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나비클럽 소설선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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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인물 중 손에 꼽는 이들이 있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이나 추리 소설의 탐정이 그들이다. 매번 살인 사건이나 사건에 휘말려 여행하나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무경 작가의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의 주인공인 천연주도 불과 열흘간이 부산여행이지만 다양한 사건에 휘말린다. 본인은 탐정이 아니라고 하지만 탐정이 가는 곳에 사건이 벌어지는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는 탐정임이 분명한 것 같다.

 

때는 1928년으로 민족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천연주는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종종 찾아오는 손님들이 가져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 속 숨어 있는 진상을 풀어주곤 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사고로 화상을 크게 입어 동래온천의 물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향하는 기차에 오른다. 그로부터 열흘 간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부산으로 향하는 천연주의 일행은 연주의 시중을 들어주는 러시아인 야나와 과묵하게 그녀의 주위를 지키는 강선생 이렇게 세 명이다.

 

그녀가 겪게 되는 사건은 다음과 같다.

 

(1)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기서 매구는 천년 묵은 여우를 일컫는다. 연주는 기차에서 꾼 꿈에서 구포의 야시(여우)고개에 사는 매구의 꿈을 꾸는데 매구는 구포의 사람들이 자신의 동족을 대규모로 사냥을 하려고 준비 중이니 이를 막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를 승낙한 연주는 사건의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며칠 전 일어난 사건은 이렇다. 구포에서 큰 세력을 가진 일본인 농장주의 아들이 기르는 개가 갑자기 죽은 일이 발생했는데 그 개를 여우가 물고 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를 찾아간 곳에서 연주는 농장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눠 농장의 아들이 준 곶감을 먹고 기르던 개가 죽은 것을 알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그 농장주가 여우 사냥을 준비하는 이면 뒤에 진상을 파헤쳐 결과적으로 매구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가 된다.

 

3편 중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가장 향토성이 짙은 에피소드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한 부산 사투리가 이어지기에 어쩌면 외국 소설의 번역서보다 더 알기 어려운 대화도 더러 있어보였다. 다행히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정감 있는 말이었지만... 그렇기에 부산 사람이라는 의무감으로 시작했다는 작가의 조사가 곳곳에 녹아있어 당시 구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2)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드디어 동래 온천장에 도착한 연주일행은 일본에서 건너온 부부와 같은 여관을 쓰게 된다. 거상의 딸인 연주가 온전히 쓰려고 예약을 한 여관인 스미레장이었으나 여관 주인의 부탁으로 일본에서 여행을 온 하자마 부부와 함께 지낸다. 동래의 정재계의 거물인 하자마 후사타로에게 연을 대고 싶은 여관주인이 하자마라는 성을 보고서 계획한 일이다. 하지만 남편인 하자마 시로는 하자마가의 데릴사위로 의사이지만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 하자마 시로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아내인 하자마 스미레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의 이름과 같은 스미레장으로 예약을 한 것이다. 그곳에서 온천을 하면서 천연주 일행과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던 중 스미레의 시종이 들고온 귤을 나눠먹던 중 스미레가 청산가리 중독으로 사망을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다’(83쪽)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 연주가 사건을 해결하고 한 이야기이지만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에서도 이상해 보이는 것을 바탕으로 사건 해결의 키가 되는 단서를 발견해 이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3)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금의 부산 중앙동과 남포동인 부산역, 장수통 일대를 배경으로 연주의 학창 시절 선배인 채상미와 그녀의 연인 박경석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다룬다. 상미과 경석은 대학생으로 꾸미고 있지만 독립운동을 하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기에 그들 주위에 나타난 회색 모자를 쓴 이상한 인물이 신경을 쓰일 수밖에 없다. 이때 연주의 계획으로 장수통일대를 한 바퀴 돌면서 이상한 인물을 따로 추격을 하는 이야기이다.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하면 씁쓸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 나에게는 앞의 두 에피소드보다 임팩트는 적은 이야기였다.

 

세 편의 이야기 모두 주인공인 천연주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된다. 화마로 건강을 크게 상한 인물이기에 활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사건의 진상에 닿는 것을 보니 마치 애거나 크리스티 미스 마플과 같아 보였다. 다음에는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의 사건을 다룬다고 하는데 기대가 된다. 흥미로운 탐정이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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