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AI가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 공부도 진로도 막막한 청소년을 위한 성장 멘토링
신수정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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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AI가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신수정/우리학교)



인류 역사상, 2026년 현재의 아이들과 같은 진로 고민을 하는 세대는 없었다. 기성세대 이전의 모든 인류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미래를 통해, 진로 계획을 세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의 재능과 자질, 꿈과 가치관을 향해 나아가라고 가르쳤다면, 이제는 AI가 진로 선택의 상수가 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하루가 다르다는 건 미사여구가 아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한 시기가 꽤 오래 지속되면서, 청소년들의 진로 불안이 커졌다.


그 때문에, 몇 해 전부터 진로 관련 도서들이 힘을 잃고 있다. 그것은 모든 주제를 인공지능이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진로는 정말 불투명해졌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택해야 할 곳을 향해 빛을 비쳐줄 책이 절실했다. 단언컨대, 이 책 <10대, AI가 넘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또렷한 등대가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북극성' 이야기는 진로 이야기의 꽃이다. 항해를 떠난 이에게 북극성은 항로의 방향을 알려주듯이, 청소년들 역시 자신의 삶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도 중심을 잡아주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극성이 그 방향이라면, 끈기와 노력, 낙관성, 융통성, 위험감수는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우연을 성공으로 바꿔주는 태도들이다. 이러한 노력과 낙관 끝에 마주하는 우연이 바로 '계획된 우연'이다. AI시대에, 그리고 콘텐츠 앞에서 교과서를 펴고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는 아이들은 답답하겠지만, 그것이 무언가를 배우고 이해하는 자세, 빠르게 습득하고 응용하는 힘, 변화를 수용하는 마음, 그리고 끈기있게 해내는 용기를 익히게 한다. AI 시대라 하더라도 공부는 반드시 따라야 함을 알려준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자존감의 원천으로서의 일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생각없는 아이들은 늘 '돈 많은 백수'라고 정답처럼 말한다. 사실 아이들을 욕할 수만은 없다. 어른들도 40대까지 돈 열심히 벌고 유유자적 살고 싶은 게 꿈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건 완전 틀렸다. 우리의 자존감은 유능감에서 오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누릴 것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의 유능함, 그리고 인정받음, 베풂에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우리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결국 아이들의 꿈은 돈 많은 백수가 아니라 그저 돈 많은 데도 열심히 일하는 부자다.


AI는 일시적인 변화가 아님을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AI가 상수라면, AI가 넘볼 수 없는 우리만의 모습을 찾아야만 한다. AI시대에 AI가 더 잘하는 일을 한다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그래서 AI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대만 전 디지털부 장관인 오드리 탕의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라"가 가장 와닿았다. 특정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나를 쉽게 규정하지 않으며, 남과 다른 희소성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쓸모를 쉽게 규정하지 말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뭘 잘하는지를 계속해서 알아봐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AI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실과 인내, 호기심, 몸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 이 책의 실천 가능한 여러 조언들을 따라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끈기있게 책상에 앉아 이 책 한 권을 다 읽듯이, 한 권의 책과 자신을 연결하고,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며, AI와 나 자신, 그리고 세계와, 내 깊은 내면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 시작이 이 책을 읽는 일이다.


2026.07.07


* 이 글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10대AI가넘볼수없는사람이되어라

#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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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도서

#청소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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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을 담근 채 ㅣ 독고독락
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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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을 담근 채』(이새벽/사계절)


GPT KILLER라는 사이트는 해당 글이 AI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AI가 쓴 글은 AI 100% 작성이라고 나오고, 내가 가볍게 쓴 글은 HUMAN 100%라고 나온다. 대체로 맞다. AI는 문장 길이와 문맥, 단어 사용의 빈도가 일정하고, 정서법과 호응, 일관성 면에서 깔끔하다. HUMAN은 반대다. 치밀하지 못하고 단어가 들쑥날쑥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꼭 들어간다. 문장의 길이는 임의적이며 문단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HUMAN은 글도 불완전하다.


