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 - 이주민 가족들과 함께하는 정다운 집밥
이란주 지음, 김라온 그림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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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 (이란주 글, 김라온 그림, 초록귤)


다문화 가정은 나에게 아직 낯설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지만, 다문화 가정의 아이를 가르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나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다. 이 아이들 역시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자라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데, 우리 학원에는 왜 한 명도 없을까. 한참을 곱씹어 보았다. 학생을 가려 받은 적도 없고, 학원 문턱이 유난히 높은 것도 아니다.


그저 짐작해 볼 뿐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이 모든 과정이 어떤 집에는 꽤 높은 벽일 수 있겠다고. 학부모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정을 아이에게 요구하려면 관심과 애정만큼이나 정보와 이해가 필요한데, 그 틈에서 격차가 생기는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다문화를 다룬 책으로 수업할 때면 마치 먼 우주의 이야기를 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알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와닿지 않는 이야기,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이야기. 


교실 공기가 그렇게 가라앉을 때, 이젠 자신있게 건넬 책이 생겼다.

그림책 <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다.


사람을 하나로 묶는 데 먹는 것만큼 쉬운 길이 있을까. 식구(食口)라는 말이 딱 그렇다. 역사와 언어를 나누는 일보다 밥상을 나누는 일이 앞선다면, 그걸로 이미 우리다. 같은 식탁에 둘러앉았다면 이미 가족이다. 나도 소문난 기사식당에서 낯선 기사님들과 합석해 밥을 먹고 시시콜콜 말을 섞곤 하는데, 그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 책을 구태여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몽골 소녀 아밀랑의 엄마가 끓여 주는 고릴태술, 소윤이네 엄마의 베트남 반미, 정인이네 엄마의 페루 요리 카우사 데 포요, 고려인 할머니의 마르코프차. 이것은 '세계인의 식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식탁 위에 오른 음식들이다. 음식으로 떠나는 세계 일주가 비행기표 없이, 우리 집 식탁에서 시작된다. 하긴 오늘날 어느 음식을 한 나라만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문화는 서로 스며들고 뒤섞여 온 지 오래이니, 음식으로 나누는 다문화 이야기는 결국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닿을 수밖에 없다.


맛있는 문화를 만나 감사하다. 온갖 문화가 녹아든 음식 앞에서 함께 먹고 나누는 일은, 곧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2026.10.11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엄마의요리를소개합니다

#이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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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 확률 3%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수용 지음, 김연제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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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프 확률 3%』(이수용/우리학교)


나는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이름으로 불릴지 궁금하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화혁명. 그 이후로 온 AI의 시대는 어떻게 나아갈까? 수많은 업무에 AI가 쓰이는데, 불과 2~3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많이 바뀔까?


우려되고 걱정되지만 기대되는 지점은 인간관계다. 지금도 SNS에 올라오는 AI 활용 영상과 게시글 중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간관계와 자기관리다. 특히 타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부처와 니체를 활용하여 많이 나온다.


사실 도움이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받은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관계조차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없는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로 남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게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 그렇다.


<베프 확률 3%> 도서는 딱 그런 지점을 다룬다. 만약 나와 친구가 될 확률을, AI가 정확하게 알려준다면 어떨까? 이 책에서 AI 까미가 그런 역할을 한다. 까미는, 같은 반이 된 친구 중에서, AI가 나와 잘 맞는 친구를 골라준다. 그것도 정확한 확률로. 게다가 갈등이 일어나면, AI가 나서서 해결해준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주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려 준다.


3학년 때 친구 관계로 힘들었고 따돌려졌던 수인이는 AI 까미가 추천해준 다윤이와 정말 마음이 잘 맞는다. 베프 확률 98%라니! 취향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기에, 까미는 적절한 친구를 소개시켜줬는데, 과연, 정말, 확실히, 진정으로 그럴까?


그런데 수인이는 자신과 정말 잘 맞는 친구를 만난다. 바로 민하. 다소 충동적이지만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밀고 당기며 관계를 이어나간다. 멀어졌다가 다가오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런데 AI 까미는, 수인이와 민하가 베프 확률이 3%라고 한다. 고작 3%. 과연 이 세 아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친구 관계는 중요하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중요하다. 중학생이 되면 그 중요성이 더 커진다. 어른이 되면 안 그럴까? 전혀 아니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갈등의 해결만큼이나 조율하는 힘이고, 다툼 없이 잘 지내는 사이가 아니라 다툼을 이겨내는 능력이며, 관계를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AI는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며, 숙고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빼앗아갔고,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해낼 시간을 훔쳐갔다. 이게 더 좋지 않냐며, 실제로 더 좋은 걸 가져오지만, 그게 정말 내 것인지도 이제 모르겠다. 그런데 인간관계마저도 그리 된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기게 될 듯하다. 사실, 고민하고 숙고할 시간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생각을 해낼 시간을 가져가라고 건넨 쪽은 우리다. 이게 더 좋지 않냐고, 실제로 더 좋은 걸 가져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젠 그게 내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AI에 대한 경계심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다.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나와 다르기에 가지는 놀라움, 새로운 것을 접하며 나에 대해서 다시 알아가는 성장. 이건 몸과 감정이 없는 존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가 어떤 이름으로 남을지는 모른다. 다만 기술이 무엇을 해냈는지가 아니라 사람이 끝까지 자기 손에 쥐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로 기억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맨 앞에 관계를 맺고 풀어가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관계를 맺고 풀어가는 그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워가길 바란다. 수준은 초등 3~4학년이지만, 5~6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토론 거리가 많아질 듯하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나랑 참 안 맞는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6.10.09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베프확률3%

