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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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함설기/창비교육)

함설기 작가의 소설 『이상능력자』는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한 소녀의 파괴적인 각성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채수안은 4년 전 '스타타워 사건'으로 대각성 초능력자에게 어머니를 잃고, 그들을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고 굳게 믿어 온 극단적인 '격리파' 여고생이다. 그러나 어느 날 교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스스로가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던 초능력자가 되고 만다. 이 책은 초능력자들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 적응하는 이야기이자 어머니를 죽인 진범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상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진짜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기이다.


작품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상당하다. 폭발을 막아주는 제어패치를 팔에 심은 채 학교로 돌아간 수안은 잠재적 테러범 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염우정, 남예리 같은 친구들과 얽히며, 어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일에 투입되기도 한다. 수안은 어머니의 유품인 상담 일지를 통해 4년 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단서를 발견하고, 감춰진 진실의 실체에 다가서는데, 이 과정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과연 수안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자신의 능력을 억누르고, 과거의 끔찍한 악연과 음모를 무사히 끊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고 독특하다고 느낀 지점은 작가가 '초능력자'라는 단어 대신 '이상능력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상(異常)'이라는 단어는 남과 다르거나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기준을 넘어선다는 의미나 '이상적(理想的)'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확장될 수 있다. 즉, 소설 속 이상 능력은 그저 특별한 힘이 아니라 남보다 뛰어나든, 비슷하든, 혹은 부족하든 우리 모두가 내면에 품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생각했다. 수안이 자신이 혐오하던 대상이 되어버린 후, 비로소 편견을 거두고 다른 이상능력자들의 상처를 이해하며 공감하게 되는 과정은 남과 다른 개성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소설이 묘사하는 능력의 한계와 설정은 우리 삶의 연대와 협력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다. 이상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사용하면 파동 에너지가 쌓여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끝내 폭발하게 되지만, 자신과 코드가 맞는 '통제자'를 만나면 그 파동을 상쇄하여 능력을 한껏 펼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능력이 결코 고립된 상태에서는 완성될 수 없으며, 타인과 연대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업그레이드된다는 진리를 상징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개인의 성장 역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가족과 친구, 좋은 어른들의 조력이 더해질 때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는 여정 끝에서 이 이야기가 도달하는 결론은, 힘 그 자체에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우리 아이들 각자가 가진 개성과 특징에는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다.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발전시켜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하고, 나아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가 성장의 핵심이다. 『이상능력자』는 화려한 초능력 액션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편견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서로를 껴안고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다정하고도 무거운 해답을 제시하는 수작이다.


2026.03.03


*본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상능력자

#함설기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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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 - 나를 찾아 줘! 두 번째 이야기
김탄리 지음, 홍그림 그림 / 밝은미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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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김탄리/밝은미래)


아이들이 쓴 문장을 읽다 보면 굳어있던 어른의 마음이 녹아내릴 때가 있다. 김탄리 작가의 신작 『친구를 찾아서』에서 “산이 녹슬었다”는 표현을 만났을 때가 그랬다. 단풍의 붉은빛에서 산화하는 시간을 떠올린 그 감각. 낯선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 우리 삶을 얼마나 다채롭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전작 『나를 찾아 줘!』에서 편견 없는 사랑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엔 조금 더 북적이는 관계의 숲으로 어린 독자를 초대한다. 전작의 주인공 지훈이의 평온한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절친 강이 곁에 전학생 다운이가 나타나면서 지훈이의 마음에 질투라는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소중한 친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은 오해와 상처를 만든다.


산새공원 은행나무 구멍을 지나 도착한 ‘햄스터 왕국’은 소통의 참모습을 되찾아주는 판타지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사람도 강아지도 햄스터도 말이 통한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서로 오해하고 질투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소통이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장면은 조용히 일깨운다.


햄스터 왕국에서는 마법의 씨앗이 사라져 독수리의 위협에 시달린다. 씨앗을 되찾는 과정에서 지훈이는 강이와 다운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질투는 미움이 아니라 커다란 애정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누구나 소중한 걸 뺏기기 싫어해. 그건 질투가 아니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야.”


자신의 감정에 움츠러든 아이들이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다.


모험의 끝에서 마주한 괴물의 정체는 이 작품이 숨겨둔 선물이다. 무서운 괴물이 사실은 자식을 지키려 그런 모습이 된 부모였다는 진실은, 겉모습만으로 누군가의 진심을 판단해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깊이 이해한다는 건, 겉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굴곡까지 껴안는 일이다.