이 아이러니가 재미있었다. 아이와 의논하던 학교 과제를 GPT KILLER에 글을 넣었는데, AI 비율이 꽤 많이 나왔다. 그래서 AI를 이용해서 인간미를 넣어라, 실수를 넣고 어색함을 30% 추가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20% 넣고, 문장의 길이와 호응, 문단까지도 하나하나 명령하면서 ‘불완전함’을 주입했다. 그런 후 GPT KILLER에 넣어 돌려보니, 이번엔 AI 100%가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완벽하게 불완전해서다!


결국 인간다움이란 불완전성에서 기인한다. AI가 모든 것을 잠식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이 불완전함이야말로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고, 통제하고 제어할 수 없는 환경, 임의로 무의식적이고 부지불식간에 해야 하는 불완전한 일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독고독락’ 시리즈 중 <물에 발을 담근 채>를 읽으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되새겼기 때문이다. 단편문학이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데, 이 책은 불완전한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 해주는 미래 세상이다. 인간의 교육은 큰 의미가 없기에, 공교육의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다. 주인공 이연과 성빈은 ‘도예 공방’ 동아리에서 만나는데, 화자인 이연이 성빈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성빈은 물에 손을 담가 보라며, 쭈글쭈글해지지 않는 매끈한 손을 보여준다. 


“나는 안드로이드야.”


성빈의 고백에 받은 충격도 잠시, 누군가 둘의 대화를 엿듣고 도망친다. 성빈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이 학교에 소문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연의 고백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이연은 안드로이드를 좋아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루는 듯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흠 하나 없는 완벽한 안드로이드와 실수하고 부끄러워하며 실망하고 포기하고, 또다시 비겁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인간적인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연이 흠모했던 완벽한 성빈의 모습, 도예를 도와주고 흙을 어루만지며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섬세한 성빈. 고백을 망설이고 확 저지르며 남들을 속이고 잡아떼는 이연. 이 소설이 다루는 지점은 실망이 아니라 어리숙함이며, 고매한 인격이 아니라 부족함 그 자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어느 정도 완벽한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그 방식은 ‘거리감’인데, 상대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원만함을 오래 유지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속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적고, 서로 너무나 정중한 관계가 되며 언제가 적당한 거리와 벽을 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정하고 포근하며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그런 인간미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내가 AI, 안드로이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AI의 혁신과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고 있다. 마치 물그릇에 성빈과 이연이 함께 손을 담그듯,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수많은 말로 설명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직접 손을 담가 보면서 직관적으로 알아가는 중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가 지닌 부족함과 나약함, 시간성, 존재의 가변성을 느낄 테지만, 오히려 완벽함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성이란 손끝에 생채기가 나고 물에 주름지며 연약하고 흠집 나는 것, 그것을 껴안는 모습에 있다.


아이들과 나눌 것이 참 많은 책이다. AI 혁신 앞에 좌절감을 느끼는 아이들과 불완전한 우리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6.06.12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물에발을담근채

#이새벽

#김승아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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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생 샷 ㅣ 우리학교 주니어 소설
최빛나 지음, 양양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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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생 샷』(최빛나/우리학교)


한 장의 사진으로 모든 상황이 만들어진다.

적어도 SNS 안에서는.


비 오는 날, 지수호가 박온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가슴 따뜻한 장면.

학교는 표창을 주지만, 수호는 안다. 그 장면은 선의가 아닌 죄책감이었다.


『최악의 인생 샷』은 뒤틀린 오해로 시작해 세 아이의 복잡미묘한 내면을 세 관점에서 풀어내는 성공적인 구조를 취한다. 사건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긴장과 해소의 과정이 흥미롭다.


수호의 이야기는 오해의 늪이다. 박온의 에코팟을 실수로 변기에 빠뜨린 일. 값비싼 물건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진실은 그저 말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솔직한 고백은 너무 무거운 죄책감이었다. 결핍은 사람을 조이고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온이의 관점은 반전을 선물한다. 수호가 망가뜨린 에코팟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고, 대신 온이가 태주에게 '만두 셔틀'을 당하는 아슬아슬한 학교 폭력 문제가 전면에 떠오른다. 온이는 이에 당당히 맞서려 복싱을 배우고,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안목으로 나아간다. 온이의 모습은 괴롭힘을 견디면서도 낙인 대신 수호에게 손을 내미는 회복의 시작점이 된다.


