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 별숲 동화 마을 69
지슬영 지음, 주성희 그림 / 별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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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 (지슬영 글 / 주성희 그림 / 별숲)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오늘도 부딪치는 문제는 바로 AI를 사용한 글쓰기다.

아이들에게 내는 책읽기 과제, 글쓰기 숙제, 자료 조사와 토론 준비까지.

아이들 곁에 붙어 있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이 중 어느 하나도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스스로 실력으로 해내는 아이들도 많다.

차라리 그 편이 마음 편하고 자기답다 생각하며, AI를 쓰면 선생님이 대번에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안다.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만의 문체, 느낌, 나름의 맥락과 서사 방식이 생기는데, 그건 그 아이의 개성이고 재능이며, 나는 은총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그 범주를 뛰어넘으면 우선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들어도 그걸 증명할 수는 없다. AI 사용은 이제 점점 더 사적인 일로 바뀌고 있다.


AI 사용 윤리에 관해 고민하는 학부모, 교사,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바로 <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다.

위에서 고민한 모든 내용이 이 책 한 권에 잘 드러난다. 이 책은 문제점만 탓하고 양심에 맡기지만 않는다.

AI의 한계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더 큰 장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문채는 생활본 쓰기에 힘들어하고, 특히 글쓰기를 귀찮아 한다. 그러나 작가가 꿈인 엄마의 기대와 응원, 절친 '동화'의 글쓰기 실력이 부러운 나머지, 새로 나온 AI인 '지니어터'의 베타 테스터로 참여한다. 천재 작가라고 말할 정도의 글쓰기 실력을 보여주는 지니어터. 문채는 단숨에 글쓰기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가 된다. 칭찬과 부러움에 지니어터를 더 자주 사용하며, 문채는 부정행위란 늪에 빠진다.


지니어터를 이용해 교내 글짓기장에 글을 써서 내고, 심지어 백일장 대회에까지 지니어터를 이용한다. 지니어터가 보여준 글을 스스로 다듬었다고 정당화하지만, 그 글이 정말 문채 자신의 글인지 스스로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결국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같은 글이 여섯 편 나오고, 이 사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하자, 문채는 동화의 조언대로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엄마의 꾸중과 비난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이 엄마의 선택은 정말 놀랍다. 엄마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채가 벌인 일은 수습이 될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빠져드는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 캐릭터의 특징, AI를 대하는 아이들의 저마다 다른 자세, 그리고 부정행위 앞에서의 합리화, 그리고 올바른 자세, 그리고 실수와 잘못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까지.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나라면 이 책의 교장 선생님처럼, 담임선생님처럼, 아니 문채 엄마처럼 행동했을까? 이런 행동 자세야말로 AI가 가르쳐 줄 수 없는 삶의 지혜와 경륜이며, 우리가 추구하고 배워야 할 가치다.


앞으로도 AI는 정말 모든 분야에 쓰일 것이다. 인간의 일만이 아니라 능력과 재능까지 가져갈까 봐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된다. AI가 하는 일이란 게 우리가 끄적여 놓은 것을 읽고 배우며 따라하는 것일 뿐,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고, 새롭게 생각하며, 나답게 풀어가는 힘을 따라할 수는 없다. AI가 인간을 배우는 건 연애와 요리를 책으로 배우는 느낌일 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걱정과 안심이 교차하며, 아이들이 자기다움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간과하는 점도 있다. AI의 활용도다. 문채 친구 동화는 AI를 글쓰기 보조자로서 잘 활용한다. 윤검 역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선생님으로 지니어터를 잘 활용한다. 이런 점을 더 부각시키면 좋았겠다. AI는 우리의 도구지, 나를 대신할 자리는 AI에게 없다는 걸 분명히 하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학습의 어떤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AI를 공정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인간은 AI 앞에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고, 나눌 만하다. AI를 활용한 학습, 혹은 부정행위에 대해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어른들도 이 책을 좀 읽으면 좋겠다.


2026.09.12


#별숲 #내맘대로글써주는지니어터 #지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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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바삭 과자집 건설 회사
아사노 마스미 지음, 신타니 도모코 그림, 이소담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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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바삭 과자집 건설 회사>(아사노 마스미 글 / 신타니 도모코 그림 / 초록귤)


미소와 웃음만 나오는 책이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으면 된다.

