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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7월
평점 :
제목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다른 장르의 책보다 소설은 그 제목으로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기에 소설 내용을 짐작하고 읽게 만드는 선입견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도 제목만으로 선입견이 생기기 충분했다. 작가의 전작인 『성녀의 구제』나 『아름다운 흉기』에서도 제목으로 충분히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소설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굉장히 의심스러운 여성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러한 선입견이 더욱 공고해졌다.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의 주인공은 동물병원에서 페이닥터로 일을하고 있는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이다. 그의 과거를 살짝 살펴보면 어릴 적 뇌 질환을 앓던 화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그를 치료한 의사와 어머니가 재혼을 한다. 명문가인 새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이부동생이 태어나는데 그는 어릴 적부터 천재소리를 들으며 명문가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한다. 그런 집안분위기에 겉돌던 하쿠로는 새아버지의 호적에 오르지 않고 친아버지의 성을 이어받아 수의과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 그 집안과 거리를 두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사망소식이 접한다. 경찰은 사고로 결론지은 어머니의 사망이었으나 하쿠로와 그의 동생 아키토는 그들의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의심을 하며 장례를 지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쿠로는 아버지의 집안인 야가미가와 연락을 하지 지내던 중 동생 아키토의 아내라는 가에데라는 여인의 연락을 받는다.
이 가에데가 처음 언급한 굉장히 의심스러운 여성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아키토와 결혼을 했다고 말하는데 이에 대한 증거나 결혼식에 참석한 친족은 전무한 사정이다. 그리고 동생 아키토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가에데에 따르면 IT업계의 사업을 하고 있는 아키토는 아버지의 죽음이 임박해져 상속문제로 일본으로 귀국을 했다고 하는데 간단한 메모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명문가의 집안의 상속을 대부분 받을 예정인 아키토가 사라져 연락이 되지 않고 그녀의 말만으로 하쿠로는 그녀를 아키토의 아내로 인정하고 그녀를 가족들에게 소개를 함과 동시에 병상에 있는 새아버지의 병문안도 함께 간다. 그 과정이 너무 손쉽게 이루어져 줄곧 그녀를 의심하면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제목의 위험한 이름이 가에데인 것처럼...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아시히신문 신간 소개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에 대한 서평이 있었다. ‘마치 네 권 분량을 한 권에 모두 담은 것 같다’라는 부제가 붙은 기사였다. (544쪽)
네 권 분량이라고 하기엔 조금 과장된 면도 있으나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는 540여쪽의 방대한 분량으로 주인공 하쿠로의 성공한 사업가 동생의 실종, 의학계 명문가인 야가미가의 상속분쟁을 둘러싼 그 속사정, 하쿠로의 친아버지의 사망에 관련된 뇌 의학과년 문제, 하쿠로와 아키토의 어머니의 의문스러운 죽음까지 4가지를 기둥삼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또한 엔지니어 출신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금단의 마술』의 레일건과 같이 소설 속에 다양한 과학적인 소재를 이용하는데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에서는 프랙털 도형, 울람의 나선 등 수학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된다. 특히 소수의 배열과 관련된 울람의 나선은 하쿠로의 아버지의 그림과 관련이 있어 소설 후반부의 키가 된다. 울람의 나선을 간단히 소개하면 1에서 시작해 자연수를 연속적으로 그리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선을 그리면서 써 나가고 나서 소수에 모두 동그라미를 친다. 그러면 나선이 커져 갈수록 소수들이 대각선을 그리는 것을 나타내는 것을 울람의 나선이라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서 마지막 반전을 제외하면 긴장감이 크게 없는 편이긴 했으나 그럼에도 가독성 있는 소설이기에 500쪽이 넘는 이야기지만 지루함없이 읽을 수 있는 『아름답고 위험한 이름, 비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