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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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웅이 세상을 다스를 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하여 환웅은 쑥과 마늘만으로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쑥과 마늘을 견디지 못한 호랑이는 동굴을 뛰쳐 나가고 참을성 많은 곰만이 삼칠일을 견뎌내 사람이 되었고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나았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인 단군신화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 우리나라에 대해 배울 즈음에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 후 곰이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무렵 곰을 토템으로 삼는 부족이 호랑이를 토템으로 삼은 부족을 물리치고 세력을 잡으면서 그들의 정당성을 위해 단군신화가 생겨났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접하면서 그럴수도 있겠다며 그동안 배웠던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알에서 태어났다던 박혁거세나 주몽 등의 이야기는 왜 불가사의한 일을 그릴까란 생각을 짧게나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이에 “인간은 이야기에 탐닉하도록 진화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멸」은 이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었다. 또한 갓셜은 이야기, 픽션은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쾌락을 제공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며 삶의 예행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즉, “이야기는 사회의 윤활유이자 접착제이다. 올바른 행동을 장려함으로써 사회적 마찰을 줄이고 공통의 가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묶는다. 이야기는 우리를 균질화한다. 즉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마셜 맥루언의 ‘지구촌’ 개념에는 이런 뜻이 담겨있다. 기술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같은 매체를 접하게 함으로써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마을의 주민이 되게 한다. (p. 170)”고 이야기를 설명한다. 게다가 이야기는 구술에서 점토판으로, 육필 원고로, 인쇄 서적으로, 영화로, 텔레비전 등으로 점차 다양하고 디지털적으로 진화했지만 이야기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이야기기 세상을 더 잘 살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이야기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었다는 말에 눈길이 갔다. 언젠가 서양의 문화는 ‘I’로 표현되는 개인중심이고, 동양의 문화는 ‘We’로 표현할 수 있는 공동체중심이라는 글을 보면서 ‘우리’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주 쓰던 우리라는 말이었지만 공동체라는 개념과 연관시킬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그림은 울타리였다.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은 ‘우리’ 안이지만 울타리 밖의 이들은 ‘너희’로 배타적이고 심지어는 적대적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는 갓셜의 이야기의 역할을 보고는 단군신화를 비롯해서 건국 설화 등의 탄생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다.

 

 이야기에 대해 신경과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심지어는 종교적으로 다양한 접근을 하면서 인간이 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마지막 장이었다. 이야기에 탐닉하는 것과 음식에 탐닉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유행성 정신 당뇨병’ 같은 현상을 우려한 부분이었는데,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심지어는 로그아웃으로 1년을 살아 예전과 같은 삶을 회복했다는 이야기가 책으로도 나오는 요즘에 몰입적인 쌍방향 이야기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어 이야기가 미래에 인간의 삶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경고는 공감이 되었다.

 

 이야기에 대한 책답게 이야기는 왜 말썽에 집착을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다음 장에 이야기 친화적인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책에 대한 몰입도는 여타 소설책 못지않게 뛰어났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책’ 이라면 너무 간단할 것 같지만 이만한 말도 없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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