태주 이야기에서 태주는 수호의 약점을 쥔 채 압박한다. 태주는 직접 밝히지 않고 그저 알고 있다는 눈빛만 보낼 뿐이다. 태주는 "맞고 들어온 놈은 내 아들이 아니야"라는 아빠로 인한 트라우마에 부부 갈등으로 인한 자신의 불안과 책임을 외부로 향하게 한다. 이야기는 태주를 단죄하지 않으나, 독자의 마음을 조여온다. 결말이 가장 기대되는 이야기였다.


수호는 준비한 공약을 버리고 변기에 빠뜨린 이어폰, 괴롭힘을 보고도 외면했던 자신의 모든 일을 밝히며 목이 조이는 듯한 고통을 감수한다. 그때 온이가 든 휴대전화 LED 전광판은 오해와 진실, 불안과 성장,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는 이 복잡미묘한 세 이야기의 완성이다. 절정이다.


인생 샷은 가장 완벽한 순간이지만, 그 안이 두려움과 거짓으로 가득하다면 삶에서 가장 비참한 장면이 된다. 맥락 없는 사진 한 장이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그 상황을 버티며 성장하는 이야기. 작가는 독자가 그 무게를  마지막까지 견디게 한다. 조여왔던 긴장을 한 번에 풀어가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진실을 말하는 일은 쉽지 않지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오해와 진실만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가 견디는 문제, 실수와 극복의 과정이 지닌 의미를 깨닫게 되리라 생각한다.


중학년 이상에게 주저 않고 추천할 만한 책이다.

아이들에게 쥐여만 주면 단번에 읽을 책이다.


2026.05.26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최악의인생샷

#최빛나

#우리학교

#초등추천도서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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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망한 건 아니야 -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12가지 방법
이현아 지음, 송선옥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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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망한 건 아니야 (이현아 글/송선옥 그림/우리학교)


그동안 아이들과 수많은 책을 읽고 강의하면서 가졌던 고집스런 생각이 있다. 그건 모든 건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감정과 생각, 심리만이 아니라 역사와 과학, 예술까지도 이야기 책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이다. 하지만 갈수록 이런 기대와 희망은 사그라드는 중이다. 문학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지만, 아이들마다 작품을 이해하는 안목이 다르고, 보호자나 교사가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차이도 분명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다섯 권 중 한 권은 비문학 도서 비중을 늘리는 중이고, 조금씩 높여가는 추세다.


현장에서 살펴 본 아이들은 분명 이야기 책을 좋아하지만, 실질적으로 배우고 도움을 얻는 건 비문학 책이다. 재미있는 책이 늘 좋은 책인 건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배우고 공부하며, 깨달음을 얻기에는 선명하고 뚜렷하게 말해주는 비문학 도서가 적합하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씩 인정하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2기 도서부원들에게 웰컴 키트와 함께 보내주신 책 ‘실수해도 망한 건 아니야’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관계, 그리고 좌절감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현실적으로 가르쳐 주는 책이다. 뭐랄까, 심리 상담 전문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곁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겪는 열두 감정, 특히 좌절과 ….. 등에 대해서 다루는데, 부끄럽지만 이는 어른들도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기에, 보호자와 교사들도 이 책을 읽고 적잖은 위안과 용기를 얻을 듯하다. 특히 어른들은 자녀들, 학생들이 토로하는 힘든 순간, 슬프고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에, 시의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특별한 점은 아이들이 느끼는 열두 감정에 저마다 이름을 붙인다는 점이다. 이름을 붙이면, 내 감정을 객관화 할 수 있고, 감정이 이해의 영역에 들어오며,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내가 통제하지 못할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그 감정은 얼마든지 통제도 극복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자주 듣는데, 그럴 때 교사로서의 조언이 어때야 하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배웠다.그에 비해 나는 그저 조리있게, 설득력 있게, 상대가 꼼짝할 수 없는 논리와 말재주, 혹은 넌 그리 잘하느냐는 공격적인 방법을 가르쳐 준 것 같아 부끄럽다.


맨날 틀린다는 아이에게 나도 그땐 그랬다는 어쭙잖은 조언이 아니라 ‘오늘 몇 개 헷갈린 것 뿐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다정함을 배웠다.