과자집 건설회사에서 차려준

맛난 집들을 주르륵 구경하는 것만으로

과자가 호로록 들어오는 듯하다. 


이 창의력, 어쩔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살 집을 만들어주는 회사라니.


이 책을 빌려 읽는다면

주의하시라.

다른 친구들이 침 흘린 흔적이

그림 곳곳에 자국을 남겼을지 모른다.


그런데 세 번을 읽어보니,

이게 또 건축책이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살 만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초콜릿을 얹은 와플 지붕을

꽈배기사탕 기둥으로 단단히 받치고

쿠키 벽돌를 튼튼하게 쌓는다.


아, 초콜릿 문은 참을 수 없지.

추로스 창문은 또 어떻고.


남은 건축 자재로 나누는

맛있는 점심

돗자리 한 구석에

슬쩍 내 엉덩이도 드민다.


폭신한 팬케이크 바닥에

층간소음은 사라지고


폭신폭신 크림 방은

안 봐도 잠이 솔솔


솜사탕 침대와

마시멜로 베개가 나오는 순간

이제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식사 전 금서다.

다이어트 중인 어린이도 금지다.


폭신하고 행복한 꿈을 꾸고 싶은 어린이

내가 살 집을 상상해 보고 싶은 어린이

편의점과 과자점에서 몇 시간이고

신중하게 과자를 고를 수 있는 어린이는

대대대 환영이다.


2026.09.10


*이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학교
#달콤바삭과자집건설회사

#초록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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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해피 엔딩 우리학교 주니어 소설
이필원 지음, 안유진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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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해피엔딩』(이필원/우리학교)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이 얼마나 성숙한지 잘 모른다. 아이들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미숙하거나 지나가는 바람으로 가볍게 여기곤 한다. 열두 살의 마음에도 치열하고 깊은 우주가 있다는 걸 아는지?


이필원의 동화집 『열두 살의 해피엔딩』은 사랑과 상실의 파도를 처음 맞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드라운 문체로 들려준다.


여섯 편의 수록작은 결핍과 균열로 일어나는 열두 살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변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 연애의 끝자락에 서거나, 짝사랑의 조급함에 친구의 키링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맨다. 이젠 세상에 없는 언니의 기일을 앞두고 마음을 앓고, 우주로 떠난 단짝의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이야기에는 화려한 성공도, 깔끔한 갈등 해소도 없다. 상처를 덮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바라보게 하는데, 자신들에게 떠오른 슬픔의 부피를 가늠하는 아이들은 보는 내내 짠하다.


동화책을 여는 「이별 파티」와 마지막의 「언니가 돌아왔다」는 가장 묵직했다.


「이별 파티」의 주인공은 사랑이 식은 남자친구 승재와 헤어길 준비를 하며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울며 싸우는 대신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 마지막에 웃으며 헤어지기'라는 규칙을 세우고 이별 데이트를 치른다. 친구로 남자는 승재의 제안을 깔끔히 거절하고 돌아설 때, 그 기분은 묵은 때를 민 듯 개운하다.


「언니가 돌아왔다」는 3년 전 떠나간 친언니의 영혼과 마주하는 종서의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은 언제 잃었는지도 모르게 잊어버리는 게 낫다"던 할아버지의 말 대신, 종서는 잃었더라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다정하게 품고 사는 것이 진짜 사랑임을 깨닫는다. 지우는 사랑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랑으로 상실을 건넌다. 다정하고 따뜻하다. 어른이 배운다.


작가는 왜 이별과 사별로 가득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해피 엔딩은 싫어」이야기에서 명한은, 세상에는 해피가 너무 많다며 사랑에 빠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적 결말에 회의를 느낀다.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삶은 고통이나 눈물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삶이 던지는 비바람과 고통, 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통과한 뒤, 이전보다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다음 장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곧 해피엔딩이다.


이 책 속 열두 살 아이들에게 사랑과 이별은, 누군가를 향해 용기를 내어 마음의 온기를 쏟는 과정이었고, 홀로 남겨진 상실의 무게를 견디며 어느새 한 뼘 자라나는 통과의례를 지나는 시기였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 나아가며 제 감정의 주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다.


