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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다를 나이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강경수 외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1월
평점 :
<열다섯, 그럴 나이>
#강경수 #강지영 #이민항 #조서월 #청예
(우리학교)
제목을 보면, 열세 살에게는 왠지 어렵게 느껴질 것 같고, 열일곱 살에게는 또 유치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철없는 내 이야기로도 느껴지는데, 제목의 ‘열다섯’을 단정 짓지 않고 책의 세계에 발을 들인 독자들에게만 허락된 특별하고 소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 실린 다섯 작품은 모두 열다섯 남학생의 이야기다. 각기 상황이 다르고 봉착한 문제 역시 제각각이다. 그 속에 지금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문제와 살을 맞대며 살아가는 현재의 느낌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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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놀드>는 ‘살인자의 쇼핑몰’을 쓴 강지영 작가의 단편이다. 고도비만 서율은 우연히 ’아놀드’의 유튜브를 보는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아놀드가 헬스를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는다. 엄마의 재봉틀부터 중고 컴퓨터까지 중고거래로 팔아가며 돈을 마련해 헬스를 시작한다.
*변화하는 몸에 관한 서사라고 예상했지만, 결말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어지며, 몰입과 중독에 관한 결말로 넘어간다. 작가가 청소년 문학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그 속에 청소년 또래 문화와 중고거래, 중독 문제까지 풀어내는 수작이다. 무척이나 인상적인 작품으로, 왜 첫 번째로 들어갔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더비>(이민항)은 축구를 좋아하는 열다섯 두 소년의 이야기다. 같은 지역 연고를 둔 멘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하는 주인공과 멘체스터 시티를 좋아하는 범준은 팀처럼 서로가 경쟁하는데, 둘은 더비 전에 내기를 해 상대의 유니폼을 사주기로 한다.
*<더비>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에 친구관계만이 아니라 해외직구 이야기를 더했다. 그 얼거리 위에 승자와 패자를 아우르는 방식,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룬다.
<안전하고 완벽한 기억 보존을 위한 영원중 갓기의 시크릿 플랜>은 정말이지 독특한 SF작품이다. 주인공 현준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하나하나 되뇌는데, 그것은 요즘 자신이 자신같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걸 좋아하고, 당연한 걸 모르는 일이 많은데, 현준은 자신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 작품은 반전의 묘미가 있다. 이외에 우리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흥미로운 해답을 찾는 현준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형태 마음의 형태>는 꽤 마음이 아팠던 작품이다. 친구와의 관계를 잘 이어가지 못하는 형태가 게임팩 중고 거래로 우연히 만난 형과 친해지면서 생기는 변화를 다룬다. 부모와 생긴 문제, 친구 관계의 어려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알아가며, 결국 형태는 자기 마음의 형태와 마주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무척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인간관계에서 얻는 기쁨과 사랑만큼이나, 때로는 그로 인해 겪는 아픔과 좌절 역시 크다는 점을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것을 어루만지고 회복하게 만드는 것 역시 관계이며, 정답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하고 깊었다.
잘 알려진 강경수 작가의 <개의 시간>은 무척 상징적인 작품이다. 열다섯 즈음이 되면, 아이들에게 ‘개의 탈’이 배달되는데, 그것을 쓰면서 아이들은 더이상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 세상에 물든다.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과 자신의 본성 사이에서의 갈등을 개의 탈이란 소재로 상징적으로 다룬다. 열다섯이라는 시기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사회적 규칙을 익히며, 자신만의 본질을 잃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성장하며 사회를 배우고 익히면서 자신의 본질을 잃어가는 열다섯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이 작품을 소개할 때, 강경수 작가를 먼저 써놓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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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품은 교과서에 실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열다섯 청소년들이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인상 깊게 그린다. 개의 탈을 쓴 사회적 압박 앞에, 아이들은 스스로 해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며,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시련과 고통은, 틀림없이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청소년 문학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개성있는 다섯 작가가, 지금 바로 이곳을 살아가는 이 나라 청소년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청소년 문학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024.11.19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열다섯그럴나이
#우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