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 - 난세에 진정한 영웅을 다시 만나다
박준호 지음 / 동아시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에 대한 기억은 대게 무능한 선조와 성웅 이순신의 강렬한 대조로 구성된다. 군사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정권의 옹호 수단으로 홍보하기 위해 집중조명했는지 여부와 관련없이 그는 난세를 치열하게 살아간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기록물인 [난중일기]는 그의 그런 모습을 가감없이 잘 보여준다.

이 [난중일기]와 함께 임진왜란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이다. [난중일기]가 현실을 살아가는 자의 치열한 자기고백이라면 [징비록]은 살아남은 자의 처절한 자기 반성의 기록이다.

[징비록]이라는 이름은 시경(詩經)의 矛其懲而毖後患(내 지난 잘못을 반성하여, 후환이 없도록 삼가네)구절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책 제목에 류성룡의 집필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징비록]은 류성룡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 저술된 책이 아니다. 안동 류성룡의 본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그는 전란 중에 후에 책을 저술할 목적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는 공문을 필사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생존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면 우리의 뇌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삭제한다. 불과 10년 전에 커다란 이슈였던 사실을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때문에 기록은 기억보다 위대하다. 류성룡은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쉬운 역사 관련 서적의 전형이다. 많은 참고 사료와 풍부한 사진까지 독자들이 쉽게 [징비록]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특히 [징비록]과 함께 서애 류성룡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는 부분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준호의 [풀어 쓴 징비록, 류성룡의 재구성]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블로그다. 당시의 기록이 주로 지식인의 몫이었다면 현재의 기록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문제는 이러한 블로그를 통해 블로그스피어를 구성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한국의 상황만을 이야기한다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스마트몹의 꿈은 대형 포털의 폐쇄성에 짓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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