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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5년 12월이지만 내가 꼽은 리스트 중 한 권이라도 읽게 될 때는 2016년 1월일 것이다. 새해가 되면 늘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언제부턴가 신기하게도(?) 비슷비슷한 종류의 계획이 매년 반복된다. 이를테면 한 달에 책 5권 읽기는 책 3권 읽기와 같이 현실적으로 바뀌며 어렸을 때에는 간간히 들어갔던 조금은 허무맹랑한 계획은 리스트에서 종적을 감추고 그 자리를 건강이나 생활 습관과 같은 계획이 대신한다. 익숙한 것만을 반복하는 신년 계획으로 나이듦을 느끼는 건 꽤나 씁쓸한 일이다. 그래서 12월에 읽고 싶은 책으로는 전에 접해 본 적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뽑아 보았다.
1.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기로 유명하다. 이 상상력은 말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 종류인데, 이 작가의 <안녕, 인공존재!>를 읽고 이렇게도 단편을 쓸 수 있구나 싶어 꽤나 유쾌한 기분을 느꼈었다. <첫숨>은 그가 쓴 장편소설이고, 나는 단편소설을 읽을 때에도 이 작가가 장편을 쓰면 더 좋겠다 생각했었다. 인구 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 정착지 '첫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그 배경부터가 흥미진진하다.
2. <도착의 수수께끼>, v.s.나이폴, 문학과지성사
나이폴은 영국령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인도 이민자 3세로 태어나 영국에서 소설가가 됐다. 나는 나이폴의 약력을 보고 나서 트리니다드를 찾아봤는데, 지도를 봐도 어디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내겐 낯선 곳이었다. 아마 영국 사람들에게도 이 낯섦은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나이폴은 웨어 아 유 프롬이라는 질문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품고 있던 나이폴이 자신의 삶에서 '도착'이라 여기는 중년의 삶을 회고하는 자전적 소설이 <도착의 수수께끼>이며, 그가 '도착'에 대해 어떤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3.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열린책들
피에르 르메트르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오르부아르>가 눈에 띈 건, 이 소설이 2013년 공쿠르 상 수상작이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하면서도 문학성이 뛰어나다니. 게다가 작가는 55살의 나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단다. (아아,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작가여!) 1차 세계대전 이후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기극을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사기'와 '추리'가 들어가면 일단 믿고 볼만 하다.
4.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아모스 오즈, 문학동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야기를 간간히 뉴스에서 듣긴 했지만, 그 복잡한 관계를 늘 이해해내지 못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그들의 관계를 이해해보고픈 내 욕구에서 뽑게 됐는데, 작가는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풀어냈다고 한다. 소설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이야기로, 또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며 더불어 히브리 문학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