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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을 담근 채 ㅣ 독고독락
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6월
평점 :
『물에 발을 담근 채』(이새벽/사계절)
GPT KILLER라는 사이트는 해당 글이 AI로 작성되었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AI가 쓴 글은 AI 100% 작성이라고 나오고, 내가 가볍게 쓴 글은 HUMAN 100%라고 나온다. 대체로 맞다. AI는 문장 길이와 문맥, 단어 사용의 빈도가 일정하고, 정서법과 호응, 일관성 면에서 깔끔하다. HUMAN은 반대다. 치밀하지 못하고 단어가 들쑥날쑥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꼭 들어간다. 문장의 길이는 임의적이며 문단마다 분량도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HUMAN은 글도 불완전하다.
이 아이러니가 재미있었다. 아이와 의논하던 학교 과제를 GPT KILLER에 글을 넣었는데, AI 비율이 꽤 많이 나왔다. 그래서 AI를 이용해서 인간미를 넣어라, 실수를 넣고 어색함을 30% 추가하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20% 넣고, 문장의 길이와 호응, 문단까지도 하나하나 명령하면서 ‘불완전함’을 주입했다. 그런 후 GPT KILLER에 넣어 돌려보니, 이번엔 AI 100%가 나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완벽하게 불완전해서다!
결국 인간다움이란 불완전성에서 기인한다. AI가 모든 것을 잠식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이 불완전함이야말로 AI가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고, 통제하고 제어할 수 없는 환경, 임의로 무의식적이고 부지불식간에 해야 하는 불완전한 일이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던 것은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독고독락’ 시리즈 중 <물에 발을 담근 채>를 읽으면서 인간의 불완전함을 되새겼기 때문이다. 단편문학이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데, 이 책은 불완전한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 해주는 미래 세상이다. 인간의 교육은 큰 의미가 없기에, 공교육의 목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다. 주인공 이연과 성빈은 ‘도예 공방’ 동아리에서 만나는데, 화자인 이연이 성빈에게 고백한다. 그러나 성빈은 물에 손을 담가 보라며, 쭈글쭈글해지지 않는 매끈한 손을 보여준다.
“나는 안드로이드야.”
성빈의 고백에 받은 충격도 잠시, 누군가 둘의 대화를 엿듣고 도망친다. 성빈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이 학교에 소문나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이연의 고백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이연은 안드로이드를 좋아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루는 듯하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흠 하나 없는 완벽한 안드로이드와 실수하고 부끄러워하며 실망하고 포기하고, 또다시 비겁해지는 인간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인간적인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연이 흠모했던 완벽한 성빈의 모습, 도예를 도와주고 흙을 어루만지며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섬세한 성빈. 고백을 망설이고 확 저지르며 남들을 속이고 잡아떼는 이연. 이 소설이 다루는 지점은 실망이 아니라 어리숙함이며, 고매한 인격이 아니라 부족함 그 자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어느 정도 완벽한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그 방식은 ‘거리감’인데, 상대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원만함을 오래 유지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속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적고, 서로 너무나 정중한 관계가 되며 언제가 적당한 거리와 벽을 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정하고 포근하며 우스꽝스럽고 유치한, 그런 인간미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쯤 되면 내가 AI, 안드로이드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AI의 혁신과 함께 발맞추어 나아가고 있다. 마치 물그릇에 성빈과 이연이 함께 손을 담그듯,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수많은 말로 설명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직접 손을 담가 보면서 직관적으로 알아가는 중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가 지닌 부족함과 나약함, 시간성, 존재의 가변성을 느낄 테지만, 오히려 완벽함이야말로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성이란 손끝에 생채기가 나고 물에 주름지며 연약하고 흠집 나는 것, 그것을 껴안는 모습에 있다.
아이들과 나눌 것이 참 많은 책이다. AI 혁신 앞에 좌절감을 느끼는 아이들과 불완전한 우리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6.06.12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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