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서로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위해준 지음, 모차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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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서로>(위해준/우리학교)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이런 매혹적인 상상 뒤에는 사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싶다는 아픈 외침과, 동시에 나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갈망이 공존한다. 위해준의 <만약에 우리 서로>는 얼굴은 똑같지만 마음의 무늬는 전혀 다른 두 아이가 잠시 인생을 맞바꾸며 겪는 이야기다. 역할 바꾸기라는 고전적인 설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기다운 삶의 실존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난하지만 꿈을 품고 사는 남우리와 유복하게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조이랜드의 마스코트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늘 외로운 윤서로는 어느 날 우연히 똑같이 생긴 서로를 발견한다. 두 아이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며, 각자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잠시 인생을 바꿔 살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가 되어 힘든 스케줄과 경쟁의 부담감을 느끼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차가운 고독을 마주한다. 서로는 좁고 낡은 히든 구역에서 지내지만, 따스한 정과 자유를 경험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타인의 삶이 주는 낯선 무게를 통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래 서 있던 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과연 두 아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조이랜드와 히든 구역의 허울과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윤서로는 화려한 성 같은 ‘이터널 팰리스’에 살면서도 정작 마음은 길을 잃은 텅 빈 섬 같아 보였다. 수재민으로 잠시 조이랜드에 머물며 히든 구역에 숨은 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춤을 사랑하고 자기다운 삶을 꿈꾸지만, 기회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와 서로는 각자의 옷을 바꿔 입고서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을 마주한다. 타인이 되어 직접 그 삶의 무게를 견뎌보는 시간이 새로운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된다.


작가가 설정한 ‘우리’와 ‘서로’라는 이름의 결합은 정말 오묘하다. 홀로 있을 때는 ‘우리’와 ‘서로’라는, 그저 이름에 불과했던 두 존재가 만나 ‘우리 서로’라는 온전한 관계를 이룰 때, 비로소 개인을 넘어서는 관계의 연대가 시작된다. 이는 ‘나’라는 존재가 ‘타자’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슬픔을 내 몸으로 앓아보는 과정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공감을 넘어선 실천적 공감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아이가 서로 바꿔 살았던 시간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허락된 ‘유예의 시간’이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남의 인생을 동경하며 내 처지를 미워했던 못난 마음을 씻어낸다. 행복은 남의 자리를 탐내는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두 아이는 고통스러운 각성을 통해 배워간다.


이 작품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간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태도의 변화다. 우리와 서로는 서로의 삶을 경험한 이후, 더 이상 예전의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책을 덮는 아이들 역시, 내 옆에 서 있는 친구의 삶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의 삶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바꿔야 할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이게 따뜻하게 알려준다.


2026.02.0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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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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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밀한 가해자』 (손현주/우리학교)

'친밀함'이라는 단어는 참 묘하다. 다정한 안식처가 되어주다가도, 때로는 개인의 독립성을 억압하는 서늘한 족쇄가 되기도 하니까. 사회학적으로 가족은 가장 사적인 온기를 나누는 공간이지만, 그 단단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가해는 피해자에게 훨씬 깊은 내면의 파멸을 안기는 비극의 산실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자 ‘밀(密)’은 빽빽하다는 뜻인데,  파자하면 집 면(宀), 반드시 필(必), 그리고 뫼 산(山) 자로 되어 있다. 집에 갇힌 상황인데, 그 앞에 산이 가로막고 있으니, 그 숨막히는 심정이 느껴진다.

대학 때 사회학 첫 시간에 배웠던 ‘거리감 유지’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가족과 타인, 그리고 나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감이 필요한데, 그 거리감은 관계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거리감이 없는 사이는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친밀한’ 사이라도 거리를 둬야 관계가 유지되고, 그것은 부모와 자식도 마찬가지다. 한없이 가까울 것 같은 가족이지만, 좁은 틈을 두지 않으면 관계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친밀한 가해자』는 지나친 보호가 왜 ‘밀폐(密)’된 공간일 수 있는지, 그것이 왜 문제인지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가짜 모범생』을 통해 부모의 기대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자기다운 삶’을 일구는 치열함을 보여준 손현주 작가는, 이번 신작 『친밀한 가해자』에서 그 통찰을 더욱 날카롭고 깊은 심리적 심연으로 확장해 나간다.


