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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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뇌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는 것이 더 많기에 뇌는 아직 미지의 세계라고들 말한다.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도 아직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많은 뇌를 보유하고 있기에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들 중 단연 인류가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높은 지적능력과 다양한 사회적 성취 등은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를 대표하는 말들이지만, 가끔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는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을 하는 것도 우리들이다.

 

 자신을 심리학자도, 신경과학자도 정신과 의사도 아니며, 책이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 치료사 행세를 할 생각도 없다고 소개한 저자는 과학은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을 둘러싼 난제들을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최상의 도구라며 인지과학에 대한 많은 연구와 실험들을 소개하며 실생활과 연관된 뇌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많은 실험 데이터를 인용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조금 불편한 책이다. 그가 설명하는 뇌는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확실한 것을 좇으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정보 조각을 연결해 패턴을 파악하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하며, 감정이나 환경에 휘둘리는 판단을 하는 등’ 불안전하다. 영장류의 최고봉에 서있는 인류에게는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은 결론이기는 하다. 이렇듯 저자는 뇌가 발전적일 것이고, 치밀하며, 성실하기도 하고, 주도적이며, 스마트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나하나 깨뜨려버린다.

 

 하지만 빠른 다리도 날카로운 이빨도, 심지어는 맹독도 가지지 못한 인류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뇌는 불확실한 것을 피하고 가장 안전한 것을 추구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언젠가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이들로 인해 역사가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들은 조심성이 많고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이들이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소위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경제와 같이 돈이나 재화와 같은 것이라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생존과 관련된 일이라면 리스크는 곧 생명이 된다. 그래서 모험적이면 역사의 한 페이지에 큰 획을 그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와 비례해서 생명을 위협받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어떤 생물체를 막론하고 제1의 목표는 종족보존이기에 우리 뇌는 이렇게 진화하지 않았을까?

 

 뇌는 우리 몸의 총에너지 약 20%를 쓴다고 한다. 피를 분배하지도 않고, 호흡을 하거나 근육을 움직이지도 않지만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비록 생각하는 것만큼 발전적이지도, 치밀하지도 않지만 인류가 이렇게까지 발전을 해온 것은 바로 두뇌의 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름길을 좋아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난 기억을 자의적으로 상상해서 메꾼다는 것 등 뇌의 기능을 조금 알 수 있게 된다면 생활에 도움이 하등 되지 않는 멍청한 일을 저지르고 매번 후회하는 일은 조금 줄어들 것이다.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으니까.”라는 핑계 아닌 핑계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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