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이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난 줄곧 그의 팬이었다. 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그의 글은 내가 닮고 싶은 글쓰기의 전형이었다. 간간히 신문에 기고하는 칼럼을 제외하고 [나는 왜 불온한가] 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단행본이라 기대하며 새 책 [예수전]을 들었다. 그러나 이전에 내가 읽던 그의 글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짧은 호흡의 에세이 형태의 글이 아니라 '마르코복음(마가복음)'에 주석을 다는 형태로 구성된 책이었을 줄이야. 행간에서 그의 번뜩이는 글 솜씨는 여전히 빛난다. 그러나 성경을 읽어 본적도 없고 예수님의 행적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나에게는 약간 어려운 글이었다. 특히 성경의 서술 방식은 글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래도 하느님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소득이다. 특히 내가 평소믿고 있던 내 안의 자기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들이 김규항이 이야기하는 하느님과 만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