지훈이는 친구를 혼자 가지려는 욕심 대신, 관계가 넓어지는 기쁨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이기적인 듯해도 미워할 수 없는 토리, 헌신적인 산산, 용감한 강이, 따뜻한 지훈이. 서로 다른 빛깔의 친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다름은 하나로 완성되는 퍼즐 조각이 된다. 알로록달로록 서로 다른 색깔로 산화한듯 보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낙엽으로 산은 물들고, 관계는 깊어진다.


질투가 친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음을 깨닫고, 관계가 넓어지며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경험. 초등 저학년, 중학년 아이들에게 권한다.


2026.02.22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친구를찾아서

#김탄리

#밝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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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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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이로아/미래인)


이 책의 배경인 기순고등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목 아래 강압적인 교칙을 부활시키고, 학생들의 개성을 지우려 한다.


기순고는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화장과 액세서리 착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강제 야간 자율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일상마저 획일적으로 통제한다. 특히 두발 규정이 무척 가혹한데, 타고난 머리카락 색이 밝은 아이에게조차 규정 위반이라며 검은색 염색을 강요하는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의 고유한 존재를 부정하며 억압한다. 기순고는 성소수자 학생들을 색출해 내쫓는 폭력을 ‘소독’이라 비난하며 아이들의 차별을 조장한다. 이는 아이들의 정체성을 짓밟는 가혹한 억압이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을 치워야 할 오염물로 취급하며 ‘정상화’를 강요하는 학교의 비정한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가 소중히 여겨야 할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일일 뿐이다. 작품은 학생들의 개성과 순수함을 ‘소독’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학교의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청소’나 ‘소독’이라는 위생적인 단어들은 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양성을 압살하는 폭력의 도구로 돌변한다. 20년 전 그들이 자행했던 ‘소독’이 누군가의 삶을 앗아갔듯, 현재의 ‘정상화’ 역시 학생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사람들의 인식은 제자리이고, 피해자의 고통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책은 이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이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바꾸어내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현실적인 생존 본능으로 똘똘 뭉친 윤나가 있다. 윤나는 학교 샤워실에서 비밀 염색 가게를 운영한다. 학교 교칙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은 그 교칙을 성실하게 따르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의 교칙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이용해 용돈벌이와 미용 실습을 한다. 초반에 다소 영악한 아이로 보이지만, 20년 전 사라졌던 학생인 순지에 빙의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윤나는 뒤로갈수록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작은 용기를 내어 학교의 소독 정책에 대항한다.


억압적인 야간 자율 학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나가 도서관에서 강령술까지 읽으며 소환한 20년 전의 전교 1등 귀신, 백순지와의 만남은 이 소설의 변곡점이다. 윤나와 순지의 만남(실은 빙의)는 윤나가 타인의 고통을  자기 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혐오에 상처 입은 현서의 머리를 윤나가 직접 밀어주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로, 삭발은 파괴가 아닌, 억압에 맞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다. 과거의 순지와 현재의 아이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손을 잡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소개하지만,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신의 색깔을 지키려던 모든 영혼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개인적인 깨달음이 광장을 만들고, 그 광장에서 나누는 연대의 온기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윤나’들에게 이 아름다운 연대의 이야기를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차가운 교실 바닥의 틈을 뚫고 솟아오른 민들레 같은 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당신의 서가에서도 환하게 빛나기를 소망한다.​​​​​​​​​​​​​​​​


2026.02.17


#귀신붙게해주세요 #이로아 #미래인 #청소년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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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황지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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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황지영/우리학교)


익명의 그늘을 지나, 햇빛 아래 마주 선 아이들


황지영의 『햇빛초 대나무 숲, 존재하지 않는 계정입니다』는 1학기 때 사라졌던 대나무 숲의 귀환으로 시작한다. 새 주인이 내세운 ‘검열 없는 공정함’은 소통의 창구가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전시하고 험담을 정당화하는 공간으로 변질된다. 아이들은 익명 뒤에 숨어 서로를 할퀴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은 유나와 동우, 건희의 일상을 잠식한다. 여기까지는 1편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인 듯 보이나, 3권은 그 소문의 ‘뿌리’를 끝까지 추적하며 더 단단해진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언가 뒤에 자신을 숨긴다. 대나무 숲 계정 주인은 자신을 숨긴 채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친구들의 아픔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채연은 전학 온 학교에서의 적응을 숨긴 채 예전 친구 윤성에게 '여전히 외롭다'는 거짓말의 가면을 쓴다. 건희는 1학기 대숲의 창시자였다는 사실과 이전 학교에서의 잘못을 묻어둔 채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 하며, 혜라는 부모의 압박에 맞서 가시 돋친 말들 뒤로 자신을 가둔다. 익명은 책임을 지우기에 달콤하다. 그러나 그 달콤함이 자신의 존재마저 지워버린다는 사실을 작가는 냉정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번 3권에서 돋보이는 것은 유나의 주체적인 태도다. 소문의 피해자로만 머물던 유나는 '초코 치킨' 사진이나 맞춤법 같은 단서들을 꼼꼼히 추적하며 대숲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유나는 1권에서의 난타반 사건, 2권에서의 굿즈 테러 사건과 비밀 연애를 거쳐 마침내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진실 앞에 서게 된다.


