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 물고기 박사 황선도의 열두 달 우리 바다 물고기 이야기
황선도 지음 / 부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서는 바다를 자연이라는 연구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수산물을 얻어 내는 생산 대상으로 보아 학문적 접근보다는 경제적 관점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 경제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수산물에서 수산생물로 관점을 넓혀 폭넓고 깊은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상 자체를 이해해야 그 활용 방안도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p. 9)

 

 우리 바다의 어류를 연구해온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 서문중의 일부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나조차도 책에 실린 명태, 아귀, 갈치, 고등어 등 어류들을 그저 반찬이나 별식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살아 왔으니 물고기들의 이야기보다는 물고기들의 살과 알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과학자의 눈으로 하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게 풀어나가고 싶었다는 저자는 1년, 열두 달의 대표 어류를 선정해 16종의 어류들(넉 달은 두 종류의 물고기를 소개한다)을 자세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귀의 암수 성비는 6대 4로 산란기에는 암컷이 비율이 66∼81퍼센트로 늘어난다(p. 42)는 자연산의 조피볼락과 양식의 조피볼락의 차이점, 책의 제목에서 밝히듯 멸치와 같은 단단한 뼈를 가진 경골어류의 귀 속에 몸의 균형을 감지하는 평형기관 구실을 하는 이석이 있는데, 이 이석의 단면을 보면 나무의 나이테 같은 무늬가 있어 나이 및 살아온 정보들을 알 수 있다(p. 93)는 등 다소 과학적인 설명도 있었지만, 영암 어란이나 장고항 실치축제 등 생활밀착적인 정보도 같이 수록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예부터 우리 주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물고기인 만큼 물고기들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추적을 하는 부분이었는데, 특히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에 수록된 부분이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아귀와 비슷한 물메기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물메기는 『자산어보』에 ‘헤매게 할’ 미迷자에 ‘일을 시킬’ 역役자를 쓴 ‘미역어迷役魚’로 적혀 잇는데, 이를 보면 정약전 선생도 이 물고기를 ‘어디에 써 먹어야 하나’하는 의문을 가졌던 듯하다. (p.43)

 

 얼마 전 올해는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 적어서 서해안에 꽃게 풍년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책에 소개된 물고기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어획량의 감소라든지 일본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오염 등 주위에 우울한 이야기만 들려오고 있는 우리 바다에서 간만에 좋은 소식이었다. 물론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물고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어획량에 따른 가격변동에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물고기의 생태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밥상에서 좀 더 다채로운 화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