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아파트 학교 귀신 2 : 친구 관계를 도와줘! 신비아파트 학교 귀신 2
최은정 지음, 케나즈 그림, 이서윤 감수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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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 2 친구관계를 도와줘!>

(최은정 글 / 웅진주니어)


<신비아파트>는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신비와 금비는 한국 도깨비로 무척 매력있는 캐릭터고, 개성 넘치는 여러 인물도 등장한다. 퇴마와 관련한 소재가 많기에 조금 무서운 장면도 있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소재가 많다.


우리 아이가 <신비아파트> 세대가 아니기에, 나역시 신비아파트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러나 <신비아파트>에 대해 모른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즐기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심지어 이 책은 2권인데, 등장인물 소개와 1권의 주요 내용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어, <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2권부터 입덕해도 아무 무리가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초등 입학 전후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학교 생활 예절서, 혹은 ‘비법서’다. 학교 생활에서 해야 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복도와 교실, 급식실에서의 예절, 그리고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친구에게는 싫은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배우고 실천하게 만드는 책이다.


학교 생활, 단체 생활에서의 에티켓을 어떻게 <신비아파트> 소재로 다루느냐 하겠지만, 생각보다 꼼꼼하게 다루고, 당연히 재미있다. 지나가는 한 마디 속에 학교 생활의 꿀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권에서 별빛 초등학교를 지키던 신령한 나무가 벼락을 맞아 쓰러지면서, 밤마다 학교에 귀신이 나타난다. 2권에서는, 하리와 친구들이 학교에서 신령한 나무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고 학교에 있는 지팡이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 깃든, 여러 사연이 있는 귀신들을 만난다.


1화에서는 교장실의 억울한 귀신을 만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준다. 그러면서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침착하고 차분하게 사실을 말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지를 안다. 또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을 때 해야 할 노력과 방법, 학교의 어른들을 대하는 예절, 실수를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2화에서는 급식실에 깃든 귀신을 다룬다. 돼지라고 놀림받은 아이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줄 서기 예절과 음식을 골고루 먹는 방법, 함께 식사하는 예절, 급식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3화의 컴퓨터실에 숨은 귀신을 통해서는,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여러 방법을 다룬다. 또한 사이버 따돌림과 촬영 예절, 스마트폰 중독, 악성댓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올바른 학교 생활, 친구관계에 대해 조근조근 가르쳐 준다.


4화 복도에 숨은 귀신을 통해서는, 복도에서의 안전만이 아니라 친구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상대방의 외모를 비웃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사과할 용기, 친구를 잘 사귀는 강력한 비법과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팁, 그리고 다툼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행동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에 탈 뻔한 지팡이를 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화기 사용법까지 꼼꼼하게 익힌다.


겉으로는 신비아파트, 퇴마 이야기와 모험을 그리지만, 세부적으로는 초등 저학년들에게 학교 생활의 꿀팁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학교에서 친구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여러 비법이 꼼꼼하게 나와 있고, 마치 선생님과 멘토의 잔소리처럼 상황마다 올바른 대처 방법과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점이 좋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걱정되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친구 관계와 학교 어른들을 대하는 모습, 식사와 생활 예절은 잘 지키는지 걱정이 앞선다. 혹은 드센 아이들에게 당하지는 않을지, 아니면 예의 없이 행동하느라 미움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비슷하다. 입학하기 전, 혹은 입학했더라도, 당연하지만 자칫 놓칠 수 있는 학교 생활과 예절에 대해서 꼼꼼히 가르쳐주는 <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 2 친구관계를 도와줘!> 를 읽으면 어떨까 한다. 재미있는 만화에 학교 생활과 예절을 조미료처럼 넣은 책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알려주는 만화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겐 당연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이상하고 비매너일 수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생활 비법서.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책이다.


