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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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여고 탐정단으로 좋아하게 된 작가 박하익의 미스터리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를 만났다. 17년에 개봉한 영화 희생부활자의 원작 소설인데 영화평이 워낙 극악이었다. "희생은 나만 할테니 다른 관객은 보지 말라", "돈이 희생되었다 내 돈을 부활시켜라" 등등. 이런 악평을 보고도 소설에 호기심을 느낄리 만무하지만 일찍 일어났고 출근까지 시간이 좀 남은 탓에 아무렇게나 펼칠 책이 필요했다. 재미없으면 덮으면 그만이란 생각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넘 집중하고 읽어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하마터면 출근도 안하고 회사생활을 종료시킬 뻔. 약간 과장해서 말이다 :ㅡ)

진홍은 누나에게서 온 전화의 내용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엄마가 돌아왔어! 지금 텔레비전 보면서 콩나물을 다듬고 계신다고!"(p7)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 진홍은 생각한다. 누나는 스트레스가 지나쳐 학교를 그만두기 일보직전이다. 과대망상이나 공상허언이나 갱년기의 신경성 질환이겠거니. 그러면서도 회사를 조퇴하고 집으로 차를 돌린다. 희망따위 조금도 없지만 몸이 저절로 집을 향해 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진홍은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 앉는다. 엄마다. 엄마가 돌아왔다. 7년 전 괴한의 칼에 일곱 차례나 찔려 사망했던 그 엄마가, 진홍의 엄마 명숙이 집으로 돌아왔다. 천국 어쩌면 지옥의 시작이었다.

살인으로 죽임 당한 자가 살아돌아온다. 얼마나 환상적인 소재인가. RVP, 살인 피해자 환세현상, 영화에서는 희생부활자라 명명되어진 이들은 죽음에서 부활해 살해자를 처벌하고 빛으로 흐트러져 사라진다. RVP들의 행위는 매우 정교해서 누군가 칼을 휘둘렀다면 그 휘두른 자 뿐만 아니라 사주한 자까지도 쓸어 없앤다. 오류는 없다. 여태 단 한 차례의 무고한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여기, 진홍의 집에서, 진홍의 엄마 명숙이, 칼을 빼어들고, 진홍에게로 달려든다. 심판, 쥬디지오를 읊조리면서. 아들을 심판하려는 엄마에 맞서 진홍은 죽은 엄마를 다시 죽음으로 몰 것인가. 아니면 살아돌아온 엄마를 계속해 살리는 길을 택할 것인가. 진홍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진홍 그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일까. 책을 읽는 끝까지 사건의 진실은 커녕 진홍의 실체에도 근접하지 못한 채 헤매기만 했다. 오리무중의 이 미로가 정말이지 흥미로워 늦여름 장마의 습기마저 잊었다. 박하익과 RVP의 심판, 모든 미해결사건이 해소되는 근미래를 응원하며 그의 다음 작품까지 믿고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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