 #이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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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 ㅣ 별숲 동화 마을 69
지슬영 지음, 주성희 그림 / 별숲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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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 (지슬영 글 / 주성희 그림 / 별숲)


독서와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오늘도 부딪치는 문제는 바로 AI를 사용한 글쓰기다.

아이들에게 내는 책읽기 과제, 글쓰기 숙제, 자료 조사와 토론 준비까지.

아이들 곁에 붙어 있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이 중 어느 하나도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물론 스스로 실력으로 해내는 아이들도 많다.

차라리 그 편이 마음 편하고 자기답다 생각하며, AI를 쓰면 선생님이 대번에 알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안다.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만의 문체, 느낌, 나름의 맥락과 서사 방식이 생기는데, 그건 그 아이의 개성이고 재능이며, 나는 은총이라고까지 생각한다.

그런데 그 범주를 뛰어넘으면 우선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 들어도 그걸 증명할 수는 없다. AI 사용은 이제 점점 더 사적인 일로 바뀌고 있다.


AI 사용 윤리에 관해 고민하는 학부모, 교사,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바로 <내 맘대로 글 써 주는 지니어터>다.

위에서 고민한 모든 내용이 이 책 한 권에 잘 드러난다. 이 책은 문제점만 탓하고 양심에 맡기지만 않는다.

AI의 한계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더 큰 장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문채는 생활본 쓰기에 힘들어하고, 특히 글쓰기를 귀찮아 한다. 그러나 작가가 꿈인 엄마의 기대와 응원, 절친 '동화'의 글쓰기 실력이 부러운 나머지, 새로 나온 AI인 '지니어터'의 베타 테스터로 참여한다. 천재 작가라고 말할 정도의 글쓰기 실력을 보여주는 지니어터. 문채는 단숨에 글쓰기 실력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가 된다. 칭찬과 부러움에 지니어터를 더 자주 사용하며, 문채는 부정행위란 늪에 빠진다.


지니어터를 이용해 교내 글짓기장에 글을 써서 내고, 심지어 백일장 대회에까지 지니어터를 이용한다. 지니어터가 보여준 글을 스스로 다듬었다고 정당화하지만, 그 글이 정말 문채 자신의 글인지 스스로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아무도 모르지 않은가?


결국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같은 글이 여섯 편 나오고, 이 사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하자, 문채는 동화의 조언대로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엄마의 꾸중과 비난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이 엄마의 선택은 정말 놀랍다. 엄마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채가 벌인 일은 수습이 될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빠져드는 책이다. 이야기의 흐름, 캐릭터의 특징, AI를 대하는 아이들의 저마다 다른 자세, 그리고 부정행위 앞에서의 합리화, 그리고 올바른 자세, 그리고 실수와 잘못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까지.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나라면 이 책의 교장 선생님처럼, 담임선생님처럼, 아니 문채 엄마처럼 행동했을까? 이런 행동 자세야말로 AI가 가르쳐 줄 수 없는 삶의 지혜와 경륜이며, 우리가 추구하고 배워야 할 가치다.


앞으로도 AI는 정말 모든 분야에 쓰일 것이다. 인간의 일만이 아니라 능력과 재능까지 가져갈까 봐 걱정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음을 깨닫게 된다. AI가 하는 일이란 게 우리가 끄적여 놓은 것을 읽고 배우며 따라하는 것일 뿐, 세상에 없던 걸 만들어내고, 새롭게 생각하며, 나답게 풀어가는 힘을 따라할 수는 없다. AI가 인간을 배우는 건 연애와 요리를 책으로 배우는 느낌일 거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걱정과 안심이 교차하며, 아이들이 자기다움을 찾아나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간과하는 점도 있다. AI의 활용도다. 문채 친구 동화는 AI를 글쓰기 보조자로서 잘 활용한다. 윤검 역시 맞춤법과 띄어쓰기 선생님으로 지니어터를 잘 활용한다. 이런 점을 더 부각시키면 좋았겠다. AI는 우리의 도구지, 나를 대신할 자리는 AI에게 없다는 걸 분명히 하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학습의 어떤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AI를 공정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인간은 AI 앞에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


중학년 이상 아이들이 읽고, 나눌 만하다. AI를 활용한 학습, 혹은 부정행위에 대해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궁금하다면, 어른들도 이 책을 좀 읽으면 좋겠다.