2024.06.04


*본 소개 글은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웅진주니어

#신비아파트_학교귀신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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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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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이희영/래빗홀)


이 책은 서른 둘의 ‘나우’가 우연이 시간 여행자가 되는 이야기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에 미련이 남은, 아픈 그 과거를 돌이키려 한다. 참신한 소재, 독특한 방향, 잔잔한 감동과 깊은 의미. 그렇다. 이희영 작가의 책이다.


얼마 전에 이희영 작가의 신작 <페이스>를 읽었는데, 불과 2주일만에 더(?) 신작인 <셰이커>를 읽었다. ‘래빗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작가의 신간으로, 흰 토끼가 안내하는 이야기의 굴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서른두 살의 ‘나우’는 ‘하제’에게 프러포즈를 준비 중이다. 오랜 만에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그 얘기를 털어놓는데, 성진은 축하를 건네지만, 한민이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새끼도 아니고 그 자식이랑 가장 친했던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사실 나우가 결혼하려는 하제는 나우의 절친 ‘이내’와 중학교 때부터 사귄 사이다. 그러나 수능을 100일 앞두고 이내가 사고로 죽었고, 그 뒤 나우와 하제, 그리고 친구들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자, 이제부터 참신한 소재, 독특한 방향이 나올 때다. 나우가 우연히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는데, 어릴 적 이내가 키웠던 고양이와 비슷하다. 그 고양이를 따라 우연히 들른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셰이커’로 만들어 준 ‘블루 아이즈’ 칵테일을 마시는데, 열아홉 살로 돌아간다. 열아홉 살의 상황을 뒤늦게 깨달은 나우는 어쩔 줄 모르는데, 다시 찾은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건넨 ‘그린 데이’를 마시며, 이번에는 열다섯 어린 시절로 돌아가 버린다.


이왕 과거로 온 김에, 나우는 절친인 이내도 살리고, 친구들에게 하제를 빼앗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 계획을 세운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원래 자신이 나가기로 했는데, 게임하느라 이내가 대신 나갔던 ‘하제’와의 첫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하제와의 첫만남은 어색할 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중간에 끼어든 이내와 하제는 손발이 착착 맞는다. 나우는 자신이 어떻게 하든 과거를 둘의 사이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칵테일 바를 찾은 나우는 바텐더가 건네는 ‘옐로 튤립’으로 스무 살 적으로 돌아가고, 이미 이내가 죽은 그곳에서 하제를 만난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둘은 이내를 추억한다.


이내의 죽음에 미련이 남은 나우는 바텐더가 건네는 ‘피치 블랙’을 통해 열아홉 살, 이내가 죽기 전으로 돌아오는데, 이내의 사고를 막으려 이내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 날, 나우는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알게 된다. 과연 나우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나우와 하제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얼핏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보다는 아픈 과거와 성장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다. 살면서 나우와 하제가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둘의 절친이던 이내가 죽은 일이다. 그것은 가장 가슴아픈 일이지만 지금의 둘을 있게 한 동력이기도 했다.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하고 이겨내면서,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간다. 그것은 성진 역시 마찬가진데, 어른들의 반대와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며 유명한 웹소설 작가로 거듭난다.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뎠냐는 나우는 말에 성진은 이렇게 말한다.


“견디기는 뭘 견뎌. 그냥 산 거고, 그냥 쓴 거야…(중략)…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 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상처와 훈장은 구분할 수 없다. 내가 겪은 수많은 상처가 내 삶의 훈장이기도 하다. 나무에 있는 수많은 옹이가 나무에게 일어났던 생채기임을 생각하면, 삶의 모든 고난과 상처는 영광이고 훈장이다. 그저 ‘살아낸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설프게 살아가는 어린 어른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책이다. 부끄러운 과거, 아팠던 기억이 우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갈 것임을 알려주고, 우리가 살아내는 일 모두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힘들었던 과거의 나 자신과 화해하는 장을 만들어 준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바꾸기보다, 나우 자신이 가장 큰 위로를 받는다. 이미 일어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위로받을 수 있다. 어설펐던 수많은 과거와 지금의 위안을 재료로, 스스로 바텐더가 되어 ‘셰이커’에 담아 섞어내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이다.


