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국어사전에서는 화란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못마땅, 언짢음이란 어휘에서 드러나듯이 화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주위에 화에 관한 서적들은 화를 풀어내거나 화를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이 대부분이다. 대게 화를 참거나, 화를 풀기 보다는 많은 이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화를 참거나 화를 풀기 전에 화가 나기 마련인데 화를 어떻게 내는지에 대해서는 잘 다루진 않는다. 주위에서도 화는 잘 다스리거나 참는 것이 좋다는 소리는 들어봤지 화가 나면 화를 제대로 내라는 소린 못 들어봤으니 말이다. 오죽 했으면 우리네 정서를 가리키는 말이 ‘한’이고 ‘화병’이란 병이 있었을까?

 

 일본도 화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공공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사회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문제가 있다.’는 미국의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일본인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수용되기 바라는 욕구는 강하면서 반대로 다른 사람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인하여 화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분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감정이므로 당연히 자연체계 안에 포함된다. 따라서 누군가가 인간에게서 그 감정을 빼앗는다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셈이 된다. 즉,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자연에 돌연변이가 생겨나듯 사회에도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된다.(p.27)’며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에 화를 잘 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성으로써 자신을 조절하는 선택을 자유라고 부른 칸트의 견해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화를 내면 진정한 승인을 획득하게 된다는 견해, 들뢰즈와 가타리의 기존 질서에 맞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유목민’이라는 개념들은 소개하면서 화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면서 화를 참는 법에 국한된 종교적인 견해, 특히 불교의 관점을 비판하고 있다.

 

 시쳇말로 ‘꼭지가 돈다’, ‘뚜껑이 열린다’는 모두 화를 내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이렇듯 화를 내는 모습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을 생각하기가 쉽다. 그래서 화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화를 저자는 감정이 드러나는지와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지의 2가지 지표에 근거하여 화를 구분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만 문제 해결이 안 되는 ‘자폭형’ 화를 지양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형’화를 내는 것이 좋다며, 화를 내는 것도 의문의 발견, 문제의 제기, 의견의 제시, 논의의 진행, 결론의 정리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요컨대 무턱대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불합리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라는 것이다. 게다가 불합리하고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는 에너지가 바로 화라는 감정이므로 화의 에너지는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힘 같은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많은 철학자들의 화에 대한 견해 및 철학자의 소개는 인상적이었지만, 일본인 저자의 특성상 자국의 현실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시를 든 것이 많아 이런 부분의 이질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참고 다스리는 화에서 내는 그것도 제대로 내는 화의 본질적인 부분을 다룬 점에서는 기존의 서적과는 다른 참신한 「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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