봉인된 추리 안내서를 칼로 뜯기로 했죠. 책이 훼손될지언정 이렇게 뒤 안닦은 느낌으로 읽기를 끝낼 순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예리함이라곤 없는 커터칼로 책을 걸레짝으로 만들면서 확인한 범인은........ 에잇!!! 작가님 그리고 출판사 정말 이러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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