영어덜트를 위한 소설이다. 어렵지 않고 흥미로우며, 그러면서도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리라 생각한다.


중학생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4.05.15

*이 글은 래빗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은 소감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셰이커

#이희영

#래빗홀

#청소년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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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밀 레시피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6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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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밀 레시피>(부연정/자음과모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롤러코스터 타듯이 이 책을 평가할 것이다. 그러니 쉽게 단정짓지 말고, 작가의 손을 잡고 데몬의 식당을 찬찬히 걸어가길 바란다.


1.기대만발

부연정 작가의 책이다. <소리를 삼킨 소년>으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풀어낸 작가다. 이 이름 하나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도저히 알 수 없는 태의의 마음을 풀어낸 작가라면, <악의 비밀 레시피>에서는 또 누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까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2.식상하고 아쉬움

만년 오등인 수영 선수 세현이, 수영을 포기할까 마음먹고 길을 걷던 중, 우연히(!) 발견한 낯선 가게에 들어간다. 주인장의 이름은 ‘데몬’인데 그의 집사 까마귀 ‘파주주’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세현이 먹고 싶은 그 어떤 음식도 요리해주는데, 아직 너무나 서툴고 어디 족보에도 없는 요리를 내오지만, 그 맛은 또 기가막히다. 그러면서 데몬이 안내하는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 세현은 부끄러운 자기 내면과 마주한다.


50여쪽을 읽었을 때, 너무나 큰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런 류의 책은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장소가 가진 특징을 활용하고, 그곳에 독특한 인물이 있으며, 그가 제시하는 사항에 따라 대상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뻔한 스토리 말이다. <악마의 비밀 레시피>는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 예상은 빗나간다.


3.역시


가게를 지나는 뜬금없는 인물들을 다루는 여러 책과 달리,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인물은 네 친구다. 세현, 지영, 소민, 민준인데, 그 중 소민을 제외하고 세 사람의 좌절과 우울을 다룬다.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모티브인데,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가보지 못한 길을 안내한다.


만년 오등이었던 세현이, 자신의 실력에 좌절하고 꿈을 포기할까 생각하는데, 데몬의 요리를 통해 본 환상을 통해, 진짜 실력은 포기하지 않는 능력임을 깨닫는다. 그것을 알게 하는 과정이 지나치리만큼 작위적이지만, 그게 또 재미가 있다. 이런 형식은 계속 나오는데, 세현과 소민 사이에서 자신이 따돌려지는 것 같은 지영은, 그 우울감을 안고 데몬의 식당에 들어간다. 데몬이 보여준 환상 속에서, 지영은 자신이 가졌던 우울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의 소심한 마음과 조심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우울감에서 벗어난다. 어릴 적 아빠가 돌아가신 민준은, 재혼하면 어떨까 하는 엄마의 질문에 화를 내고 반항한다. 자신이 혼자 내던져질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힘들어 하는데, 데몬의 김밥을 먹으며, 그가 보여준 환상을 통해, 자신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데몬이 손님들이 원하는 그 어떤 요리라도 해주는데, 그게 어딘가 좀 어설프고 이상한 데가 있다. 그런데 또 너무나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환상으로 안내하는데, 그가 안내한 환상이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다. 지금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를 살짝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변화를 촉구한다. 미래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현재를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알고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조금 수월할 테니 말이다.


4.총평

한동안 우울감에 힘들었다. 과중한 업무와 압박감, 그리고 변하지 않는 루틴에서 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있었는데, 그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모두 겪어야 할 일이다. 이것은 시대를 살이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인간은 죽을 때까지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손님은 끊임없이 생길 거예요.”


