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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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지원해준 #비채 #요네스뵈 함께 읽는 도서입니다.

방콕의 모텔에서 노르웨이의 대사가 사망한다. 칼에 찔린 상태였고 발견한 사람은 대사가 구매한 사창가의 여자였다. 총리의 죽마고우이자 긴 시간 정치적 동반자였기에 선거를 앞둔 총리파의 일원들이 모여 대사의 사망을 조용히 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그리하여 선택된 것이 해리 홀레.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해당한 노르웨이 여성의 진범을 밝혀내며 일약 스타가 된 형사였다. 사랑하는 연인이 살해당했다는 충격으로 해리는 다시금 알콜 중독 상태다. 지적 장애가 있는 여동생이 성폭행을 당하여 마음은 한층 피폐해졌고 아버지의 침묵과 여동생의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비애를 느낀다. 경찰서에 출근도장은 찍고 있지만 딱 거기까지. 잘리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지만 그의 직속상관은 어쨌든 해리를 믿고 있는 듯 하다. 그는 살인수사를 맞기에는 지나치게 방만해진 상태임을 자백하고 출장을 거부하지만 윗선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방콕행 비행기를 탄다.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사실상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개체 수가 열 마리 백 마리를 넘어간다는 바퀴벌레. 방콕의 바퀴벌레는 성매매자들이다. 여자,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아동을 욕망하며 돈을 뿌리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최악은 소아성애자들이다. 해리 홀레 또한 한 소년에게 껌을 샀다가 미소를 짓기는커녕 잔뜩 겁을 먹는 모습에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껌은 명목일 뿐 그 거리에서 실제로 팔리는 것은 껌을 파는 소년이었는데 19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빡빡 머리, 흉터 가득한 얼굴의 해리에게 자신이 팔린다고 생각한 소년의 공포를 상상하자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휴가 나온 미군들이 풀어제끼는 외화를 쫓아 들어선 방콕의 저급한 유흥문화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화려하게 살아남아 전세계의 성매수자, 성범죄자들을 끌어모은다. 대사의 가방에서도 아동에게 성욕을 푸는 남성의 사진이 발견되는데 대사 자신이 소아성애자였는지 아니면 누구를 협박하기 위한 용도로 찍은 것인지 알 수 없어 해리는 거기서부터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리고 목격한다. 밟아죽여도 시원치 않을 추접한 족속들이 꿈틀대는 방콕의 그늘 밑을 말이다.

김기창 작가는 소설 <방콕>에서 얘기한다. 하나의 생명체에게 지옥인 곳이 다른 생명체에게 천국일 수는 없다고. 요 네스뵈가 바퀴벌레에서 그리고 있는 주제가 김기창의 그 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천사의 도시라기에는 바퀴벌레에게 좀 먹히는 존엄이 너무나 많고 바퀴벌레 사육이 목적인 양 도시를 더럽히는 쓰레기가 지나치게 비대하다. 쾌락이라는 손 쉬운 돈벌이가 쉽게 쓸려나가거나 치워지지 않을 것을 알아서 읽는 내내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해리 이상으로 마음 속에 남은 남자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적이 있는 대사관 직원 이바르 뢰켄이다. 그는 다섯살도 되기 전에 양부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성장하며 그 자신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게 어떤 고통인 줄 알면서도 누군가는 아동에게 손을 뻗지만 뢰켄은 아니었다. 그는 군에 들어가고 군에서 쫓겨난 후에도 계속해 전쟁통 같은 환경에 스스로를 내몰며 욕망을 억누른다. 아동을 욕망하는 꿈을 꾸고 깨어나 절규할지언정 돈으로 어린애를 사지 않는다. 몸을 파는 사내에들이 껌 한 통 들고 나와 거리를 헤매는 방콕의 뒷골목에서도 뢰켄은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고 상대의 존엄을 사수한다. 바퀴벌레의 후반부는 내내 그의 생존을 바라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는 해리 홀레를 성실하기는 하나 어딘지 좀 모자라는 후임 보듯 했는데 사람을 잘 보는 양반이었다. 박쥐 때의 실수를 알아서 결말이 내심 불안하더라니 역시나.......ㅠㅠ)

해리 홀레 시리즈를 관통하는 그 나라 그 시대의 풍부한 배경들이 좋다. 그러나 지나치게 잔혹해서 마음이 번잡하고 어질어질해지는 것 또한 사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속된 성범죄의 목격이 피로감을 누적시킨다. 범죄 양상이 동일하게 계속된다면 시리즈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될 정도. 레드브레스트에서는 좀 다른 양식의 차가운 추격이 펼쳐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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