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기억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하는 소설>은 강영숙, 김숨, 임성순 등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일종의 컴필레이션 소설집이다. 각 작품은 모두 비극을 다루고있다. 비극의 종류는 다양하다. 건물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앉는다. 전염병으로 가축이 죽어가고, 혹은 나의 외면 속에 가까운 누군가가 스스로 옥상에서 떨어진다. 


수록 작품 중 조해진 작가의 <하나의 숲>은 내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현직 특성화고 교사로서, 매년 고3 학생들이 취직을 하는 모습을 본다. 누군가는 버티고 누군가는 포기하고 돌아온다. 그 과정에는 분명 '버티거나 포기한다'라는 말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지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알고자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너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모든 비극은 단순해진다. 단순한 일은 기억되지 않는다.


최은영의 <마카엘라>에서 나의 어머니는 너의 비극을 나의 비극으로 받아들인다. 천주교 신자인 그녀는 교황의 미사를 현장에서 보고자 광화문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친구를 찾는 노인을 발견한다. 그 노인은 자신의 친구가 (세월호를 암시하는)사고로 딸을 잃었다고 한다. 노인은 그 친구와 함께하고자 한다. 그 친구의 고통의 곧 나의 고통이기에. 어머니 역시 그녀와 동행한다.


그녀는 너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였다. 너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기에. 나에게 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지 느꼈기에.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임성순의 <몰>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문장 중 가장 강하게 뇌리에 박힌 문구이다. 정말 우리는 망각했기에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다. 구의역 청년도, 정인이도 그외 수많은 가족, 이웃, 친구들을 우리는 잃었고 잃어간다. 잃지 않기 위해선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는 소설>은 '너의 이야기'일 뿐인 비극을 '나의 이야기'로 보게끔 한다. 그것은 '나의 이야기' 될 수도 있다. '나의 이야기'가 되면 기억할 수 있다.


무엇을, 왜 기억해야하는가 그리고 이 사회에서 '소설'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 <기억하는 소설>은 그 대답 중에 하나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팝콘 먹는 페미니즘 - 스크린 속 여성 캐릭터 다시 읽기
윤정선 지음 / 들녘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한 제목의 책 <팝콘 먹는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담은 양질의 여성 서사 영화(여성의 주제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올해 4월부터 여성신문에 <페미니즘으로 읽는 그림책>을 연재하는 등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어린이 책을 바라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윤정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영화의 영역에도 손을 뻗었다. 본 책에는 <디 아워스>, <미씽>, <내일을 위한 시간> 등 총 12편의 영화가 소개되며, 작가는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이슈들(여성혐오, 탈코르셋, 가부장제)과 연관 지어 위 영화를 읽는 방법(페미니즘에 입각한 영화독법)을 제시하고 있다. 즉 본 책은 영화 비평서가 아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일명 벡델 테스트(미국의 여성 만화가 벡델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한 영화들에 실망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 소개서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이 책을 서가 꽂는다면 몇 번대가 될까? 아마 600번대보단 300번대에 가까울 것 같다. 본 책은 영화 안내서의 기능도 충실히 하고 있지만, 그보단 페미니즘 이슈를 다루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벌어진 여성 관련 범죄들과 여성 혐오 사건들 예컨대 미투 운동’, ‘강남역 살인사건등을 언급하며, 이 사건들이 갖는 의미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저자가 여성으로서 겪어 온 삶과 그 안에 있었던 여성혐오(특히 가부장제)에 대해서도 담담히 고백하며 그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 말하고 있다.

 

공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사서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페미니즘 책을 읽히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매일 매일 절절히 느끼고 있다. 어쩌면 영화를 매개로 한 이 책이라면 학생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본 책에는 영화와 함께 읽어볼 법한 책들도 소개되는 데 이 부분은 사서에게도 유용하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질문하는 영화들 - 〈기생충〉에서 〈어벤져스〉까지 우리가 열광한 영화 깊이 읽기
라제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문하는 영화들>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라제기의 영화 에세이이다. 저자는 내로라하는 영화 마니아이다. 그는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15년간을 갇혀 살아도 매일 새로운 영화만 틀어준다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며, 한국일보 입사 후 영화 담당 기자로 10년간 일하면서 매일 두 편 이상의 영화를 봐온 사람이다. 그런 저자가 선별한 25편의 영화 이야기가 본 책에 실려있다. 저자는 이 25편의 영화들을 주제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자본주의, 페미니즘, 가족의 의미 등)로 분류하고, 해당 영화들이 어떤 질문을 제시하는지 전달하고 있다.

