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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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월경전증후군이 최고치를 찍는 시기의 내가 일곱명으로 분열되어 나를 둘러싸고 수다를 늘어놓는 느낌;; 유일 남성을 제외시키고 등장하는 여성들 각각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동족혐오 내지는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킨다;; 불균형한 여성 호르몬의 대폭발과 그 향연;; 같기도 한... 결말까지 대자연의 징조가 모조리 사라져버린 후의 딱 그 느낌을 불러일으켜서 굉장히 이상했다. 뭐지 이 책??? 남성작가가 이토록 짜증나는 일곱 여성들을 어떻게 창조했는지도 알고 싶고 이런 기분 나만 느낀건지도 궁금하고 혹 책의 뒷 얘기나 사연 같은 게 있지는 않을까 싶어 검색해 보았는데 웬 사백억짜리 다이아몬드만 등장하시어 한숨을 자아냈다. 역사상 다섯번째로 큰 다이아몬드가 채굴된 광산의 주인과 동명이인인 작가라니 ㅎㅎ 

북부병 존 맥버니는 운이 좋았다. 남북전쟁이 한참이던 시기 양키군인 그가 남부 버지니아주에서 도움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을텐데 (나야 물론 역사는 잘 모르지만) 다리에 포탄을 맞고 쓰러져있는 그를 발견한 것은 마사 판즈워스 신학교의 열세살 소녀 어밀리아였고 자연애호가인 그녀는 숲에서 발견한 모든 것에 소유욕을 느끼는 이상성격이라 당연한 듯 그를 학교로 이끌었다. 젊고 잘생기고 혈기왕성하고 현란한 말솜씨까지 가진 남성의 등장에 오로지 여자뿐인 마사 판즈워스 신학교가 얼마나 들끓었을지는 오롯이 상상에 맡겨두겠다. 독단적이고 독선적이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독을 품은 것만 같은 교장 마사 판즈워스를 위시하여 젊은 시절 파혼 당하고 유약한 성격으로 언니와 학생들에게 휘둘리며 교사 생활 중인 헤리엇, 밀수꾼이라는 직업적 특성에 기인했으리라 예상되는 아버지의 방탕한 성격 아래 황금 주머니를 가득 채우며 성장한 에드위나, 이 남자 저 남자 사이를 떠돌며 자신이 가진 매력만으로 생존했던 엄마를 고스란히 빼어박은 아름다운 얼리샤, 아버지가 군인이므로 자신 또한 군인과 다름없는 지위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루한 연설중독꾼 에밀리, 채 열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악하고 악랄하여 발길질을 불러일으키는 고블린 같은 소녀 마리, 비밀의 화원 속 메리를 닮았지만 반전이 있었던 그녀 어밀리아까지. 이들 일곱 여성은 모두 존에게 매료된다. 각각의 여성에게 던져진 윙크와 키스 귓속말과 위로는 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들을 함락시켰다. 하렘이라도 구축하려나 싶었던 존의 이런 일상은 얼리샤의 방에서 벗어던진 바지와 함께 구겨지기 시작하고 바람둥이의 말로치고도 좀 너무하다 싶은 결말을 맞게 되는데... 

전쟁통, 고립된 여학교, 비틀어진 남성관과 비밀을 간직한 불안정한 사춘기 여자애 다섯에 독신 여성 둘 사이에 끼얹어진 남자라는 존재는 너무나 연약해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그가 부상병이었고 남부와 적대하는 북부군이었으며 출신으로 득볼수 없는 아일랜드 이민자인데다 어느 소속의 군인들에게 넘겨진대도 불운한 미래 밖에 없었을 채 스물도 안된 어린 것이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더욱 찜찜하고. 그가 단 한번도 그 자신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딱 한 번의 대변 기회를 앞에 두고서도 다른 여성들의 말발에 욕설 말고는 아무 것도 내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가엽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였더래로 그에게 다른 기회를 주긴 어려웠을 것이다. 번역가 이진님의 말처럼 사람이 곧 지옥이라는 주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 영화도 함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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