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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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이로아/문학동네)


잊혀진 이름들을 위한 위로


이로아 작가의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제15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와 소통의 부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주인공 연서가 왝왝이와의 만남을 통해 잊혀진 기억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며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 속에 10대들의 불안과 함께 참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희망을 끝내 잃지 않는다.


과거 버스 침수 사고를 엮은 연서는, 이 사고에서 겨우 생존했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잃었다. 그런데 자신만 살았다는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과 주변인들로로부터 단절된다. 생존자 트라우마라는 타이틀로 학교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이제는 이겨내야 한다고 여기는 아빠와의 관계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연서에게 하수구에서 우연히 만난 ‘왝왝이’는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해준다. 왝왝이와의 만남을 통해, 연서는 잊고 지내던 내면의 상처를 떠올린다. 연서가 잊고 지냈던 친구 김재선, 조금씩 떠오르는 수연이와의 추억을 되살리고, 외면했던 정든 감정들을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왝왝이의 정체에 점차 다가간다. 연서는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내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는다.


연서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하수구 안을 탐색하다 인간의 눈을 발견한다. 도시 괴담에 나올 법한 반인반파의 존재를 떠올리며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왝왝이에게 점점 이끌린다. 하수구는 연서에게 단절된 현실 세계와 이어지는 통로이자, 고통과 상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반면 왝왝이에게 하수구는 아픔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왝왝이는 그곳에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살아간다. 참사의 생존자로서 살아야 하는, 도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 바로 하수구인데, 이곳을 오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연서의 친구 호정은 연서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참사를 잊지 않으려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호정은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 준비에 앞장선다. 혜미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연서의 아픔을 잊도록 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둘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이겨내도록 돕는 따뜻한 지지가 느껴진다. 상처 입은 이들에게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연서는 침수 사고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교는 그녀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학교는 추모 공간을 철거하고, 외부 인사의 추모제 참여를 막는 등 사건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끊는다. 세월호든 버스 침수든, 그저 교통사고일 뿐이라며, 참사를 덮으려고만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데, 보는 내내 울화가 치민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가? 공감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는 교육과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학생들이다. 피해자도, 생존자도, 따스한 손을 내미는, 그러나 잊은 것도 학생들이었다. 왝왝이가 있었던 것조차 잊었고, 편안한 일상을 위해 상처를 덮는다. 그걸 조장하는 건 어른들이었다. 편향적인 교사들은 추모 공간을 없애고, 학교는 무관하다며 추모를 막는다. 용기 있는 몇몇 선생님들의 배려가 힘이 되지만,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암울하게 그려질 뿐이다.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작품과 현재를 살아간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상처와 고립을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아이들에겐 다소 불편한 전개일 수 있다. 피해자와 생존자, 유가족과 주변인이 보여주는 감정과 회피, 갈등과 연대가 의미심장하지만, 흥미로운 시작과 달리 결말에 적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 자체가 참사 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기에, 어떤 참사를 여기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며 공감의 발판이다.


기억하고, 소통하고, 연대하라. 잊혀진 이름들을 기억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손을 잡을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2025.02.1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 서평임을 밝힙니다.


#왝왝이가그곳에있었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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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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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문경민/우리학교)


삶은 무겁다. 해낸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늘 많다. 그래서 버겁다. 새학년 새학기가 되면 좀 낫겠지, 어른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안정을 찾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바람은 늘 어긋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피엔스로 살아가는 이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쟁 속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혼란은 가늠하기 힘든 무게가 되어 우릴 짓누른다. 이 책을 현악기 현의 무게를 떠받치는 브릿지를, 삶이 짓누르는 시련에 대해 이야기한다.


<브릿지>의 주인공 인혜는 예고에서 첼로를 전공하는데, 가족의 기대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길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런데 그만 실기시험에서 5등 중에 5등을 한다. 5등이라서가 아닌 공정하지 못한 실기시험과 자기 실력과 연습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옥죄어 온다. 그것은 같은 첼로반인 연수와 대호도 다르지 않다. 브릿지가 첼로의 네 현을 지탱하듯, 인혜와 연수, 대호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버티려 한다. 무거운 현실 앞에서 자주 쉽게 흔들리고, 이제는 정말 첼로를 사랑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인혜가 가진 자신에 대한 몰이해는 여러 원인이 있었다. 예중에 들어가도록 가르쳐 준 엄정현 선생님과의 레슨은 실력을 높이는 계기였지만, 인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했다. 엄 선생과의 힘들었던 과정은 인혜의 삶을 짓누르지만, 한편으로는 분노를 양분으로 삼아 현실을 이겨내는 노력의 근원이기도 했다. 부모님의 응원과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은 힘든 과정을 중화시키지만, 엄 선생과 레슨을 끝내고 정단아 선생님과의 새로운 레슨,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을 거치며, 인혜는 정말 자신이 첼로를 좋아하기나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엄정현 선생님이 초빙되고, 인혜는 실기 시험에서 불공정한 일이 일어난 걸 알게 된다.


