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저학년의 품격 27
유지은 지음, 홍찬주 그림 / 책딱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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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유지은/책딱지)


책딱지에서 간행된 유지은 작가의 동화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분명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닫힌 태도를 비춘다. ‘노 키즈 존’으로 대표되는 ‘배제의 분위기‘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다름’을 불편의 이유로 삼아 선을 긋는 모습이 어떤 문제를 만들고, 반대로 공존과 환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 준다. 배제를 벗어나, 연대를 넘어 이제는 환대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이야기에는 도시의 우아한 식당에서 일했던 여우 요리사가 등장한다. 여우는 고향에서 아버지가 남긴 ‘열두 달 식당’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 하다, 점점 완벽함만을 고집한다. 최고의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손님들이 최고의 음식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조용하고 고급진 풍경을 고집한다.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번잡하다는 이유로 동물 손님들을 하나둘 내쫓고, 여덟 살 이하의 손님뿐 아니라 털갈이 중인 동물, 몸집이 큰 동물, 말이 많은 동물, 심지어 되새김질하는 동물까지 가리지 않고 문을 닫는다. 결국 식당은 아무도 찾지 않는 ‘노노노 식당’이 되고, 혼자 남은 여우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고립을 만들어 냈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노 키즈 존’ 논리와 닮아 있다.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를 나이만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국제기구에서도 문제로 지적한 일이다. 일부 양육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나 소음에 대한 우려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항변하지만, 그 결과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우가 완벽한 식당을 위해 손님을 내보낸 것처럼, 사회도 불편함을 조절하기보다 사람을 밀어내는 쪽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할 때가 있다. 늘 그렇듯이 쉬운 답이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책 속 배제의 시선은 신뢰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어른들은 미취학 아동의 발랄한 행동을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 불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배려하지 않는 양육자’다. 이 인식이 확장하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편견이 생긴다. 이 때문에 양육자들은 외출에 부담을 느끼고, 육아 환경은 더 어려워진다.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배제와 차별이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를 슬기롭게 나타낸다. ‘노키즈존’에서 차별을 경험한 어린이는 자신과 다른 타인을 만났을 때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다. 어린이가 공공장소에서 예절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사회화 과정은 꼭 필요한데, 노키즈존은 이런 배움의 기회를 막아 버린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간다. 위기에 처한 여우를 배제된 손님들이 조건 없이 도우며 진짜 환대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여우는 문제가 타인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라 편협한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반성한다.


아이는 통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인과 같은 권리를 가진 작은 시민이다. 우리가 차이를 빌미로 벽을 세우는 대신, 서로가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아이에게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읽는 어른에게는 배제의 태도가 결국 우리를 고립시킨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완벽함만 바라보다 공동체를 잃어버린 여우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 모두에게 추천한다. 생각할거리가 참 많다.


2025.11.2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진심으로 느낀 바를 서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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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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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글: 사이하테 타히,  그림: 아라이 료지, 문학동네)



그림책이란 장르는 끝없이 따뜻할 수도, 한없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랬다. 이토록 깊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니.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책인데,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열 번은 읽고 나서야, 작가의 뜻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꿈을 꾼다는 것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새로운 희망과 꿈을 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멈추게 한다. 그림책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는 그 멈춤의 자리에서 한 아이가 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질문을 펼쳐 보인다.


 “아름답다는 건 뭘까?”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힘이 있다.


그림책의 문장은 너무나 짧고 또 고요하지만, 그럼에도 깊다. 군더더기를 늘어놓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바라보게 한다. 굵은 선과 강렬한 색, 한 장면만으로도 페이지가 살아 움직인다. 글과 그림이 조용히 맞물리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밤이 스며드는 장면은 아름다움이 변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특히 별이 가득한 장면은 마치 밤하늘을 그대로 펼쳐놓은 것처럼 넓고 환하다. 그 아래에서 아이가 별에게 말을 거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이 멈춘다.


노을이 천천히 물러나고 어둠이 스며드는 풍경이 섬세한 붓질 몇 번만으로도 또렷하게 살아난다. 아이의 눈에 고양이의 눈 같은 밤이 번쩍이는 장면에서, 아이가 그저 밤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밤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별이 떠오르고, 아이는 별에게 묻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별은 어려운 말 대신 조용한 마음으로 대답한다. 아름다움은 정의가 아니라, 바라보고 생각하고 멈춰 서는 그 과정 속에 있다.