결말은 분명하다. 화면 너머의 익명 사과나 고백은 허상이며, 관계는 서로의 눈을 마주할 때 비로소 온도를 갖는다. 계정은 사라져도 상처와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체험 학습장에서 과거 자신의 가해 사실을 폭로했던 성연을 직접 마주한 건희는 “과거를 고칠 수 없으니, 과거를 안고 가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은 숨는 대신 자신의 흉터를 햇빛 아래 꺼내 놓기로 한다.


학교 이름이 ‘햇빛초등학교’인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은유다. 햇빛은 모든 것을 드러낸다. 숨기고 싶은 흉터도, 부끄러운 과거도 그 빛 아래서는 숨을 수 없다. 유나가 이마의 흉터를 가리던 앞머리를 걷어 올리고, 건희가 부모님이 써준 반성문 뒤에 숨는 대신 사과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장면은 이 작품이 닿은 가장 단단한 지점이다.


성장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안은 채 걸어가는 선택이다. 익명의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자랄 수 없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단단해진 아이들의 뒷모습은,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어린 독자들에게 조용하고 분명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1권의 '진실 찾기'와 2권의 '관계 맺기'를 지나 3권의 '자기 인정'에 도달하며, 햇빛초 아이들의 긴 여정은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햇빛초 대나무 숲> 시리즈를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제 아이들이 대숲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떠나 진짜 '햇빛' 아래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 당당한 행보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게 될 것이다.


2026.02.21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햇빛초

#햇빛초대나무숲존재하지않는계정입니다

#우리학교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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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서로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위해준 지음, 모차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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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서로>(위해준/우리학교)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이런 매혹적인 상상 뒤에는 사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싶다는 아픈 외침과, 동시에 나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갈망이 공존한다. 위해준의 <만약에 우리 서로>는 얼굴은 똑같지만 마음의 무늬는 전혀 다른 두 아이가 잠시 인생을 맞바꾸며 겪는 이야기다. 역할 바꾸기라는 고전적인 설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기다운 삶의 실존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난하지만 꿈을 품고 사는 남우리와 유복하게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조이랜드의 마스코트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늘 외로운 윤서로는 어느 날 우연히 똑같이 생긴 서로를 발견한다. 두 아이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며, 각자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잠시 인생을 바꿔 살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가 되어 힘든 스케줄과 경쟁의 부담감을 느끼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차가운 고독을 마주한다. 서로는 좁고 낡은 히든 구역에서 지내지만, 따스한 정과 자유를 경험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타인의 삶이 주는 낯선 무게를 통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래 서 있던 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과연 두 아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조이랜드와 히든 구역의 허울과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윤서로는 화려한 성 같은 ‘이터널 팰리스’에 살면서도 정작 마음은 길을 잃은 텅 빈 섬 같아 보였다. 수재민으로 잠시 조이랜드에 머물며 히든 구역에 숨은 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춤을 사랑하고 자기다운 삶을 꿈꾸지만, 기회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와 서로는 각자의 옷을 바꿔 입고서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을 마주한다. 타인이 되어 직접 그 삶의 무게를 견뎌보는 시간이 새로운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된다.


작가가 설정한 ‘우리’와 ‘서로’라는 이름의 결합은 정말 오묘하다. 홀로 있을 때는 ‘우리’와 ‘서로’라는, 그저 이름에 불과했던 두 존재가 만나 ‘우리 서로’라는 온전한 관계를 이룰 때, 비로소 개인을 넘어서는 관계의 연대가 시작된다. 이는 ‘나’라는 존재가 ‘타자’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슬픔을 내 몸으로 앓아보는 과정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공감을 넘어선 실천적 공감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아이가 서로 바꿔 살았던 시간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허락된 ‘유예의 시간’이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남의 인생을 동경하며 내 처지를 미워했던 못난 마음을 씻어낸다. 행복은 남의 자리를 탐내는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두 아이는 고통스러운 각성을 통해 배워간다.


이 작품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간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태도의 변화다. 우리와 서로는 서로의 삶을 경험한 이후, 더 이상 예전의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책을 덮는 아이들 역시, 내 옆에 서 있는 친구의 삶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의 삶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바꿔야 할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이게 따뜻하게 알려준다.


2026.02.0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만약에우리서로

#위해준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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