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에너지, 태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한창이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화석에너지, 석유입니다. 그 석유와 가스를 이유로 심심치 않게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심지어는 이권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현직 기자들이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와 토론을 엮은 책으로 `자원전쟁`이란 제목이라 천연자원을 다루고 있지만, 그 핵심을 석유입니다. 에너지,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이권을 다투는 정치적인 문제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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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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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뇌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는 것이 더 많기에 뇌는 아직 미지의 세계라고들 말한다.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도 아직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많은 뇌를 보유하고 있기에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들 중 단연 인류가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높은 지적능력과 다양한 사회적 성취 등은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를 대표하는 말들이지만, 가끔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는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을 하는 것도 우리들이다.

 

 자신을 심리학자도, 신경과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며, 책이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 치료사 행세를 할 생각도 없다고 소개한 저자는 과학은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을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도구라며 인지과학에 대한 많은 연구와 실험들을 소개하며 실생활과 연관된 뇌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많은 실험 데이터를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불편한 책이다. 그가 설명하는 뇌는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을 좇으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정보 조각을 연결해 패턴을 파악하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하며, 감정이나 환경에 휘둘리는 판단을 하는 등’ 불안전하다. 영장류의 최고봉에 서있는 인류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은 결론이기는 하다. 이렇듯 저자는 뇌가 발전적일 것이고, 치밀하며, 성실하기도 하고, 주도적이며, 스마트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나하나 깨뜨려버린다.

 

 하지만 빠른 다리도 날카로운 이빨도, 심지어는 맹독도 가지지 못한 인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뇌는 불확실한 것을 피하고 가장 안전한 것을 추구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언젠가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이들로 인해 역사가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들은 조심성이 많고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이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소위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경제와 같이 돈이나 재화와 같은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생존과 관련된 일이라면 리스크는 곧 생명이 된다. 그래서 모험적이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큰 획을 그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와 비례해서 생명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어떤 생물체를 막론하고 제1의 목표는 종족보존이기에 우리 뇌는 이렇게 진화하지 않았을까?

 

 뇌는 우리 몸의 총에너지 약 20%를 쓴다고 한다. 피를 분배하지도 않고, 호흡을 하거나 근육을 움직이지도 않지만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비록 생각하는 것만큼 발전적이지도, 치밀하지도 않지만 인류가 이렇게까지 발전을 해온 것은 바로 두뇌의 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름길을 좋아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난 기억을 자의적으로 상상해서 메꾼다는 것 등 뇌의 기능을 조금 알 수 있게 된다면 생활에 도움이 하등 되지 않는 멍청한 일을 저지르고 매번 후회하는 일은 조금 줄어들 것이다.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라는 핑계 아닌 핑계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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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만나라 - 시인 장석주가 전하는 1만 년을 써도 좋은 지혜
장석주 지음 / 예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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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능을 마치고 뭔가 고상한 책을 보고 싶은 마음에 며칠을 고민하다 『도덕경』을 택한 적이 있다. 부끄럽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을 읽고 고민하는 것이 고상해 보였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그때도 『도덕경』의 오의도 내용도 모른다고 하는 쪽이 맞지만 그래도 『도덕경』을 선택한 것이 가끔은 기특해질 때도 있다. 장석주 시인도 사십대가 되어서야 『노자』와 『장자』를 곁에 두고 읽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멀리 유학을 가있는 아들에게 나날의 일들과 감회,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과 보람, 자연의 변화,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마음의 무늬 그라고 사람 사는 도리에 대해 속내 드러낸 얘기를 나누고자 『노자』의 구절을 빌려 이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p. 12)

 

 책의 표지에는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고 아비의 마음으로 풀어낸 『노자』’라는 문구가 있다. 다방면의 독서가이자 당대의 해석자임이 틀림없는 장석주 시인이기에 시인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그보다는 글의 구석구석 아들을 향한 마음이 더 느껴져 아비의 마음으로 풀어냈다는 쪽이 더 책과 가까워 보였다.

 

 먼저 질풍노도의 시기를 맞았고, 도서관에서 긴 사유의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고, 책을 엮고, 책을 만든 그가 십여 년 전 호숫가에 집을 짓고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오롯이 아들에게 일려주고 있다. 노자의 지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이 읽었으면 좋을 책들을 권하고, 묵상, 단식 심지어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빈둥거리기도 권하면서 참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근 일 년 동안 아들에게 쓴 메일을 정리한 것이기에 글 속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예전에 읽은『도덕경』도 그러했듯이 어렵고 말이 안 되는 듯 되는 그런 글들을 먼저 고민을 해보고 인생을 살아본 선생님과 아버지처럼 일러주는 가르침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장석주 시인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 자식에게 좋은 것을 하나 더 알려주려고 하는 그런 따스함도 함께 말이다.