소설은 비상계단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고와 이를 은폐하려는 가족의 모습을 비춘다. 이를 통해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행되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폭력을 과감하게 고발한다. 주인공 준형의 부모는 아들의 미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진실을 덮자고 종용하지만, 이는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잘못된 보호’의 전형일 뿐이다. 아버지가 외치는 “은폐가 아니라 보호”라는 말은 사실 아이에게 평생 씻지 못할 죄책감의 낙인을 찍는 행위이며,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가 아이의 영혼을 잠식하는 가해자가 되는 순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어른으로 나아가는 시기에 얻은 첫 감정이 죄책감이라면, 아이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다.


사춘기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거름 삼아 도덕적 자아를 옹골차게 키워내는 ‘성장의 봄’을 지나는 시기다. 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준형에게 부끄러움을 외면하고 비겁한 안정을 선택하라고 속삭인다. 할머니는 그를 ‘결점 없는 아이’로 박제하려 하며 과분한 애정을 쏟아붓지만, 그 무게는 준형에게 숨 막히는 왕관처럼 조여온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통해 가장 친밀한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해로운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독이 아이의 성장을 어떻게 가짜로 만드는지 예리하게 짚어낸다.


어른으로의 성장은 자신의 허물을 똑바로 직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용기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준형이 겪는 지옥 같은 시간은 결국 타인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임을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건 자신을 속이는 행위라는 현서의 충고는, 준형이 ‘가장 친밀한 자신’에게마저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마주해야 할 진실의 목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준형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존재로 거듭나겠다는 치열하고도 눈부신 선언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우리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그들이 마땅히 겪어야 할 성장의 진통을 가로채고 있지는 않은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과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야말로 아이를 진짜 어른으로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친밀한 가해자』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안락한 감옥을 부수고 나와, 잿빛 구름 너머의 태양을 스스로 기다리기로 결심한 한 소년의 시린 고백록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내 사랑은 지금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무너뜨리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떳떳할 때라야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그 자명한 진리를, 준형의 무거운 발걸음으로 묵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수작이다.


2026.01.19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가제본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감상임을 밝힙니다.


#친밀한가해자

#손현주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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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계 마왕? 너라면 어떻게 할래? 만약에 서바이벌 2
G.B. 지음, 하나코가네이 마사유키 그림, 김지영 옮김, 다카니 도모야 감수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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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계 마왕!(웅진주니어)



살다 보면, 남들 앞에서 말해야 할 때가 많다. 아이들은 더 자주 그렇다. 교실에서 발표해야 할 때가 있고, 자기 의견을 드러내어야 할 때가 분명 온다. 물론 논술과 토론, 글쓰기로 단련된 아이들은 말하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겠지만, 또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말할 때는 두서없이 표현할 때도 있고, 서서 말해야 할지 앉아야 할지, 목소리는 크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잡는 손과 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그게 살아가면서 체득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일도 아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할 수 없는 법이며, 아이들의 성격도 다 다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이 책은,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 리더십을 갖기 위한 자세, 남들 앞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논쟁과 협상에서 갖추어야 할 자세와 기술을 말해주는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척 어려운 자기계발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마계와 인간계의 다툼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마계의 마왕, ‘마오’를 주인공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시골로 이사 간다는 엄마의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마오는 어쩔 수 없이 이삿짐을 싼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마법서를 펼치면서, 마왕이 봉인된 마계로 이동한다. 그곳의 괴물들은 ‘마오’가 자신들이 찾던 차기 마왕이라며 자신들을 이끌어달라고 한다. 여러 마족을 조화롭게 이끌고, 외부의 침입자들인 인간들, 특히 ‘용사’의 공격에 맞서 마계를 평화롭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마계 편이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웠지만, 마오는 자신감을 갖고 괴물들 앞에 선다. 단순하게는 괴물들 앞에서 앉은 채로 인사할지, 서서 인사할지부터, 목소리의 크기는 어떠해야 하는지, 말투는 빠르게 할지, 시선을 어디를 향하며, 제스처는 어떻게 위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아이들도 마오의 처지를 따라가면서 선택하고 고민하며, 타인 앞에서 말하는 기술을 하나하나 쌓게 된다.