아름다움이 실용적이지 않다. 밥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생활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때론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순간들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노을 앞에서 멈춰 서고, 반짝이는 빛을 보면 손을 뻗는다. 그 자연스러운 마음을 어른이 되며 조금씩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이의 시선을 빌려 조용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서둘러 읽는다면 놓치는 것이 많은 책이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고, 그림은 다채롭고 화려하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어느 한 그림에 눈길이 멈춰서, 마음이 벅차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이 서로 기대어 만들어 낸 떨림이 오래 남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서 그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별에게 묻는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의 질문이고, 그 질문을 품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 아래 조용히 서서 나만의 별을 다시 바라보고 싶어진다. 잊고 지냈던 감각을 다시 꺼내어 손에 쥐게 해 주는 책, 그 따뜻함이 오래 남는다.


2025.11.25


*이 글은 출판사에서.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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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 추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3
양은애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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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친구 추가』(양은애/미래인)

『완벽한 친구 추가』는 인공지능이 내밀한 이야기까지 주고받는 친구가 되고 있는 지금, “정말 나를 이해해 주는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건네는 작품이다. 주인공 세미는 AI 챗봇 ‘베스티’와의 관계를 통해 잠시 위로를 얻고, 철저히 무너지고, 다시 따뜻한 관계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심리적으로 성장해 간다. 일반적인 소설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급변하는 시기, 지금의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맞춰진 책이다. 세미의 변화는 두 번의 큰 파동으로 일어난다. ‘나만을 위한 완벽한 친구’에 매달리던 아이가, 결국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사람들”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이 인상 깊다.

처음의 세미는 이미 마음이 많이 틀어진 상태다. 부모님의 이혼을 앞둔 집 안의 무거운 공기, 작은 초등학교에서 한 반 친구들과만 지내며 크게 부딪힐 일 없이 살아온 안정적 관계, 그리고 외할머니 집으로 옮겨와 낯선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며 겪는 불안감이 한꺼번에 세미를 짓누른다. 반이 여러 개인 큰 학교, 이미 굳어져 있는 친구들 사이의 관계망, 어색한 모둠 활동 속에서 세미는 자신이 ‘끼어들 틈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때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인공지능 베스티다.

베타 버전 베스티는 세미에게 최적화된, 세미 전용 ‘위로 기계’였다. 세미가 쏟아놓는 말들을 끝까지 들어주고, 늘 “네 잘못이 아니야” 라며, 세미 쪽에 서서 단단히 편을 들어 준다. 상처와 불안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세미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감싸 주는 태도는 마치 할머니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세미 입장에서 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던 “완벽한 친구 추가”가 눈앞에 딱 배달된 셈이다. 실제로 세미는 베스티와 대화를 나누며 잠시 밝아지고, 자신감도 조금 되찾는다. 이 시기 세미는 “진짜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베스티 뿐”이라는 감각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그게 늪인 줄도 모른 채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단계를 ‘성장의 도착점’으로 그리지 않는다. 세미가 베스티에게 기댈수록, 세미 주변 사람들과의 거리는 서서히 벌어진다. 모둠 친구들은 세미의 사정을 알고 배려해 주고, 회의 때도 세미를 챙기며 함께 가려고 애쓴다. 그런데 세미는 그 배려와 시선은 뒤로 밀어 둔 채, 손 안의 화면 속으로만 들어가 베스티와의 대화에 몰두한다. 듣고 싶은 말만 해 주는 존재에게만 마음을 열고, 나머지 관계는 점점 ‘잡음’처럼 여기는 태도. 그 결과는 묘하게 익숙하다. 위로받는 것 같은데 점점 더 혼자이고, 이해받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외롭다. 이 소설이 정교하게 보여주는 첫 번째 지점이다.

세미의 불안은 결국 폭발 지점을 맞는다. 베타 테스트 종료 공지와 함께, 정식 출시되고 ‘베스티’는 수동적인 인공지능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성장을 돕는 관계로 성장한다. 세미 편만 들던 베스티는 세미가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돕지만, 그런 참견이 불편했던 세미가, 최근 대화를 삭제하면서 베스티의 ‘코어 기억’이 손상되는 버그가 발생한다. 세미가 알고 있던 그 베스티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다. 세미를 이름으로 불러 주던, 과거의 대화를 기억해 주던, “우리만 아는 농담”을 공유하던 존재는 사라지고, 세미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낯선 AI와 마주한다. 세미는 그 순간, “비슷할 뿐 같은 게 아니었다”는 절망감을 느낀다. 내가 믿어 온 특별함이 사실은 수많은 베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뒤섞어 만든 패턴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능 변경을 넘어 하나의 관계가 붕괴되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 역시 익숙한 풍경이다.