 

 이『아들아, 서른에는 노자를 만나라』를 읽었다고 해서 노자를 온전히 만났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책의 말미에 『노자』의 전문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물 흐르듯 살라’, ‘잘 굴러가면 바퀴 자국이 남지 않는다’라는 제목에서 말해주 듯 『노자』의 주요구절과 그에 맞는 개인적인 체험 및 지혜를 일러주는 형식이다. 노자를 만나기 위한 워밍업은 충분히 될 것이다. 게다가 세상의 다른 지혜도 덤(?)으로 알려주고 있느니 다른 독서를 불러일으키는 소위 키북(key book)이 되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언젠가 다산 정약용선생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아들에게 당부하는 글로 빼곡히 적힌 그 서찰에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마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당대의 대학자도 유배지에서 자식의 공부를 걱정할 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비의 심정은 동일해보였다. 그런 상황과는 조금 다르지만 멀리 떨어진 아들을 그리며 쓴 글이기에 아직은 아들로만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글이었다.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아들, 딸들이 아비의 심정으로 일러두는 저자의 글에서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인생은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하나의 해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개의 길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이 어떤 길이든 타고난 너 자신, 즉 너의 본성과 직관이 가리키는 길을 따르도록 해라. 아울러 항상 존재의 기쁨과 살아 있다는 기쁨을 오롯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몸과 마음을 소박하고 고요한 데 두되, 작은 기쁨들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마라.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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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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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어사전에서는 화란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못마땅, 언짢음이란 어휘에서 드러나듯이 화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주위에 화에 관한 서적들은 화를 풀어내거나 화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다. 대게 화를 참거나, 화를 풀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화를 참거나 화를 풀기 전에 화가 나기 마련인데 화를 어떻게 내는지에 대해서는 잘 다루진 않는다. 주위에서도 화는 잘 다스리거나 참는 것이 좋다는 소리는 들어봤지 화가 나면 화를 제대로 내라는 소린 못 들어봤으니 말이다. 오죽 했으면 우리네 정서를 가리키는 말이 ‘한’이고 ‘화병’이란 병이 있었을까?

 

 일본도 화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공공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사회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일본인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수용되기 바라는 욕구는 강하면서 반대로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인하여 화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분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감정이므로 당연히 자연체계 안에 포함된다. 따라서 누군가가 인간에게서 그 감정을 빼앗는다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셈이 된다. 즉,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자연에 돌연변이가 생겨나듯 사회에도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된다.(p.27)’며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화를 잘 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성으로써 자신을 조절하는 선택을 자유라고 부른 칸트의 견해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화를 내면 진정한 승인을 획득하게 된다는 견해, 들뢰즈와 가타리의 기존 질서에 맞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유목민’이라는 개념들은 소개하면서 화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화를 참는 법에 국한된 종교적인 견해, 특히 불교의 관점을 비판하고 있다.

 

 시쳇말로 ‘꼭지가 돈다’, ‘뚜껑이 열린다’는 모두 화를 내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이렇듯 화를 내는 모습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을 생각하기가 쉽다. 그래서 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화를 저자는 감정이 드러나는지와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지의 2가지 지표에 근거하여 화를 구분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만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자폭형’ 화를 지양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형’화를 내는 것이 좋다며, 화를 내는 것도 의문의 발견, 문제의 제기, 의견의 제시, 논의의 진행, 결론의 정리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요컨대 무턱대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불합리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불합리하고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는 에너지가 바로 화라는 감정이므로 화의 에너지는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힘 같은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많은 철학자들의 화에 대한 견해 및 철학자의 소개는 인상적이었지만, 일본인 저자의 특성상 자국의 현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시를 든 것이 많아 이런 부분의 이질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참고 다스리는 화에서 내는 그것도 제대로 내는 화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룬 점에서는 기존의 서적과는 다른 참신한 「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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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
황선도 지음 / 부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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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바다를 자연이라는 연구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수산물을 얻어 내는 생산 대상으로 보아 학문적 접근보다는 경제적 관점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 경제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수산물에서 수산생물로 관점을 넓혀 폭넓고 깊은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상 자체를 이해해야 그 활용 방안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p. 9)

 

 우리 바다의 어류를 연구해온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 서문중의 일부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조차도 책에 실린 명태, 아귀, 갈치, 고등어 등 어류들을 그저 반찬이나 별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살아 왔으니 물고기들의 이야기보다는 물고기들의 살과 알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과학자의 눈으로 하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게 풀어나가고 싶었다는 저자는 1년, 열두 달의 대표 어류를 선정해 16종의 어류들(넉 달은 두 종류의 물고기를 소개한다)을 자세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귀의 암수 성비는 6대 4로 산란기에는 암컷이 비율이 66∼81퍼센트로 늘어난다(p. 42)는 자연산의 조피볼락과 양식의 조피볼락의 차이점, 책의 제목에서 밝히듯 멸치와 같은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의 귀 속에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하는 이석이 있는데, 이 이석의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 및 살아온 정보들을 알 수 있다(p. 93)는 등 다소 과학적인 설명도 있었지만, 영암 어란이나 장고항 실치축제 등 생활밀착적인 정보도 같이 수록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예부터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물고기인 만큼 물고기들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추적을 하는 부분이었는데, 특히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수록된 부분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아귀와 비슷한 물메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물메기는 『자산어보』에 ‘헤매게 할’ 미迷자에 ‘일을 시킬’ 역役자를 쓴 ‘미역어迷役魚’로 적혀 잇는데, 이를 보면 정약전 선생도 이 물고기를 ‘어디에 써 먹어야 하나’하는 의문을 가졌던 듯하다. (p.43)

 

 얼마 전 올해는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적어서 서해안에 꽃게 풍년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책에 소개된 물고기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어획량의 감소라든지 일본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오염 등 주위에 우울한 이야기만 들려오고 있는 우리 바다에서 간만에 좋은 소식이었다. 물론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물고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어획량에 따른 가격변동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물고기의 생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밥상에서 좀 더 다채로운 화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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