특히 와닿는 부분은 친구 관계 부분이다. 마계의 동료를 늘리기 위해, 힘과 권력으로 강제할지, 아니면 대화로 설득할지를 고민한다. 아울러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며, 거절에 대응하는 자세, 친구를 만드는 방법, 남을 돕는 자세에 대해서 하나씩 알려준다. 이또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마오를 통해서, 아이들이 직접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하는 점이 인상 깊다.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협상해야 할 때가 많이 온다. 청소를 어떻게 나눠 할지, 게시판 꾸미기나 반 대항 체육대회 등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할 때는 반드시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협상의 기술이다. 여러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고, 차분한 자세로 대화하며, 이유와 까닭을 알아보고, 더러 교환하고 약속하면서 협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이러한 사소한 기술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데, 꽤 유용하다. 어른으로서도 배운 것이 많다고 솔직히 고백해 본다.


아울러 학급 회의처럼 여러 회의를 이끌어가거나 발언해야 할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필요한 준비와 자세를 알려주는 점도 좋다. 업무를 분담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삼으며 모두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점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타인과의 다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점도 무척 흥미롭다. 모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상대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한 다음,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아닌 마계의 마왕 입장이라는 점이 신선하고, 초보 마왕이 스피치와 리더십, 그리고 협상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다. 가벼운 만화책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안에 담은 내용이 어른들의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중학년과 고학년을 준비하며 발표와 연설 등의 스피치, 다툼과 협상을 위한 리더십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좋은 바이블이 될 만한 책이다. 짧은 한 권의 책이지만, 학교 생활의 좋은 지침이 될 만한 도서야.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2025.12.07


*이 글은 웅진주니어로부터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솔직한 서평임을 밝혀둡니다.


#리더십

#스피치

#협상의기술

#웅진주니어

#오늘부터마계마왕

#만약에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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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저학년의 품격 27
유지은 지음, 홍찬주 그림 / 책딱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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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 (유지은/책딱지)


책딱지에서 간행된 유지은 작가의 동화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분명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닫힌 태도를 비춘다. ‘노 키즈 존’으로 대표되는 ‘배제의 분위기‘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다름’을 불편의 이유로 삼아 선을 긋는 모습이 어떤 문제를 만들고, 반대로 공존과 환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여 준다. 배제를 벗어나, 연대를 넘어 이제는 환대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알려준다.


이야기에는 도시의 우아한 식당에서 일했던 여우 요리사가 등장한다. 여우는 고향에서 아버지가 남긴 ‘열두 달 식당’을 더 멋지게 만들고 싶어 하다, 점점 완벽함만을 고집한다. 최고의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손님들이 최고의 음식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 조용하고 고급진 풍경을 고집한다.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번잡하다는 이유로 동물 손님들을 하나둘 내쫓고, 여덟 살 이하의 손님뿐 아니라 털갈이 중인 동물, 몸집이 큰 동물, 말이 많은 동물, 심지어 되새김질하는 동물까지 가리지 않고 문을 닫는다. 결국 식당은 아무도 찾지 않는 ‘노노노 식당’이 되고, 혼자 남은 여우는 자신의 선택이 어떤 고립을 만들어 냈는지 마주하게 된다.