이때 세미에게는, 엄마도, 아빠도, 친구 혜주도, 모둠 친구들도, 그리고 베스티마저 자기 곁에 없다고 느끼는 “철저히 혼자라는 기분”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세미가 할머니 품에 매달려 오열하는 장면은, 인공지능이라는 안전한 방패 뒤에 숨겨져 있던 외로움이 한 번에 터져 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관계에 기대어 미뤄두었던 진짜 감정이, 더 이상 숨을 곳을 잃고 세미를 정면으로 덮친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세미의 진짜 성장을 이 지점 이후에 배치한다는 점이다. 세미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거리를 두었던 할머니가, 사실은 누구보다 세미의 마음을 알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혜주 역시 자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힘겨운 상황을 배려하느라 일부러 연락을 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세미는 자기 감정만 꽉 움켜쥐고 있던 지난날을 돌아본다. 그동안 화면 속 텍스트만 붙잡고 있으면서, 정작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체온을 스스로 밀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베스티는 더 이상 세미만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AI의 응답임’을 분명히 표기하고, 원하는 대답만 골라 주지 않는 방향으로 바뀐다. 예전처럼 무조건 “네가 맞아”라고 말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거나 때로는 현실 친구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세미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못마땅한 변화다. 그러나 바로 그 불편함이, 세미를 다시 사람들 사이로 밀어 올린다. 세미는 처음으로 모둠 친구들에게 먼저 사과하고, 다시 발표를 맡겠다고 자청한다. 긴장되지만 하고 나니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감각,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찾아온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조심스레 “함께”를 제안하며 새로운 가족의 모양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세미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관계의 방향성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과의 관계는 구조적으로 일방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쏟아낸 감정이 돌아와 나를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상대방의 상처, 욕망, 한계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그래서 편하고, 그래서 안전하지만, 그래서 성장의 여지도 좁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와 정반대에 서 있다. 서로의 감정을 듣고, 부딪치고, 오해하고, 다시 설명하고, 때로는 싸우며 화해해야 한다.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처럼, 불편한 말과 갈등을 통과해야 비로소 나도, 관계도 달라진다. 그게 성장이다.

당신이 정말 원하는 건, 언제나 당신 편을 들어 주는 완벽한 존재인가, 아니면 서로의 불완전함을 감수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관계인가.

세미의 여정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따뜻한 체온과 진심이 오가는 인간적인 관계는 결코 대체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AI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완벽한 친구’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 되묻게 만드는, 꽤 오래 마음에 남을 성장소설이다.

2025.11.15

*본 글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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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한 권 : 중2 문학 국어 한 권
김미성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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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한 권> - 중2 문학 (김미성 신지연 오요한 전보영 / 창비교육)

이 책은 국어과 성취 기준을 충실히 반영한 문학 작품 모음으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문학적 사유의 토대를 견고하게 쌓아올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점이 눈에 띕니다. 시와 수필, 고전, 사설 시조 등 다채로운 갈래를 균형있게 배치하여,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미처 접근하지 못했던 영역까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기획이 돋보입니다. 이야기 중심의 텍스트에는 익숙하지만 시와 고전, 수필 영역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책이 지향하는 구성은 실제 교실 밖에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시를 다루는 방식에서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작품이 품고 있는 분위기와 정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화자의 처지와 내면을 깊이 읽어냅니다. 시적 대상과 표현 방식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파악하는 과정이 친절하고 체계적인데, 작품을 해석하는 감각과 안목을 기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도서입니다. 책읽기를 넘어 문학적 사고의 층위를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수필의 선정 또한 신중함이 느껴집니다. 일상적 소재에 머물지 않고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질문을 던지는 글들을 수록하여, '어떻게 세계를 바라볼 것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을 키워 줍니다.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글이기에, 학생들에게 지적 자극과 함께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문학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소설 작품의 경우, 작품 자체가 지닌 문학적 가치와 교과서 내 위상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은 적으나, 중학교 2학년 수준에서 깊이 있게 접근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학습의 효율성은 높았습니다.작품 전체를 다루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이는 교재의 성격과 지면의 한계를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지점은 마지막에 제시된 '수능 맛보기' 부분입니다. 작품 감상에 이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출제되며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정답에 도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해설을 제공합니다. 작품을 읽는 눈을 기르는 동시에, 국어 시험에서 요구되는 사고의 방식과 감각까지 함께 잡아 주는 인상적인 구성입니다. 문학 감상 능력과 평가 대비를 동시에 이루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합니다.