친구들 앞에서 부끄런 실수를 했다는 아이에게, 남들은 너에게 관심이 별로 없단다, 했던 내가 이제는 ‘이 일도 금방 지나갈 거야. 훌훌 털어 보자.’라고 말하는 어른스러움을 장착했다.

친구관계를 망쳤다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때 친구는 별로 안 중요하다며 넘겨버리던 내가, ‘다시 풀어갈 방법이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지혜로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빠져드는 생각의 함정에 이름 붙이고, 그 함정에서 벗어나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졌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그래, 이 책은 아이들의 감정 이야기이지만, 어른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조언이다.


오늘도 아이들 책에서 배운다.

나는 망하지 않고 여전히 나아갈 것이다.

그건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똑같이 느낀다.

그리고 나는 내일도 아이들 책에서 배울 것임을 알고 있다.


2026.05.23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으로 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실수해도망한건아니야

#우리학교

#이현아

#송선옥

#아동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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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 ㅣ 웅진책마을 131
오치아키 유카 지음, 희레 그림, 김윤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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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오치아이 유카/웅진주니어)


동화의 외피를 두르면 사람들은 가벼운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래서 많은 어른 독자들이 그 선입견으로 읽지 못하는 책이 줄어드는데, 그건 전적으로 독자의 손해다. 오치아이 유카의 『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은 아이가 겪는 상실이란 무거운 삶의 과제를, 지극히 육체적이고 감각적이며 일상적인 ‘요리’란 형식을 통해 이겨내는 폼이 좋은 작품이다.


일찍이 엄마와 할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의 심장과도 같았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6학년 덴의 가족은 각자의 슬픔에 고립된다. 할머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을 피하는 남동생 하루, 편식과 투정으로 애정 결핍을 드러내는 여동생 히카리, 무기력한 아빠까지. 이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부엌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고,이들의 생활도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이 가족을 구원하는 것은 동네에서 호통치기로 악명 높은 ‘꽥꽥 할머니’다. 40년 경력의 프로 조리사였던 그녀는 무기력한 덴의 손에 부엌칼을 쥐여주며, 눈물과 짜증으로 얼룩진 덴의 마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단련시킨다. 덴은 산더미 같은 양배추를 채 썰며 내면의 응어리를 잘게 부수고, 애정을 갈구하는 히카리와 함께 시금치, 토마토주스, 코코아 가루를 넣어 삼색 찜케이크를 쪄낸다. 서툰 아빠와 함께 운동회용 달걀말이와 닭튀김 도시락을 싸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이어달리기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쥐는 법을 배운다. 태풍으로 정전된 밤, 부엌을 무서워하던 하루가 공포를 밀어내고 덴과 함께 고등어 통조림을 넣은 토마토카레를 끓여낸다. 이 책은 상처와 극복이라는 치유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오직 요리로 말이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그것이 타인의 허기를 채워줄 때 비로소 자기 가슴의 결핍도 채워진다. 음식이 가져오는 ‘식탁의 순환’이다. 요리 경연을 나가며 여러 위기를 겪고 멋진 선택을 하는데, 세 아이들은 상실감을 넘어 타인을 위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꽥꽥 할머니의 투박한 대사는 아직 손질되지 않은 재료처럼 느껴졌다. 꽥꽥 할머니도 아이들을 통해서 점차 다듬어지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데,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 주변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꾸는지를 아이들의 시점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는 터치 몇 번이면 누군가가 조리한 음식이 문 앞까지 당도하는, 몹시 편리하지만 어딘가 빈곤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서로를 먹이고 결핍을 채우는 행위, 즉 가족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가 점차 사라지는 오늘날의 식탁을 생각할 때, 덴이 텅 빈 부엌의 주인이 되어 온기를 되살리는 이 치열한 분투기는 우리와 아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바탕에서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지나쳐도 당신의 삶에 당장 큰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짜고 쓴 인생을 달콤하게 끓여내는 이 따뜻한 이야기를 놓치는 것은 분명 뼈아픈 손실일 것이 분명하다. 초등 고학년에게 추천한다. 밥집이 지닌 따스한 의미를 동화로 느껴보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2026.05.07

오타, 오자를 찾아줘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나의짜고쓰고달콤한부엌

#오치이이유카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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