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블랙 에디션, 양장 특별판)
미카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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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이 아주 다른 말을 쓰던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한 가난한 마을에 나타난 거지 소녀 모모는 커다란 돌로 지어진 극장의 무너진 귀퉁이 방에 살았다.

작고 깡마른 몸에 빗질하지 않아 마구 헝클어진 새까만 고수머리,

알록달록 색동 같은 치마에 커다란 남자 웃옷을 입은 모모는 겨울이 아니면 신을 신지 않았다.

그래도 눈동자만큼은 놀랄만큼 반짝반짝한 이 소녀에게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찾아온다.

"여기가 마음에 드니?"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이니?"

"부모님은 어떤 분이시니?"

"꼬마야, 그럼 넌 어디서 온 거니?"

마을 사람들이 의지가지 없는 모모를 쫓아내지는 않을까?

그래서 모모가 상처받는 내용이면 어쩌지?

두근두근 걱정했는데 믿을 수 없을만큼 다정한 이웃들은 허물어진 모모의 집을 수리하고

난로와 책상, 의자, 예쁜 꽃그림과 매트리스에 담요까지 챙겨다 준다.

마을 아이들은 먹을 것을 쥐고 달려와 입주 축하 파티를 열어주고

어른들은 고민이 있을 때면 눈이 맑고 마음이 넓은 이 어린 소녀를 찾아와 상담하곤 했다.

어느 새 모모는 마을에서 없으면 안될 아주 중요한 인물이 되어있었다.

꿈같이 평화로운 나날들.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어른들이, 그다음엔 아이들이 모모와 원형극장에서 등을 돌렸다.

바빠, 시간이 없어, 다음에,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찾아갈게.

여전히 모모를 좋아하지만 더는 모모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 이웃들.

그리고 이웃들의 시간을 훔쳐 그들의 삶을 여유없이 바쁘게 몰아가는 회색신사들.

이웃들은 제 시간이 훔침 당하는 줄도 모르고 시간을 저축해 이자 받을 생각으로 그들과 계약한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도 만나지 않고

효율성만을 따져 친절을 베푸는 삶을 거절한다.

꽃 한 송이, 차 한 잔, 휴식이라곤 없이 오로지 노동으로만 채워진 삶.

도둑질 당한 시간으로 피폐해진 이웃을 구하기 위해 모모는 미래를 보는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와

아무 데도 없는 집의 주인 호라 박사를 만나 회색신사에 대적한다.

마을을 즐겁게 비질할 줄 알았던 청소부 베포와 뛰어난 상상력으로 재잘대던 이야기꾼 기기,

가난한 이웃 노인들에게도 자리를 내어줄줄 알던 레스토랑 주인 니노와

극장을 놀이터 삼아 즐겁게 뛰어놀았던 아이들을 되찾기 위한 모모의 용기있는 모험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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