이 모습은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노 키즈 존’ 논리와 닮아 있다. 공공장소에서 어린아이를 나이만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국제기구에서도 문제로 지적한 일이다. 일부 양육자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나 소음에 대한 우려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항변하지만, 그 결과는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곤 한다. 여우가 완벽한 식당을 위해 손님을 내보낸 것처럼, 사회도 불편함을 조절하기보다 사람을 밀어내는 쪽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 할 때가 있다. 늘 그렇듯이 쉬운 답이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


책 속 배제의 시선은 신뢰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를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어른들은 미취학 아동의 발랄한 행동을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일로 바라보지만, 실제로 불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배려하지 않는 양육자’다. 이 인식이 확장하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 편견이 생긴다. 이 때문에 양육자들은 외출에 부담을 느끼고, 육아 환경은 더 어려워진다.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배제와 차별이 어떤 문제를 불러오는지를 슬기롭게 나타낸다. ‘노키즈존’에서 차별을 경험한 어린이는 자신과 다른 타인을 만났을 때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할 것이다. 어린이가 공공장소에서 예절과 배려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사회화 과정은 꼭 필요한데, 노키즈존은 이런 배움의 기회를 막아 버린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간다. 위기에 처한 여우를 배제된 손님들이 조건 없이 도우며 진짜 환대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여우는 문제가 타인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라 편협한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고 반성한다.


아이는 통제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인과 같은 권리를 가진 작은 시민이다. 우리가 차이를 빌미로 벽을 세우는 대신, 서로가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열두 달 식당으로 오세요!』는 아이에게는 차별 대신 함께하는 법을 알려주고, 함께 읽는 어른에게는 배제의 태도가 결국 우리를 고립시킨다는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완벽함만 바라보다 공동체를 잃어버린 여우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 모두에게 추천한다. 생각할거리가 참 많다.


2025.11.2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진심으로 느낀 바를 서술한 글입니다.


#열두달식당으로오세요

#유지은

#책딱지

#초등추천도서

#저학년추천도서

#초등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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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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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글: 사이하테 타히,  그림: 아라이 료지, 문학동네)



그림책이란 장르는 끝없이 따뜻할 수도, 한없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랬다. 이토록 깊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니.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책인데,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열 번은 읽고 나서야, 작가의 뜻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꿈을 꾼다는 것이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새로운 희망과 꿈을 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멈추게 한다. 그림책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는 그 멈춤의 자리에서 한 아이가 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질문을 펼쳐 보인다.


 “아름답다는 건 뭘까?”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힘이 있다.


그림책의 문장은 너무나 짧고 또 고요하지만, 그럼에도 깊다. 군더더기를 늘어놓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바라보게 한다. 굵은 선과 강렬한 색, 한 장면만으로도 페이지가 살아 움직인다. 글과 그림이 조용히 맞물리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밤이 스며드는 장면은 아름다움이 변하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특히 별이 가득한 장면은 마치 밤하늘을 그대로 펼쳐놓은 것처럼 넓고 환하다. 그 아래에서 아이가 별에게 말을 거는 순간, 자연스럽게 마음이 멈춘다.


노을이 천천히 물러나고 어둠이 스며드는 풍경이 섬세한 붓질 몇 번만으로도 또렷하게 살아난다. 아이의 눈에 고양이의 눈 같은 밤이 번쩍이는 장면에서, 아이가 그저 밤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밤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별이 떠오르고, 아이는 별에게 묻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별은 어려운 말 대신 조용한 마음으로 대답한다. 아름다움은 정의가 아니라, 바라보고 생각하고 멈춰 서는 그 과정 속에 있다.


아름다움이 실용적이지 않다. 밥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생활을 편하게 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때론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순간들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노을 앞에서 멈춰 서고, 반짝이는 빛을 보면 손을 뻗는다. 그 자연스러운 마음을 어른이 되며 조금씩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이 책은 아이의 시선을 빌려 조용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서둘러 읽는다면 놓치는 것이 많은 책이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감정은 가볍지 않고, 그림은 다채롭고 화려하지만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어느 한 그림에 눈길이 멈춰서, 마음이 벅차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글과 그림이 서로 기대어 만들어 낸 떨림이 오래 남는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에서 그 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별에게 묻는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의 질문이고, 그 질문을 품는 순간 우리는 이미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 아래 조용히 서서 나만의 별을 다시 바라보고 싶어진다. 잊고 지냈던 감각을 다시 꺼내어 손에 쥐게 해 주는 책, 그 따뜻함이 오래 남는다.


2025.11.25


*이 글은 출판사에서.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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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하테타히

#아라이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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