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사회(毒性社會)’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기업에 ‘몸 파는’ 과학자들,
조작된 연구 결과를 그대로 쓰는 규제 기관
“암, 불임, 기형아 출산도 화학물질 때문이다”
‘체내 화학물질 축적량’과 ‘칵테일 효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일상 속 독성화학물질
아스파르탐
설탕보다 200배나 높은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설탕의 1/200의 칼로리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어 코카콜라 제로 등 다이어트 식품에 주로 쓰인다. 그 외에도 각종 소스, 감자칩, 시리얼, 음료수, 껌, 술 등 6000여 개의 식품과 300개 이상의 의약품에 첨가제로 쓰이고 있다. 뇌 속 화학 작용을 바꿔 뇌종양, 간질 등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제조 기업과 결탁한 규제 기관들의 묵인 속에서 사용 승인되어 현재 전 세계 약 2억 명의 인구가 섭취하고 있다.
PVC
폴리염화비닐. PVC를 가공할 때 유연하게 해 주는 용도로 쓰이는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는 간암과 췌장암을 불러일으키고 생식과 성장에 해를 끼치는 강력한 독성 물질이다. 풍선, 식탁보, 장화, 샤워 커튼, 우비, 의료 수액팩, 혈액팩, 식품 포장 랩 등 물렁물렁하거나 잘 늘어나는 플라스틱 제품에는 DEHP가 들어 있다. 현재 장난감, 인공 젖꼭지, 화장품 등에는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그 외에는 여전히 쓰이고 있다.
비스페놀A
플라스틱 제조 원료. CD, 플라스틱 용기, 젖병, 음료수 캔 등에 쓰이는데, 음식과 접촉하면 그 안으로 침투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작용하여 정자 수를 감소시키거나 유방암 등을 일으킨다. 극소량으로도 아주 위험하여 임산부의 경우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데, 현행 일일섭취허용량 제도로는 그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화학 기업에서는 11건의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으나, 독립적인 연구에서는 115건 중 94건, 90% 이상이 그 위험성을 지적했다.
DES
디에틸스틸베스트롤. 1938년 영국인 찰스 도즈가 최초로 합성한, 에스트로겐 유사 효과를 갖고 있는 환경 물질이다. DES는 제조하기 쉽고 비용도 싸기 때문에 다방면에 이용되었다. 가축의 생장을 촉진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기에 상업적으로도 그 가치가 뛰어났으며, 폐경기 여성의 안면 홍조와 질염 치료, 젖 분비를 끊으려는 산모, 사춘기 소녀의 여드름 치료, 성장 조절, 심지어 응급 피임약으로도 쓰였다. 하지만 산모가 임신 중에 섭취했을 때 아기들에게 해표지증과 같은 기형을 초래하며, 기형이 없다 하더라도 일정 나이가 되면 질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
PCB
폴리염화바이페닐. 변압기나 유압 장치에 냉각액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플라스틱, 페인트, 잉크, 종이 등 다양한 제품에 윤활제로 쓰인다. 강력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그 처리가 쉽지 않고, 잘못 처리하면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
다이옥신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LD50(반수치사량)은 0.02mg/kg. 세계보건기구는 ‘지극히 위험한’ 물질로 분류. 1957년 독일의 빌헬름 샌더만이 최초로 발견. 1976년 7월 16일, ‘세베소 재앙’으로 불리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뒤 ‘세베소의 독’이라고도 불림. 다이옥신 80g을 상수도망에 뿌리면 8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 하나를 없앨 수 있다. 인간이 다이옥신에 노출되면 온몸에 농포가 올라와 몇 년 동안 지속되거나 평생 사라지지 않는 염소여드름에 걸린다.
벤젠
클로르벤젠 또는 모노클로르벤젠. 벤젠은 원래 콜타르의 부산물이다. 합성 접착제와 염료 제작에 용매로 사용되었고 금속의 얼룩을 빼기 위한 용매, 합성 고무, 플라스틱, 폭약, 농약 제조 시 중간재, 휘발유 첨가제로 쓰이기도 했다. 간, 신장, 폐,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증기로 흡입하면 200ppm(930mg/㎥) 노출 시 안구와 호흡기가 자극된다. 대량 노출 시에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반수 상태, 신체 조정 능력 상실, 중추신경계 퇴화, 의식 혼란 등 급성 신경계 질환을 동반한다.
DDT
1939년 스위스의 폴 뮐러가 발견. 제초제의 성분으로 쓰였던 내분비계 교란 물질.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벼룩을 없애기 위해 수천 명에 달하는 군인, 난민, 포로에게 사용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해충이라도 박멸할 수 있는 ‘기적의 살충제’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특히 말라리아를 죽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LD50은 113mg/kg(쥐의 경우)밖에 되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내분비 계통을 교란시켜 암을 유발하고, 특히 아이를 낳기 전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기형아 출산이나 불임 및 난임이 발생할 수 있다.
▸추천의 말
아는 것이 힘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식탁을 점령해야 한다!
《르몽드》
농약에서부터 식품첨가제까지 우리 일상에 만연한 독성화학물질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압력과 조작을 폭로한다.
《엑스프레스》
저자가 원하는 것은 특종이 아니라 모두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증거다.
《라크루아》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위험 물질들을 열거하는 데에 있지 않다. 화학물질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단서를 흐리는 화학 기업들의 조작을 파헤치기 위해 추리소설 기법을 도입한다.
《주르날뒤디망슈》
철저하고 정밀한 데이터와 수치로 보는 충격적인 현실!
《레쟁록큅티블》
마리 모니크 로뱅 Marie-Monique Robin
언론인, 다큐멘터리 제작자.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신문학을 전공했고, 프랑스 공영 채널 중 하나인 France3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1989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1995년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언론인상 알베르 롱드르 상을 받았고,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누비며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를 제작하여 국제무대에서 서른 차례 상을 받았다. 오랜 기간의 취재를 거쳐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현재 그것을 다시 책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그녀가 다룬 문제로는 인권, 에이즈 예방, 매 맞는 아내, 아동 성폭력 퇴치 운동의 부작용 등이 있으며, 2004년부터는 생물다양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몬산토: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장기 도둑: 장기 매매에 대한 집중 취재』, 『식스센스, 과학과 파라노말』, 『20세기 명사진 100』, 『21세기 명사진 100』, 『죽음의 기병대, 에콜 프랑세즈』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를 나온 뒤 파리통역번역대학원(ESIT) 번역부 특별 과정을 졸업했다.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장벽』, 『르몽드 세계사』, 『2033 미래 세계사』,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서구의 종말, 세상의 탄생』, 『검열에 관한 검은 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