 

<질문하는 영화들>에는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을 비롯하여 올해 초에 개봉한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친숙한 영화들이 등장한다. 기존의 영화 에세이들이 <대부>, <시네마 천국> 등 보기 부담스러운 고전 명작들을 다뤘던 것과는 다른 점이다. 더불어 단순무식한 영화로 치부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특히 어벤져스나 토르같은 히어로물)에서 극도로 진화된 AI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던지 국가를 구성하는 것은 영토인가 국민인가?’ 같은 무거운 질문들을 뽑아내고, 독자의 성찰을 유도하는 점은 이 책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이는 오랜 기간 영화를 보고 공부해온 저자의 내공 덕분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영화를 소재로 사회적 함의를 지닌 각종 이슈들에 대하여 막힘없이 전달하고 있다. 그것도 재미있게.

 

개인적으로 필자가 본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부분은 영화 <와즈다(2012)>에 대한 이야기였다. <와즈다>는 나름 영화를 본다고 자부했던 나로서도 처음 들어보는 영화로 무려 사우디아라비아산()이다. <와즈다>는 여성은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전거 타기를 시도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본작은 여성이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본 책이 아니었으면 결코 몰랐을 영화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나처럼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영화를 깊게 보는 법을 익혔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까만 단발머리
리아킴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나의 까만 단발머리>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대표 안무가 리아킴의 에세이이다. 제목대로 짧고 날카롭게 커트한 까만 단발머리가 인상적인 리아킴은 2018댄싱하이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그 이전에 이미 세계 대회를 2회 연속으로 제패하고 각종 아이돌의 안무를 제작했으며, 특히 1,7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 올라온 댄스 영상으로 전 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한 스타 안무가였다. 본 책에는 그녀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춤과 인생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철학과 태도가 담겨있다.

 

본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담백함이다. 단순히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에 올랐는지만 서술된 것이 아니다. 삶의 부끄러운 부분까지 솔직하게 담겨있다. 예컨대 왕따를 당했던 학창시절, 부족한 사회성으로 자신의 팀이 와해 된 이야기, 애증의 관계였던 어머니와의 관계, 자신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위대한 탄생댄싱9’에 출연했던 이야기(리아킴은 두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별 활약을 못한채 탈락하였다), 바퀴벌레가 출몰하는 지하 연습실에서 술과 함께 보냈던 일상 등이 가감없이 담겨있다. 독자들은 이 내용을 읽으며 그녀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줄이고, 그녀의 삶도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책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춤에 대한 그녀의 생각도 인상깊다. 그녀는 그저 즐기라고 말한다. 막걸리를 거하게 마시고 자기도 모르게 춤사위를 펼치는 시골의 할아버지를 보며 춤이란 것이 저런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결국 춤이란 ''이고,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말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남을 신경 쓰지 말라는 것, 나처럼 형편없는 시절을 보낸 사람도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자신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청소년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길지 않은 분량의 책에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점이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진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무난하게 추천할 만하다. 리아킴이 유튜브 스타이고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는 대중스타라는 점이 학생들에게 친숙함을 줄 수도 있겠다. 만약 학교에 댄서를 꿈꾸는 학생이 많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구하자, 이상훈 - 18.44미터의 약속
김태훈 지음 / 소동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18.44미터의 약속) 야구하자 이상훈>LG트윈스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야생마이상훈의 삶을 다룬 책이다. LG트윈스와 이상훈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전기(傳記)로서, 조상진 감독을 만나 리틀 야구팀 신길화랑에서 처음 야구를 접했던 때부터 올해 초 엠비씨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발탁되기까지 그의 모든 일생을 담고 있다. 참고로 제목에 써있는 18.44미터는 투수로부터 마운드까지의 거리이다.

 

  필자는 야구를 전혀 모른다. 관심도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 푹 빠져들어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이는 김태훈 작가의 필력 덕도 있겠지만, 그보단 '이상훈'이라는 사람이 주는 인간적인 매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고교 시절 14타자 연속 탈삼진이란 무시무시한 기록을 세우고, 신인 최고 연봉으로 엘지에 입단하여 이듬해 LG트윈스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린 후, 일본, 미국에 진출하여 최초로 한미일야구를 경험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되었다는 기록들은 이상훈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는 불의에 저항하는 사람이었으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따뜻한 사람이었다. 또한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여 "18.44미터에 공을 던질 수 없을 그 날까지" 야구를 하려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떤 시련을 겪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시련 앞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본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구팬, 특히 LG트윈스 팬에게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