브릿지는 현의 압력을 견디지만, 너무 오래 버티면 결국 휘어지고 만다. 얼마 전 겪은 할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한 상처, 불공정한 실기 시험 결과에 대한 압박감은 인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브릿지는 휘어질지언정 곧바로 부러지지 않는다. 휘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휘어진 채로 멈춰 있을 수도 있었지만, 인혜는 다시 마음을 먹는다. 브릿지는 단순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울리게 한다. 이처럼 인혜도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소리를 찾아 나간다. 연수와 대호, 동우, 그리고 가족들의 응원과 기다림은 흔들리지 않고 현을 받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힘든 시기를 지나는 서로에게 이들 모두 브릿지가 되어 준다.


이 책의 큰 줄기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엄정현 선생님, 그리고 늘지 않는 실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이 네 가지 현을 떠받친 인혜가 첼로를 연주하듯 삶을 버티어내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일을 해내는 노력과 용기,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응원은 그것 떠받치는 원동력이다. 


아울러 이 책에서 음악을 다루는 점이 인상 깊다. 소리 하나 나오지 않지만, 읽는 틈틈이 ‘재클린의 눈물’과, ‘리베르 탱고’, 그리고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프렐류드’를 들었다. 이 책에서 음악은 그저 배경이나 기교가 아니라, 감정과 삶을 담아내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겐 어떤 브릿지가 있을지 생각했다. 현과 통을 잇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잇는 어떤 의미의 브릿지든, 그것을 버티어내는 힘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아픈 사랑일지, 아직 알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찾는 여정일지, 부끄럽게도 돈일지.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는 책을 덮으며 자신만의 브릿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휘어지는 건 브릿지만이 아니라 사람도 누구나 휘어진다. 그러나 그것이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휘어지며 버티고, 버티며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 이 책이, 나를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울러 나는 무엇을 사랑하며 살 것인지를 찾는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참 깊고 따뜻한 책이다. 자신에 대한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짓눌넜던 시간을 보낸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읽고 크나큰 위안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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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부탁해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4
설상록 지음, 메 그림 / 비룡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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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부탁해>(설상록/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은 빠짐없이 매년 읽어 본다. 아이들에게 책과 글을 가르치면서 ‘황금도깨비상’ 수상작만으로도 한 학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내용과 주제와 의미도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따뜻한 마음과 성장, 그리고 공감과 치유의 과정이다.


<호랑이를 부탁해>는 우리 동화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에, 이제는 성장과 변화, 학습까지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이 현시대 어린이의 숙명이랄까. 이 책은 어린이 필수 영양소를 빼곡히 담아 놓은 느낌이다.


5학년 4반에서 달걀 부화 실험을 하고 있기에, 우주는 아침일찍 등굣길에 나선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우주는 검은 모자를 쓴 그림자가 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한다. 교실은 아크릴 물감에 얼룩지고,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우주는 지수진과 달걀이 부화중인 협의실을 둘러보는데, ‘호랑이’라고 이름붙인 달걀이 땅에 떨어져 깨어져 있었다. 우주는 사건 현장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알리는데, 선생님은 CCTV와 현장을 면밀히 분석해 범행 시각과 단서를 모은다. 과연 검은 모자는 누구인가? 왜 그렇게 황급히 도망쳤을까?


5학년 4반 교실은 마치 탐정극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로 전개되다, 흥미로운 학교 생활로 이어진다. 깨진 달걀이 무정란이라는 게 밝혀지며, 검은 모자의 행동이 잘한 건지 아닌지 논란이 생긴 것도 잠시, 곧 병아리들이 부화하는데, 병아리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반 아이들은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수학문제를 풀어 병아리 집을 완성하고,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과 백과사전을 찾아가며 병아리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책임감이 함께 그려진다. 화자인 이우주와 함께 절친 노하민, 그리고 지수진, 고은별, 임리아 등 친구들 사이에 얽힌 애정과 오해, 그리고 숨겨진 작은 비밀들이 차츰 드러난다. 닭이 된 호랑이(병아리 이름을 ‘호빵’과 ‘사랑이’라고 지으면서 합쳐진 이름)를 입양보내는 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따스한 여운을 남기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다. 초반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그것을 이완하는 과정이 노련하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특히 행동과 함께 심리를 충분히 들여다 보도록 한다. 추리소설처럼 1인칭으로 전개되며 반 아이들을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우주의 따뜻한 시각이 흥미로운데, 그것은 삽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바라보며, 정의롭고 순수하며 따뜻한 모습이 익숙하지만, 입체적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편안하다.