데몬이 엄마 아자젤에게 하는 이 말은, 우리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려준다. 사피엔스가 정착하면서 얻은 시간의 확장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게 했고, 예측이 어려운 미래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왔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은 현실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때로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작가의 따뜻한 위로가 데몬의 비밀 레시피로 전해진다. 나아지지 않는 노력 앞에서, 고민되는 친구 관계 앞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찾아오는 어려움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악마의 비밀 레시피>가 여기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가진 가장 최고의 재능은 ‘포기하지 않는 힘’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모든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05.06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악마의비밀레시피

#부연정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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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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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아사이 료 / 민경욱 역 / 리드비)


“안 본 눈 삽니다.”

온라인에서 유행하던 말이다. 그걸 보지 않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인데, 어차피 그럴 수도 없지만,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그걸 다시 볼 수밖에 없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을 자 누가 있는가.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정욕>을 읽으며, 이 말이 실감났다. 타인과 행동, 질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알았던 모든 세계가 뒤틀리기 시작한다. <사피엔스>를 읽고 느꼈던 지적인 충격이, 문학적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은 지 1주일쯤 지났지만, 서평을 쓰지 못하고 한참 걸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욕>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엔 쉽게 이해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두 번째 읽고 나서야 책 속 한가운데에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 뻔하다. 그러기에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며 문제작이 될 것도 자명하다. 내가 알고 있던 질서가 붕괴하고, 질서 밖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수와 소수,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무거운 돌로 우리를 묶어두는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하자면 “내가 알고 있던 질서의 붕괴”다.

이 책에서 핵심적인 인물은 사사키 요시미치, 모로하시 다이야, 기류 나쓰키, 고바세 정도지만, 이들을 파헤치고 알아가는 인물인 데라이 히로키, 간베 야에코, 기류 나쓰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데라이 히로키는 직업이 검사인데, 또래 유튜버의 영향을 받아 학교를 거부하는 초등생 아들 다이키 때문에 걱정이 많다. 다이키는 유튜버로 활동하겠다며 또래 친구와 영상을 찍고 올리며, 시청자들의 요구에 응한다. 히로키는 사회의 주류로 살지 못하는 아들에 대해 걱정이 크지만, 아내 유미는 이해하려 노력한다.


간베 아예코는 학교에서 열리는 축제 다이버시티를 계획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룹 ‘스페이드’의 ‘모로하시 다이야’를 알게 된다. 잘생긴 그에게 호감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아예코에게는,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히키코모리가 된 오빠가 있는데, 오빠가 여고생 영상을 본 것을 알게 된 후로 오빠를 멀리하고 역겨워하며 방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백화점 침구 코너에서 일하는 기류 나쓰키는 우연히 학교 동창을 만나, 동창회에 가면서 예전 서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사키 요시미치를 만난다. 그와 사랑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둘을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부부가 아닌 연대의 의미이자 사회적 울타리 안에 들기 위해서다.


다이키의 유튜브가 갑자기 정지되고 댓글이 차단된다. 시청자들이 올리는 요청사항을 재미있게 해내는 아이들이 기특한데 이런 일이 벌어져 의아한 히로키는, 후배 검사를 통해서 댓글과 요청사항에 있는 의미를 알고 놀란다. 한편 아예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다이야가 여느 남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여성에 대한 호감이 없고, 잘생긴 외모에 멋진 몸매이지만 남에게 그 모습을 보이기 꺼려하는 것이다. 또한 나쓰키는 사사키와 지내면서,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과 연대하기로 한다.


