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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8월
평점 :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도리 H.바틀러/미래인)
최근 학생들 글쓰기를 위한 웹사이트를 새롭게 만들었다. 원래 만든 사이트가 16년이 넘어가니 보안 문제가 불거져서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예전과 달리 보안과 인증, 웹사이트 규칙과 포인트 보상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너무나 많아서, 이번 휴가는 이때문에 많은 시간을 썼다.
그럼에도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웹사이트에 학생들이 쓰는 글은 반드시 실명으로 게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은 자신을 드러내고 쓰는 것이어야 하고, 그럴 때라야만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다시 읽은 이 책은,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가치있는 주제를 드러내는 책이었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2008년에 출간된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청소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사이버 폭력과 익명성, 그리고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정보환경이 크게 변한 17년이 지난 지금도 책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제이비와 아무르가 있다. 제이비는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지만, 학교 신문에서 진실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교사의 제재를 겪으며, 결국 학교신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무르는 아랍계 무슬림으로, 종교적 이유로 하루 다섯 번 기도를 드린다.
그 때문에 편견과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컴퓨터에 능숙하여 제이비와 함께 ‘트루먼의 진실’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든다.
“이 사이트의 규칙은 단순하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그 글은 사실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칙은 곧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다. 익명성은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게 하지만, 동시에 허위와 왜곡이 사실처럼 퍼져 나갈 위험을 안고 있다. 검증이나 책임의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사이트에는 릴리를 표적으로 한 악성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어릴 적 제이비, 아무르와 친했던 릴리는 인기 있는 무리에 속하지만, 과거 부모의 이혼과 폭식으로 체중이 늘던 시절의 사진이 트루먼의 진실 사이트에 유포되고, 릴리의 성적 지향에 대한 루머까지 퍼진다. 심지어 릴리가 만든 것처럼 꾸민 가짜 블로그까지 만들어져 그녀를 조롱한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파탄 나고, 결국 릴리는 등교를 중단한다.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운영자인 제이비와 아무르는 글을 삭제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실’과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었지만, 이는 사실 운영 책임을 회피하는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 사이트는 진실을 밝히는 공간이 아니라 폭력을 증폭시키는 통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릴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과거에 다른 친구를 상처 준 가해자였음이 드러난다. 학교폭력의 가해와 피해는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상황과 관계 속에서 변할 수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작품 속에는 릴리뿐 아니라, 작품을 빼앗기고 찢기는 모욕을 당한 트레버, 피부 트러블로 놀림을 받는 사라, 아랍계라는 이유로 낙인찍힌 아무르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이는 학교폭력이 한 개인과 집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교차하며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책이 출간된 2008년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거의 없었고, PC로 접속하여 웹사이트나 카페, 블로그 활동이 주류였다. 그런데도 이런 문제가 꽤나 심각했다. 그런데 2025년의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X 같은 SNS로 더 복잡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익명 계정과 우회 접속, 해외 서버 문제 등, 가해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즉 ‘자유와 책임의 균형’은 여전히 유효하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규칙과 선의로 시작한 공간도, 질서있는 운영과 책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누군가를 해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의 존엄을 파괴하는 순간, 반드시 개입하고 조정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도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커졌다.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들에게 정보윤리, 익명성의 문제점, 학교 폭력과 사이버 폭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나누며, 함께 고민할 만한 책이다.
2025.08.15
*이 글은 미래인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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