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
양유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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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

 

제목만 보고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유쾌한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같은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은 에세이다. 그것도 표지에는 남몰래 난치병 10년 차, ‘빵먹다살찐떡이 온몸으로 아프고 온몸으로 사랑한 날들이라는 설명도 있다. 제목만보고 오해한 것이 미안해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중학교 때 발병한 루푸스란 난치병과 10년째 싸우며 살아오고 있는 씩씩한 젊은이다. 저자에 따르면 루푸스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아무 문제없는 건강한 지산의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으로 난치성이라는 무서운 병명과 달리 생존율이 90퍼센트나 되는 생각보다 온순한 병이라고 한다. 물론 생존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루푸스 때문에 황달로 온 몸이 노랗게 변해 바나나라는 별명이 생긴 중학생 때에도, 복강 출혈로 인해 입원을 했을 때에도, 약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부어 원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한 결 같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대책 없이 밝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어차피 큰일 난 거 일단 점심 먹고 해결해보자.” (22쪽)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금 비틀어 나쁘지 않은 구석을 찾아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잘 드러나는 말이다. 그러한 모습이 방에서 찍은 영상으로 시작하여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있었던 이야기, 되어가는 이야기, 지금 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놓는데 책 제목의 고층 입원실의 갱스터 할머니는 말기 암 환우분들과 함께 방은 쓰며 입원했던 이야기를 풀어 놓는 한 에피소드의 제목이다. 요실금도 있지만 한사코 타인의 도움을 거부하며 힘든 걸음을 옮기는 병동의 한 할머니를 보고서는 저자가 나름 붙인 별명이 갱스터 할머니는 가족이 있음에도 퇴원을 하는 날까지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저자는 생각한다.


그 어떤 원망도 후회도 미련도 없어 보이는 모습과 자신이 베푼 사랑의 대가보다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할머니를 보며 참 강한 분이라고 느꼈다. (56쪽)


이어 연기를 전공하고 영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담히 풀어놓는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누구보다 좀 더 많이 탑재한 저자이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도 짙기에 그간 남몰래 흘린 눈물과 고민도 함께 털어놓는다. 그래서인지 중간 중간 꿈을 향한 모습을 응원하거나 잠시 쉬어도 된다는 위로가 크게 다가왔다. 25살의 청년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이의 응원이나 위로라고 해도 될만큼 말이다.


현실에 만족하며 지금에 집중하기란 이렇게나 쉽지 않다. 솔직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제일 빛나는 순간 속에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시간이 지난 뒤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할 걸 알고 있는가? 지금에 충실할수록 그리는 미래가 더 가까워진다는 걸 알고 있는가? (67쪽)


우리는 모두 충분한 사람들이니 잠시 멈춰도 되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고 천천히 가도 괜찮을 것 같다. (130쪽)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대목은 에필로그인 나가며에 있었다. 매번 영상을 찍다 처음으로 책을 썼다는 저자가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정답을 찾아가며 좌충우돌하는 듯합니다. 정해진 정답이 있을 거라는 생각과 불편하게 적응해나가곤 하지만 결국 그 과정 끝에 정해진 정답은 없고 나만의 답을 찾을 뿐이죠. …… 나만 아는 고즈넉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251-252쪽)


맞는 말이다. 우리 삶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방식을 배우고 참고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정답이나 해답이 되진 않는다. 나에게 닥침 삶의 질문은 나만의 맞춤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만의 정답을 나만 아는 고즈넉한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 들도록 잘 찾을 수 있도록 오늘하루도 힘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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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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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인물 중 손에 꼽는 이들이 있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나 추리 소설의 탐정이 그들이다. 매번 살인 사건이나 사건에 휘말려 여행하나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경 작가의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의 주인공인 천연주도 불과 열흘간이 부산여행이지만 다양한 사건에 휘말린다. 본인은 탐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탐정이 가는 곳에 사건이 벌어지는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는 탐정임이 분명한 것 같다.

 

때는 1928년으로 민족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천연주는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종종 찾아오는 손님들이 가져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 속 숨어 있는 진상을 풀어주곤 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사고로 화상을 크게 입어 동래온천의 물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그로부터 열흘 간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부산으로 향하는 천연주의 일행은 연주의 시중을 들어주는 러시아인 야나와 과묵하게 그녀의 주위를 지키는 강선생 이렇게 세 명이다.