초반에 휘몰아치듯 이어진 사건과 현장, 그리고 처참하게 깨진 달걀을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달걀 프라이로 늘 보는 달걀이지만, 이런 모습으로 볼 때는 굉장한 상실감이 느껴진다.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또한 상실로 인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선생님의 지혜와 기다림의 시간은 무척 큰 함의가 있다. 상실감과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둘을 함께 볼 수 있는지 구분하며, 차분히 생각하고 기다릴 시간을 독자에게도 준다. 흙탕물에서 눈알을 잃어버린 하마에게, 흙이 가라앉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라고 충고한 새처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비튼다.


깨진 달걀이 무정란이란 것이 밝혀졌을 때, 그로 인해 다른 달걀이 살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검은 모자를 칭찬해야 할지 고민한다. 세상 일이라는 게 이렇게 복잡하다. 이런 판단에 대해서 함께 논의할 시간을 갖는다면, 독서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해야 할 충분한 책임과 진솔한 사과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공감도 따뜻하게 전해진다. 그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재미와 감동이 충분한 작품이다. 읽고 나면 달걀을 부화시키고 싶은 충동이 들기에, 그 과정이 책에서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겠다.



명불허전이다. ‘황금도깨비상’다운 좋은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책이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짜잔 하고 보여줄 책이다.


2025.02.23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임을 밝힙니다.


#호랑이를부탁해

#서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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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도깨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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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귤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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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이귤희/우리학교)

삶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책임의 연속이다. 그 책임이 나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선택은 신중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고, 책임은 진중하지만 피하기 쉽다. 어른들에게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책임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누지만, 이것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란 참 어렵다.


<가짜 가족>은 편하게 살기를 바라던 가족이 실패를 경험하며 무책임하게 야반도주를 벌이다,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에 무책임한 이들이 나온다. 바로 찬영이 가족인데, 찬영이는 희준이의 드론을 망가뜨리고 그걸 들킬까 봐 삶이 리셋되길 바란다. 일이 잘 되지 않고 돈을 빌려서까지 주식에 투자했는데 실패한 찬영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한방이라며 요행을 바라고 시작했던 주식이 망하자, 찬영이 부모님은 자신들이 벌인 일에 책임지기보다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런 가족 앞에 우연히 나타난 것이 바로 ‘이사 전문 업체 야반도주’다. 아무도 모르게 이사해서 새 인생을 설계해 준다는 이 회사는, 지금 자신의 삶을 모조리 다 버리면, 원하는 새 삶을 준다고 한다. 이 어려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찬영이 가족은 ‘야반도주’ 업체의 설명을 듣고 선뜻 계약하는데, 이들에게 다가올 위험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생각해 보면 내가 벌인 일에 책임지지 않았던 경험이 무척 많다. 옆집 쌍둥이에게 코피를 터뜨리고 다락방에 숨었던 일, 친구의 꾀임에 빠져 비행에 가담했다가 혼자서 빠져나온 일, 즐거워서 시작했지만 예기치 못한 어려움 앞에 부끄럽게 도망쳤던 일. 삶은 온통 도망과 무책임으로 도배된 벽지를 보는 듯하다. 그것은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숙제를 안 했는데 집에 두고 왔다거나, 친구 물건에 손을 대고선 우연히 주웠다고 하거나, 폭력을 노는 거였고 하는 핑계는, 단순이 모면을 넘어서서 무책임을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찬영이 가족은 그토록 원하던 2층 벽돌집에 살며,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리며 산다. 단지 하루에 세 시간은 희멀건 반죽을 치대야 하는 역겨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덕에 받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생 가져보지 못한 돈이 생기는데, 그걸 쓸 데가 없다. 찬영이네는 지난 모든 삶을 포기했고, 이제는 신분조차 없기에 그 많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매일 걱정없이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이 행복이 아님을 머지 않아 깨닫는다.


찬영이가 야반도주에, 친구 소명이와의 비밀을 말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고 이사 업체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 찬영이는 집안에 몰래 들어와 청소하는 이를 만나고, 그를 통해 이사 업체 야반도주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찬영이가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엄청난 진실 앞에 찬영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찬영이와 부모님은 삶에 찾아온 이 두 번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무책임한 이 가족은 변할 수 있을까?


삶은 선택이고, 일상은 내 선택에 책임지는 과정이다. 매 순간 일어나는 선택에서 그 선택을 존중하고 책임지는 일, 우린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경험 앞에서 어렵지 않게 선택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 앞에 도망치거나 책임진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서서히 깨닫는다.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그 모든 걸 경험할 수 없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읽기다.