가슴속 서툰 감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수많은 열두 살 아이들에게, 이 책이 넘어지고 헤매어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2026.09.09


*이 글은 ‘우리학교 도서부’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열두살의해피엔딩

#이필원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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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 운명에 맞서다 생생고전 10
김태권 지음, 산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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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 (김태권 글 / 산사 그림 / 천개의바람)


그야말로 오디세이아 열풍이다. 영화를 시작으로 관련한 책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좋은 책을 소개하고 지도하며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정말 좋은 오디세이아 책을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너무나 방대한 모험 이야기인 <오디세이아>를, 어린이용이랍시고 지나치게 압축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사소한 설명을 건너뛰면서, 어린 독자들이 그 맥락을 놓치게 만든 책들도 많다. 오디세우스가 왜 그랬는지, 당시의 사회와 문화적인 맥락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을 무엇인지, 지금의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걸 간과하는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출간한 <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는 내용과 설명, 해석 측면에서 자격을 고루 갖춘 책이다.


이 책은 원전의 형식과 구조를 충실히 따른다. 24권으로 된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한다. 처음에 텔레마코스의 모험이 시작되고 오디세우스가 파이아키아에 오는 과정이 오디세우스 서사의 시작인데, 이 책은 충실하게 그것을 따른다. 어린이 책이 트로이아 전쟁에서부터 시간의 서사대로 표현하는 것과 달리, 원전에 충실히 따른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러한 구조는 문학 작품의 서사 구조와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므로,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이 있다면, 구조적 특징을 반드시 짚어주면 좋겠다. 흔히 아는 소설 구성의 3요소와 소설 구성의 5단계, 그리고 영화 시각적 요소를 제대로 활용한 특징을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이 책은 세 가지 층위에서 균형 있게 다룬다. 그것은 오디세우스의 모험과 텔레마코스의 여정, 그리고 신들의 계획이다. 이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오디세우스의 여정에 영향을 끼치고, 마지막에 한 곳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완결된다. 인류 문학의 정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천개의 바람’ 출판사의 <오디세이아, 운명에 맞서다>는 자연스러운 흐름만큼이나 쉽고 재미있다. 이런 고전은 쉬우면 재미를 놓치고 재미있으면 흐름을 잃는다. 이 무게 중심을 적절히 유지하는데, 흐름을 따라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면서도, 그 안에 구체적인 설명, 의미, 인물이 행동한 근거, 배경을 놓치지 않는다. 따로 각주나 미주, 부연 설명이랍시고 우측에 주석을 단 어린이 도서들에 비해, 그것을 글 안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었다. 이는 문해력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게다가 읽기도 좋다. <오디세이아> 원전은 권과 행으로 이뤄지면서, 읽기 자체가 거친 편이고, 중간에 끊어 읽기가 어렵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그 부분부터 다시 읽기가 번거롭고 헷갈린다. 그러나 이 책은 작 부와 권, 그 안에 세부 항목이 있어서, 지금 어느 지점을 읽고 있는지를 어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몇 번 끊어서 읽어도 전후 관계를 잘 이해하며 읽을 만하다.


사실, 중학년 아이들과 깊게 읽고 나눌 <오디세이아>를 찾고 있었다. 도서관의 <오디세이아>는 다 빌려 읽었을 정도니. 그러나 초등 중학년 <오디세이아>는 이 책으로 확정해도 되겠다. 원전에 충실한 정도가 아니라, 간결한 이야기 속에, 중요 사건과 맥락을 빠짐없이 넣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서사에 있어서 꽤 재미있는 부분, 깨알 같은 지식, 인물의 감정을 풀어내는 데는 다소 서툴다. 특히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오디세우스의 감정,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텔레마코스의 심정, 20년을 기다린 페넬로페의 찢어질 듯한 마음, 구혼자들의 욕심, 충직한 하인들의 신념 등은 다소 가볍게 묘사된 점이 아쉽다. 물론 그것까지 드러낸다면 글의 분량이 길어져, 독자 타깃 범위가 좁아졌을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의 위치 선정은 꽤 괜찮은 편이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 도서다. 아니, 초등 고학년까지도 읽어야 한다.