 

그녀가 겪게 되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1)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서 매구는 천년 묵은 여우를 일컫는다. 연주는 기차에서 꾼 꿈에서 구포의 야시(여우)고개에 사는 매구의 꿈을 꾸는데 매구는 구포의 사람들이 자신의 동족을 대규모로 사냥을 하려고 준비 중이니 이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를 승낙한 연주는 사건의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며칠 전 일어난 사건은 이렇다. 구포에서 큰 세력을 가진 일본인 농장주의 아들이 기르는 개가 갑자기 죽은 일이 발생했는데 그 개를 여우가 물고 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를 찾아간 곳에서 연주는 농장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눠 농장의 아들이 준 곶감을 먹고 기르던 개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 농장주가 여우 사냥을 준비하는 이면 뒤에 진상을 파헤쳐 결과적으로 매구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가 된다.

 

3편 중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가장 향토성이 짙은 에피소드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한 부산 사투리가 이어지기에 어쩌면 외국 소설의 번역서보다 더 알기 어려운 대화도 더러 있어보였다. 다행히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정감 있는 말이었지만... 그렇기에 부산 사람이라는 의무감으로 시작했다는 작가의 조사가 곳곳에 녹아있어 당시 구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2)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드디어 동래 온천장에 도착한 연주일행은 일본에서 건너온 부부와 같은 여관을 쓰게 된다. 거상의 딸인 연주가 온전히 쓰려고 예약을 한 여관인 스미레장이었으나 여관 주인의 부탁으로 일본에서 여행을 온 하자마 부부와 함께 지낸다. 동래의 정재계의 거물인 하자마 후사타로에게 연을 대고 싶은 여관주인이 하자마라는 성을 보고서 계획한 일이다. 하지만 남편인 하자마 시로는 하자마가의 데릴사위로 의사이지만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 하자마 시로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아내인 하자마 스미레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의 이름과 같은 스미레장으로 예약을 한 것이다. 그곳에서 온천을 하면서 천연주 일행과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던 중 스미레의 시종이 들고온 귤을 나눠먹던 중 스미레가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83쪽)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 연주가 사건을 해결하고 한 이야기이지만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도 이상해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의 키가 되는 단서를 발견해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3)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의 부산 중앙동과 남포동인 부산역, 장수통 일대를 배경으로 연주의 학창 시절 선배인 채상미와 그녀의 연인 박경석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다룬다. 상미과 경석은 대학생으로 꾸미고 있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들 주위에 나타난 회색 모자를 쓴 이상한 인물이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다. 이때 연주의 계획으로 장수통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이상한 인물을 따로 추격을 하는 이야기이다.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하면 씁쓸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나에게는 앞의 두 에피소드보다 임팩트는 적은 이야기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주인공인 천연주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된다. 화마로 건강을 크게 상한 인물이기에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사건의 진상에 닿는 것을 보니 마치 애거나 크리스티 미스 마플과 같아 보였다. 다음에는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사건을 다룬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흥미로운 탐정이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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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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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다른 장르의 책보다 소설은 그 제목으로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기에 소설 내용을 짐작하고 읽게 만드는 선입견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도 제목만으로 선입견이 생기기 충분했다. 작가의 전작인 성녀의 구제아름다운 흉기에서도 제목으로 충분히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소설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의심스러운 여성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러한 선입견이 더욱 공고해졌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의 주인공은 동물병원에서 페이닥터로 일을하고 있는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이다. 그의 과거를 살짝 살펴보면 어릴 적 뇌 질환을 앓던 화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를 치료한 의사와 어머니가 재혼을 한다. 명문가인 새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이부동생이 태어나는데 그는 어릴 적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명문가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한다. 그런 집안분위기에 겉돌던 하쿠로는 새아버지의 호적에 오르지 않고 친아버지의 성을 이어받아 수의과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 그 집안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사망소식이 접한다. 경찰은 사고로 결론지은 어머니의 사망이었으나 하쿠로와 그의 동생 아키토는 그들의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의심을 하며 장례를 지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쿠로는 아버지의 집안인 야가미가와 연락을 하지 지내던 중 동생 아키토의 아내라는 가에데라는 여인의 연락을 받는다.