찬영이 가족이 책임을 회피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토록 바라던, 편안하고 걱정없는 삶이 행복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잃어가게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찬영이 가족이 일하고 청소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을 되찾고 보람을 느낀다. 사는 재미를 편안함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 찾은 것은 무척이나 인상 깊은 전개다. 아이들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하는,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는 말은, 그저 돈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말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걱정없는 편안함과 행복을 구분짓는 돈오의 순간이 찾아온다.


재미있는 동화적 요소가 풍부한 책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과 고통, 그 이후의 변화와 성장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가 자연스럽다.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적당한 허구적 요소까지, 어디 뺄 데가 없는 좋은 동화다. 읽는 순간, 아이들과 나눠볼 만한 책이겠다, 느껴진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독특한 소재와 함께 책임감을 기를 만한 도서다. 회피와 핑계가 아니라 어려움과 맞설 때 진짜 자신을 찾고 행복할 수 있음을, 마음에 와닿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추천한다.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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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을 확 높이는 AI 서비스 - 업무별 57개 AI 활용을 위한 중요 기능 설명
김종철 지음 / 성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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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을 확 높이는 AI 서비스> (김종철/성안당)


그야말로 AI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은 나역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몇몇 업무를 처리하는데, 예전보다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이 높아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단축되어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기에, 결국 노동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건 비밀이다.


그런데 AI가 참으로 많다. 물론 나처럼 보수적인 사람들은 Chat GPT가 유일한 AI라고 알고 있겠지만, AI 시장은 너무나 다채로워졌다. 물론 Chat GPT가 가장 대중적이고 대부분의 업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그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고, 유튜브를 정리하거나 책을 요약하는 등, 우리를 도와줄 AI가 정말 많아졌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에 잘 맞는 AI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던 차에, 성안당에서 보내주신 이 책은 여러 AI의 목적과 특징, 기능과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주어서 한참을 푹 빠져 읽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AI 종류만 무려 53가지다. 그것을 종류와 업무 등 쓰임에 따라서 분류했고, 지금 당장 원하는 작업이 있다면 그 장을 펼쳐서 읽으면 그만이다. AI의 개요와 목적, 사이트와 실행 방법, 목적과 결과물 도출까지, 그 과정을 일사천리로 알려준다. 아무것도 몰라도 이대로만 따라해도 엄청난 결과물이 나온다!


이 책은 크게 7부분으로 나뉜다.

1 AI 서비스

2 이미지

3 영상

4 웹페이지 개발

5 OA (사무 자동화)

6 업무 생산성 향상

7 기타 유용한 웹/앱


가장 기본은 당연히 CHAT GPT다. 생성형 AI의 개요와 특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사용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정말 기초부터 알려주기에, AI에 일자무식한 이들도 충분히 배우고 따라할 수 있다. 사이트 주소에서부터 시작하여 질문 방법, 이미지, 동영상 제작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AI에게 내리는 명령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알려주면서, AI 초보에게 숟가락으로 떠먹이듯이 쉽게 가르쳐 준다. 그림에 있는대로만 따라하면 AI를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가장 대중적인 AI인 CHAT GPT와 Copilot, 뤼튼 설명이 무척 자세한데, 화면 구성과 결과물,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른 차이가 잘 드러나기에, 자기 업무에 적용할 AI를 찾아내면 된다. 가령 글쓰기와 자료 조사를 한다면 CHAT GPT를,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Copilot을, 자동 챗봇을 만들고 싶다면 뤼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험 삼아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논술에 도움을 줄 챗봇을 ‘뤼튼’으로 만들어 적용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작동하고, 아이들이 도움받을 부분도 많아 감동했다. 특히 내가 자주 사용하는 엑셀과 스프레드시트, 몇몇 코딩 관련해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유용한 AI가 많다.

배경 이미지를 제거하는 Clipdrop, 워터마크를 지우는 AI인 Watermark Remover, 자기만의 로고를 만드는 logo.com은 책을 펼치고 바로 도전해본 AI다. 그리고 네이버의 ‘클로바노트’와 QR코드 제작, 단축 주소를 만드는 Bit.ly는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앱이라 무척 반가웠다. 알지 못했던 몇 가지 기능을 배울 수 있었던 건 덤이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업무별 57개의 AI 활용 방법과 기능이 특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위의 사진 중 로고는 logo.com에서 만든 로고다. 누구나 쉽게 가능하니 자기만의 로고 제작에 도전해 보자.


이제는 AI가 뉴노멀이다. 모두가 AI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회사의 업무와 자영업자들의 일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와 과제에 이르기까지 AI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니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력이 부족하다면 이또한 한참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부지런히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2025.01.12


#업무생산성을확높이는AI서비스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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