아이들이 읽는 모든 문학의 뿌리가 이 책에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자신을 이겨내는 과정, 타인과의 관계, 겸손과 배려, 일관된 신념,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배우기에,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하다.


2026.09.12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천개의바람

#오디세이아

#운명에맞서다

#김태권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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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
강혜숙 지음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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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임금님 납시오>(강혜숙/초록귤)


어린이들의 ‘첫 책’은 너무나 중요하다. 책도 사람처럼 ‘첫인상’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처음 접하고 자주 접한 책은 아이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고 이는 아이를 이루는 세계관이 된다. 그래서 어릴 적에 읽는 단 몇 권의 그림책은, 부모가 아이 분유와 이유식을 고르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고? 그럼 그냥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바로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다.


오래전 기성세대들이 처음 접한 책은 소위 말하는 ‘명작동화’였다. 외국의 문화는 높게 쳐주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더하여 화려한 색감과 모습을 보여주는 외국 명작동화의 공주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처음 읽히기 딱 좋은 동화였다. 하지만 명작동화의 대단함은 ‘화려함’, 딱 거기까지다. 백설공주와 신레렐라가 하는 일은 주로 집안일이고, 중대한 일은 남에게 의존하며 행동과 결정 모두 타인에게 미룬다. 아이들의 첫 책으로 명작동화 그림책을 고른다면 아, 이건 좀 걱정된다.


그러나 전래동화는 다르다. 전래동화의 가장 큰 기둥은 바로 ‘구전’되었다는 점이다. 그 유명한 ‘작자미상’ 선생님들이 지으셨는데, 어떤 전래동화든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공동체의 생각과 공감, 배려와 봉사,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해학과 흥겨움이 넘친다. ‘서정오’ 선생의 옛 이야기 백 가지를 읽다 보면, 이 모든 게 이해된다.


놀랍게도 옛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재구성중이다. 도깨비의 익살, 아이의 지혜, 욕심 많은 임금을 골려 주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즐거움과 해학이 넘쳐나는 이야기. 그게 <도깨비 임금님 납시오>에 다 들어 있다. 정말이니 의심하지 말라.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 수상작가인 ‘강혜숙’ 작가의 이 그림책은 해학과 풍자가 절묘하다. 어른이든 아이들 모두 읽고 웃을 테지만, 그 지점이 조금 다르겠다.


이 책에서, 우리 주변 모든 물건들이 도깨비다. 맡애기와 빗자루, 솥뚜껑과 정자관, 빨랫방망이와 호리병, 벼루까지도 사실 모두 도깨비다. 도깨비들은, 아가를 업고 대나무를 주우러 온 여자아이를 놀래키려 하는데, 온갖 심부름에 무서울 틈도 없자 도깨비는 실망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도 무서워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임금님’. 가장 무서운 게 임금님이라니 도깨비들은 서로 자기가 임금님이라 우기고, 그래서 여자아이가 도깨비 중에서 임금님을 뽑아주겠다고 한다.


세상에 여자아이가 할 일이 많아서 무서울 틈도 없다니, 웃프다. 게다가 도깨비들의 실망하는 모습이라니. 눈물이 날 정도로 우스운 장면이다. 


도깨비들은 정승 댁부터 개집까지, 용궁이랑 저승까지 돌아다니며, 자기가 임금님이 되기 위한 보물을 찾아다닌다. 그 보물 이야기에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속 신기한 물건들이 빠짐없이 나온다. 그러니 여러 전래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이 대목에서 얼마나 반가울까.


결국 누가 도깨비 임금님이 될까? 여자아이는 도깨비에게서 받은 선물로 어떻게 할까? 그 이야기들이 다시 전래동화로 이어진다는 건 안 비밀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참신하다.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하지만 해학이 넘쳐나고, 그러면서도 아이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처지가 스며들면서도, 백성들이 무서워하던 것은 정작 무엇인지, 아이가 그 보물을 어디에 사용하는지까지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래, 이게 전래동화지.


‘강혜숙’ 작가의 본명이 ‘작자미상’일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전래동화 속의 민초들이 그려낸 장면과 주제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림책은 이렇게 만드는 거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독서모임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처음 접하는 꼬맹이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2026.08.08


*본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도깨비임금님납시오 #초록귤 #강혜숙 #유아그림책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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