 

이 가에데가 처음 언급한 굉장히 의심스러운 여성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아키토와 결혼을 했다고 말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나 결혼식에 참석한 친족은 전무한 사정이다. 그리고 동생 아키토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가에데에 따르면 IT업계의 사업을 하고 있는 아키토는 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해져 상속문제로 일본으로 귀국을 했다고 하는데 간단한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명문가의 집안의 상속을 대부분 받을 예정인 아키토가 사라져 연락이 되지 않고 그녀의 말만으로 하쿠로는 그녀를 아키토의 아내로 인정하고 그녀를 가족들에게 소개를 함과 동시에 병상에 있는 새아버지의 병문안도 함께 간다. 그 과정이 너무 손쉽게 이루어져 줄곧 그녀를 의심하면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제목의 위험한 이름이 가에데인 것처럼...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아시히신문 신간 소개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에 대한 서평이 있었다. ‘마치 네 권 분량을 한 권에 모두 담은 것 같다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였다. (544쪽)

 

네 권 분량이라고 하기엔 조금 과장된 면도 있으나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54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주인공 하쿠로의 성공한 사업가 동생의 실종, 의학계 명문가인 야가미가의 상속분쟁을 둘러싼 그 속사정, 하쿠로의 친아버지의 사망에 관련된 뇌 의학과년 문제, 하쿠로와 아키토의 어머니의 의문스러운 죽음까지 4가지를 기둥삼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또한 엔지니어 출신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금단의 마술의 레일건과 같이 소설 속에 다양한 과학적인 소재를 이용하는데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에서는 프랙털 도형, 울람의 나선 등 수학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된다. 특히 소수의 배열과 관련된 울람의 나선은 하쿠로의 아버지의 그림과 관련이 있어 소설 후반부의 키가 된다. 울람의 나선을 간단히 소개하면 1에서 시작해 자연수를 연속적으로 그리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면서 써 나가고 나서 소수에 모두 동그라미를 친다. 그러면 나선이 커져 갈수록 소수들이 대각선을 그리는 것을 나타내는 것을 울람의 나선이라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서 마지막 반전을 제외하면 긴장감이 크게 없는 편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가독성 있는 소설이기에 500쪽이 넘는 이야기지만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는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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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과 영향력 - 자기만의 범주를 만드는 글쓰기에 관하여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에트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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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가지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이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이 11초의 시간을 측정하거나 몇 골을 넣는 것으로 확인이 되는 스포츠와는 다르게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다보면 잘 쓸 수 있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보여 미국의 소설가이자 산문 스타일리스트라고 소개된 리디아 데이비스의 형식과 영향력을 읽게 되었다. 책표지의 자기만의 범주를 만드는 글쓰기에 관하여라는 부제도 읽으려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되기엔 충분하였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만의 형식이 생기기 마련이고 어떤 글은 그 영향력을 가지게 되기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이 아닐까란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리디아 데이비스가 누구이고 그녀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은 소위 처음 만나는 작가가 일러주는 글쓰기에 관한 글은 나에게는 어렵게 다가왔다. 읽다 그만두고 다시 읽기를 반복해서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려 읽기는 다 읽었는데 내용을 소화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옮긴이의 말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리디아 데이비스의 에세이 1 Essays One에 수록된 글들 가운데 글쓰기에 관한 부분만 따로 모은 책이다. 대부분 데이비스가 육십대 이후에 쓴 글로, 그가 그동안 주로 단편소설을 쓰는 동안 매혹되어온 다양한 형식과 영향받아온 자료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문학적 자서전에 해당하는 글들이다. (5쪽)

 

문학적 자서전에 대한 글이기에 그녀가 읽고 쓴 글들이 예시로 많이 실려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소설이나 글을 먼저 읽은 독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들을 처음 보는 나에겐 효과가 조금 반감되는 느낌도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렇다.


자신의 본능을 따라 갈 것흔히 소설가들이 작품을 개요를 쓰면 등장인물들이 그글을 이끌어간다고들 하는데 그것과 비슷한 말 같았다. 저자는 글 곳곳에서 이러한 취지의 말을 한다. 그중에서 잘 드러나는 문장을 한 문장 고쳐쓰기에서 찾았다.

 

나는 글을 쓸 때 본능을 따라가는 편이고, 내 충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을 고쳐 쓰고 싶으면, 이걸 고쳐 써봤자 쓸 데도 없다고 되뇌지는 않는다. 그냥 본능을 따라간다. 내가 어떤 일을 한다면 거기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는 그 순간에는 나도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질 것이다. (151쪽)

 

그리고 그 결과로 어떤 글이 쓰든 그것으로 끝이므로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인다.

