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해미시가 로흐두로 돌아왔다!! 시노선에서 외지인의 죽음을 해결한 공로로 새하얀 신형 랜드로바까지 받고 로흐두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어야 할 해미시의 마음에 먹구름이 끼었다. 해미시에게 이 정도의 좌절감을 안기는 건 세상에 딱 하나 뿐이다.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 해미시 맥베스가 짝사랑 하는 지주의 딸, 그녀는 해미시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남자들과 연애라도 할 생각인지 이번에도 새 애인을 이끌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일주일째 해미시에게 연락하는 걸 까먹는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오늘, 해미시는 조바심을 감추지 못한 채 성으로 무작정 찾아가 보기로 한다. 사랑에 빠져 환한 웃음을 터트리는 (것만 같아 보이는) 프리실라 할버턴스마이스의 모습이라니. 오, 맙소사! 3권까지만 해도 프리실라를 응원했지만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해미시가 제니 러브라이스와 함께 있는 모습에 질투할 때는 언제고 어떻게 또 다른 남자냔 말이다. 전형적인 나 가지기는 싫고 남주기는 아까운 남자가 되어 버린 해미시에게 동정을 금할 길이 없다. 그의 사랑이 차츰차츰 색깔을 달리하는 게 용납이 되다 못해 프리실라가 큰 코 다쳤으면 좋겠다는 게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아차, 추리 소설인데 너무 연애 얘기만 했다. 피해자를 소개한다. 이번 사건에서 죽은 사람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외지인이다. 트릭시 토머스. 모기와 각다귀, 파리가 기승을 부리는 로흐두의 여름 한가운데로 트럭을 몰고 온 40대의 건강한 여성이다. 시노선만큼은 아니라해도 외지인에게 마냥 개방적인 로흐두가 아닌데 어쩐 일인지 거의 모든 여자들이 트릭시 앞에서 흐물흐물 해진다. 직업이 없어서 실업급여를 받고 있고 가난해서 가구 살 돈도 없다는 이 여인은 주부로서의 삶에 아무 보람도 느끼지 못하던 마을 부인들에게 새로운 질서와 안정, 목표를 제시한다. 금연, 민들레 커피나 뮤즐리 같은 건강식, 조류 보호 운동 같은 투쟁적인 바람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말이다. 부인들은 트릭시의 옷차림, 트릭시의 살림법, 트릭시의 식단에 환호하며 너나할 것 없이 그녀를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트릭시는 아첨하는 말로 가난을 홍보하며 그녀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고가구들을 공짜로 얻어 간다. 로흐두의 남자들은 급변하는 식사와 금연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차라리 트릭시가 죽어버리기를 바라고 완벽한 가정주부를 꿈꾸는 부인들은 그런 남편과 적대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런 와중에 비소에 살해 당한 트릭시. 아내들은 남편을 의심하고 로흐두에는 흉흉한 바람이 불어닥친다.

트릭시는 겉보기만큼 완벽한 가정주부였을까? 트릭시가 공짜로 얻어간 가구들은 어디를 가고 조립가구들이 민박집을 가득 채웠을가? 재수없는 여자기는 했지만 살해 당할만큼 나빠보이지는 않았는데 대체 누구의 손에 죽임을 당한 걸까? 트릭시의 무기력한 남편 폴 토머스? 게으르고 서투른 살림 솜씨의 아내를 사랑했던 의사 존 브로디? 트릭시에게 공짜 물고기를 건냈다가 온마을 사람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어부 아치 매클래인? 트릭시의 조류 보호 운동 덕분에 땅을 놀리게 된 농장주 이언 건? 이혼 변호사들이 로흐두를 점령하기 전에 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해! 의무감에 불타는 해미시는 오늘도 달린다!! 그때까지 프리실라 넌 잠깐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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