2026.09.12


#별숲 #내맘대로글써주는지니어터 #지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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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바삭 과자집 건설 회사
아사노 마스미 지음, 신타니 도모코 그림, 이소담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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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바삭 과자집 건설 회사>(아사노 마스미 글 / 신타니 도모코 그림 / 초록귤)


미소와 웃음만 나오는 책이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으면 된다.

과자집 건설회사에서 차려준

맛난 집들을 주르륵 구경하는 것만으로

과자가 호로록 들어오는 듯하다. 


이 창의력, 어쩔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살 집을 만들어주는 회사라니.


이 책을 빌려 읽는다면

주의하시라.

다른 친구들이 침 흘린 흔적이

그림 곳곳에 자국을 남겼을지 모른다.


그런데 세 번을 읽어보니,

이게 또 건축책이다.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도,

살 만한 공간을 만들어준다.


초콜릿을 얹은 와플 지붕을

꽈배기사탕 기둥으로 단단히 받치고

쿠키 벽돌를 튼튼하게 쌓는다.


아, 초콜릿 문은 참을 수 없지.

추로스 창문은 또 어떻고.


남은 건축 자재로 나누는

맛있는 점심

돗자리 한 구석에

슬쩍 내 엉덩이도 드민다.


폭신한 팬케이크 바닥에

층간소음은 사라지고


폭신폭신 크림 방은

안 봐도 잠이 솔솔


솜사탕 침대와

마시멜로 베개가 나오는 순간

이제 말을 이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식사 전 금서다.

다이어트 중인 어린이도 금지다.


폭신하고 행복한 꿈을 꾸고 싶은 어린이

내가 살 집을 상상해 보고 싶은 어린이

편의점과 과자점에서 몇 시간이고

신중하게 과자를 고를 수 있는 어린이는

대대대 환영이다.


2026.09.10


*이 서평은 ‘우리학교 도서부’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학교
#달콤바삭과자집건설회사

#초록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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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해피 엔딩 ㅣ 우리학교 주니어 소설
이필원 지음, 안유진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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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의 해피엔딩』(이필원/우리학교)


어른들은 아이의 감정이 얼마나 성숙한지 잘 모른다. 아이들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미숙하거나 지나가는 바람으로 가볍게 여기곤 한다. 열두 살의 마음에도 치열하고 깊은 우주가 있다는 걸 아는지?


이필원의 동화집 『열두 살의 해피엔딩』은 사랑과 상실의 파도를 처음 맞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드라운 문체로 들려준다.


여섯 편의 수록작은 결핍과 균열로 일어나는 열두 살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변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 연애의 끝자락에 서거나, 짝사랑의 조급함에 친구의 키링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맨다. 이젠 세상에 없는 언니의 기일을 앞두고 마음을 앓고, 우주로 떠난 단짝의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이야기에는 화려한 성공도, 깔끔한 갈등 해소도 없다. 상처를 덮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바라보게 하는데, 자신들에게 떠오른 슬픔의 부피를 가늠하는 아이들은 보는 내내 짠하다.


동화책을 여는 「이별 파티」와 마지막의 「언니가 돌아왔다」는 가장 묵직했다.


「이별 파티」의 주인공은 사랑이 식은 남자친구 승재와 헤어길 준비를 하며 마지막 만남을 갖는다. 울며 싸우는 대신 '싸우지 않기, 울지 않기, 마지막에 웃으며 헤어지기'라는 규칙을 세우고 이별 데이트를 치른다. 친구로 남자는 승재의 제안을 깔끔히 거절하고 돌아설 때, 그 기분은 묵은 때를 민 듯 개운하다.


「언니가 돌아왔다」는 3년 전 떠나간 친언니의 영혼과 마주하는 종서의 이야기다. "잃어버린 것은 언제 잃었는지도 모르게 잊어버리는 게 낫다"던 할아버지의 말 대신, 종서는 잃었더라도 잊지 않고 마음속에 다정하게 품고 사는 것이 진짜 사랑임을 깨닫는다. 지우는 사랑이 아니라 기억하는 사랑으로 상실을 건넌다. 다정하고 따뜻하다. 어른이 배운다.


작가는 왜 이별과 사별로 가득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해피 엔딩은 싫어」이야기에서 명한은, 세상에는 해피가 너무 많다며 사랑에 빠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적 결말에 회의를 느낀다. 어린이나 어른 모두에게, 삶은 고통이나 눈물이 필연적이다. 그래서 삶이 던지는 비바람과 고통, 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통과한 뒤, 이전보다 단단해진 발걸음으로 다음 장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그 순간이, 곧 해피엔딩이다.


이 책 속 열두 살 아이들에게 사랑과 이별은, 누군가를 향해 용기를 내어 마음의 온기를 쏟는 과정이었고, 홀로 남겨진 상실의 무게를 견디며 어느새 한 뼘 자라나는 통과의례를 지나는 시기였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독립된 존재로 나아가며 제 감정의 주인이 되어가는 첫걸음이었다.


가슴속 서툰 감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수많은 열두 살 아이들에게, 이 책이 넘어지고 헤매어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2026.09.09


*이 글은 ‘우리학교 도서부’ 활동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열두살의해피엔딩

#이필원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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