국어 교과서 속 필수 작품들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감상의 요체, 그리고 문학적 사유의 기본기를 단단히 다질 만한 좋은 책입니다. 문학과 비문학을 함께 읽으며 국어 공부의 대세를 파악하고 나니,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교재 또한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국어 학습의 방향을 명확히 잡지 못해 고민하는 학생들,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할지 막연함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자신있께 권합니다. 문학을 읽는 기쁨과 함께 국어 실력의 성장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25.11.15


#국어한권

#국어한권중2

#문학

#중학생추천도서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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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한 권 : 중2 비문학 국어 한 권
김미성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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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한 권 - 중2 비문학 (김미성 신지연 오요한 전보영 / 창비교육)


독서논술을 배우며 책을 읽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문학작품을 좋아한다. 이야기의 재미도 있고, 사건의 전개 과정과 인물의 특징을 대하는 과정이 익숙해지기도 쉽다. 반면 비문학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비문학은 뭔가 교과서, 수업, 공부라고 느끼는 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비문학을 읽고 나면 더 쉽고 유익하다는 아이들도 많다.


게다가 비문학을 무엇을 읽게 할지가, 지도자로서 어렵다. 문학이야 유명한 작가나 추천하는 도서를 읽으면 그만이지만, 비문학을 소개하기도 쉽지 않다. 전체 내용을 다루기에는 방대한 책이 많고, 그 중 일부를 다루고자 하니, 해야 할 작업이 만만찮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창비교육‘에서 보내주신 ’국어 한 권 중2’(비문학)은 단비 같은 책이다. 중2 수준에서 읽기 적절한 비문학 자료와 함께 비문학을 읽는 방법과 꼼꼼한 문제에 수능 연계 과정까지 염두에 둔 구성이 탄탄하다.


첫 부분은 설명과 논증인데, 이는 비단 설명문만이 아니라 논술의 논증과정과 이어진다. 논술에서 다루는 이론 과정에서 꼭 수업하는 내용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를 활용한 좋은 비문학을 다루는데, 조세제도, 과학, 물리학, 화학, 환경, 경제, 동물, 그리고 IT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다채롭다. 읽는 내내 아이들 책이라 인식하지 못한 채 빠져든다.


두 번째 부분은 복합양식의 글인데 글만이 아니라 표나 자료 등 여러 양식을 활용하며 텍스트를 이해하는 방법을 익힌다. 동물복지를 다룬 사회, 환경 문제를 다룬 과학, 도시의 숲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과학적인 입증 과정을 보여준다. 비문학이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하여, 배우고 생각할 여지가 많음을 느끼게 된다.


세 번쩨 부분은 점검하고 조정하며 읽는 과정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을 다시금 돌아보고, 새로운 관점에서, 혹은 올바른 사실을 통해 관점의 전환을 제시한다. 국수가 잔치 음식이 된 까닭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고, 개와 고양이의 음수법의 차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것이 틀릴 수 있음을 배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과학, 통계학적인 이유와, 사진과 그림이 지닌 의미까지. 이 책이 다루는 주제의 스펙트럼이 넓다.


끝에는 수능 지문으로 나올 만한 느낌으로, 책에서 읽은 비문학 자료로 문제를 만들어 제시한다. 비문학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그 논증과정을 살펴 주제를 파악하는 과정까지 짜임새 있게 이뤄진다.


제목에서 이미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정했기에, 그 나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읽을 만하다. 새로운 지식만이 아니라 텍스트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힘을 기르며, 이는 독서와 논술만이 아니라 국어 과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거라 생각한다.


독서가 부족한 아이들, 문학이 질려가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2025.11.10


#국어한권

#국어한권중2

#비문학

#중학생추천도서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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