 

어떤 글이든, 그 글의 청중이나 독자가 되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특수하고 한정된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에게 호소하거나 심지어는 해명까지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199쪽)

 

자신만의 글쓰기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글이 많아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지만 마지막 장인 좋은 글쓰기 습관을 위한 40가지 조언은 실제 유용한 조언이 많이 있었다. 그 중 가장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언 2가지이다.

 

메모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고쳐 써라. 메모들의 듯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보기 위해 그것들을 마치 처음 보는 메모처럼 읽는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라. 적어둔 것으로 무언가를 하게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지속적으로 고쳐 쓰기를 하면 애초에 무언가를 적어둘 때 더 잘 적어두는 법도 배우게 된다. (244쪽)

 

글쓰기 시간을 한번 갖고 나서는 뇌에 계속 떠오르는 것들을 적어놓을 수 있도록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가져라. 다시 말해, 글쓰기를 끝내고 나서 곧바로 친구들과 점심을 먹거나 수업에 들어가지 마라. 곧바로 메일이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도 안 된다. 적어도 15분은 완전히 비워놓아라. …… 당신의 뇌는 이 시간 동안 훌륭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쯤은 더 제공해줄 것이다. (255쪽)

 

하나는 글쓰기에 필요한 좋은 글감을 제공하는 법이고 다른 하나는 글을 다 쓰고 나서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에 대한 유용한 팁인 것 같았다.

 

같은 장에서 저자는 독창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독창적이려고 애쓰지 마라라는 조언도 건낸다. 마치 도덕경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를 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런 글이기에 이해하기가 이렇게 어려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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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지음, 이미옥 옮김 / 퍼스트펭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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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태도보다 나를 소모하지 않는이란 제목에 먼저 눈이 간다. 독일의 언론인인 마티아스 뇔케는 이러한 태도로 겸손을 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겸손이 나를 소모하지 않는 방법이 되는지 궁금해진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해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을 한 점도 없지는 않으나 공감이 되는 주장도 많이 있었다.

 

저자는 지금의 세상과 성공지향형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다음과 같이 한다.

 

과하게 포장된 자랑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고, 무례함이 솔직함으로 둔갑해서 장악하는 세상이 되었다. (19쪽)

 

성공지향형 사람들은 거창하게 보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이야기에도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떠들어댄다. 그런 과장된 행동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26쪽)

 

SNS의 확산으로 자극적인 영상 등이 만연하게 되어 과하게 포장되고 타인의 시선을 끌고 유명해지기 위해 심지어 무례함으로 뭉친 이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장악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조금 과장된 면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거창하게 주위의 끄는 것만은 아닐 것이기에 순수하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적인 이들도 모두 다 매도하는 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현 실태를 진단한 다음 조용하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이루어 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다시 말해 겸손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한마디로 겸손한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소란을 떨지 않고도

과도히 애쓰지 않고도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도

그들은

조용하고 강력하게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해낸다. (110쪽)

 

이렇게 보면 겸손이 일을 해낸다기 보다는 일을 잘하는 사람 중 겸손한 사람의 특성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겸손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 것으로 모든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 있다.

 

앞으로 나서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가 가져다주는 의외의 기쁨은 또 있다. 나를 다 소모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165쪽)

 

앞으로 나서지 않고 낮춤으로써 나를 다 소모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객전도가 되어 나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소극적으로 일에 임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염려가 있긴 하지만 번아웃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번아웃이 오기 전 마음이 서서히 타들어가는 것을 뜻한다는 토스트아웃이 확산되고 있다는 요즘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인 것 같다. 어떠한 경우라도 살아남기 위해 도망가야 할 체력은 남겨놓아야 하는 법이니까.

 

책을 읽으며 동의하지 못할 부분도 있는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였으나 겸손의 힘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겸손함이란, 나 자신을 의심할 수도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나의 견해를 뒤집지 못하는 진실이라고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충고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경청할 수 있는 태도다.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온화하고 현명한 삶의 태도, 이것이 바로 겸손의 힘이다. (260쪽)

 

나만이 옳고 나와 대척점에 있는 이들은 모조리 다 나쁘다고 제거해야 할 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즘이다. 이에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을 의심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나아가 나도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요즘인 것 같다. 겸손이라는 태도에 대하여 저자의 의견을 읽고 나름 나만의 생각도 할 수 있었던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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