여기까지 적당한 내용을 말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기 때문인데, 이 책의 인물들이 가진 성적 지향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지향이 아니라, 그들의 지향점이 분출되는 물줄기, 물풍선이 폭발하는 모습,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지향이 이미 책의 초반에 기사화되어 등장하는데, 주택가 공원에서 모여든 아이들에게 다양한 도구를 주고 놀아주는 자원봉사자들 그룹인 ‘파티’가 사실은 아동성애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물대포와 물풍선으로 놀아주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좋은 청년들인데, 그 이면에는 물에 젖은 아이들 사진과 영상을 소장하려는 목적이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역겹고 추악해 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입장을 이해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야기의 흐름상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도 마냥 평범하지만은 않다. 오빠의 성적 취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반감을 가진 아예코는 스페이드 그룹의 남성들의 젖은 셔츠를 입고 상반신이 훤히 비치는 모습의 사진을 계속 찾아본다. 나쓰키의 백화점 동료는 자신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히로키 역시 아내의 눈물에 묘한 감정이 생긴다. 그 외에도 구토, 삼킴, 석화와 동결, 부풀리기, 묶기, 유혈, 진공 등 수많은 지향이 나오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지향은 과연 올바른가, 올바른 욕망(正欲)인가 생각한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다면,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지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생식에 관여하는 지향만을 정상으로 취급하는 사회에서, 그 지점을 벗어난 욕망은 그릇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그것이 사회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한, 그들의 지향을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애초부터 아무도 판단할 수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탐구하는 방향. 언제나 누구 든 누군가의 '성적인 것' 속에서 살아간다는 전제 아래 나아가는 방향.”(320)


하지만 위의 내용처럼, 내가 누군가의 지향점이 된다면, 그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다이키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수영복을 입고 물풍선 놀이를 하며, 전기고문 벌칙을 하는, 그저 아이들의 놀이가 누군가에게는 성적지향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모순이 드러난다. 우리가 가진 욕망, 지향은 정욕이지만, 우리와 다른 남들이 지닌 욕망은 오욕일까? 아예코는 여고생을 좋아하는 오빠의 취향에 혐오를 품으면서도, 스페이드 남자들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사진이 올라오길 기다린다. 이 부분을 읽으며 무엇이 정욕이고 오욕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상상의 질서를 통해 사회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사회 질서와 도덕, 윤리와 규범, 법 모두가 상상의 질서이며, 우리는 그것을 옳다고 ‘믿음’으로써 상상의 질서는 실재가 된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성을 억압할 수밖에 없고 체계와 틀, 질서 안에 사람의 취향을 욱여넣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처럼 개인 간의 다양성과 이만큼의 통신이 가능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자신이 가진 그 지향이 우주에서 유일한, 독특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고, 그 자체를 죄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가 구축되면서, 독특하고 유일한 이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게다가 다양성이 존중받으며, 그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양지로 올라오며, 그것이 유일하지 않으며, 어쩌면 인구수만큼의 지향이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상상의 질서는 깨기 힘들고, 가상의 실재도 분명 실재이기에, 우리는 다른 지향을 거부할 것이 뻔하고, 그렇기에 이 책은 논란이 될 것이 자명하다. 혹평이 이어질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논쟁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지향이 ‘정욕’인 것은 우리가 그저 다수이고 주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자신의 정욕에 안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오욕을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길 바란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은 이 세상에 없다. 게다가 우리가 다른 지향을 거부하든 거부하지 않든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저쪽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에서 오는 우월감일 뿐이다. 방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읽은 후,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유튜브, SNS에서 늘보는 시청자의 요구, 라이브 방송에서의 기부와 요청사항을, 이제는 웃고 보기 힘들 것 같다. 평범한 요구 안에 누군가의 욕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어쩌면 이미 그런 세상에서 살아왔을 테지만, 그 세상을 인지한 후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상상의 질서를 깨닫고 나가고자 해도, 우리는 늘 그 질서 안에 있는 것처럼,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사라졌다.


이 책을 읽은 후유증이 한동안 클 것 같다.


이 책을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이 우리가 가진 편견을 깨부수고, 알고 있던 세상의 틀을 바꾸며, 오만함을 깨뜨리리라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은, 소양이 깊은 어른들에게 추천한다.


2024.04.20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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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무너지다 - 1990년대 생생 현대사 동화
이혜령 지음, 양양 그림 / 별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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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무너지다>(이혜령 글 / 양양 그림 / 별숲)


출판사 ‘별숲’에서 현대사를 다룬 동화가 속속 나오는 중이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굵직한 역사를 생생하게 그려내는데, 역사가 그저 배경이 아니라 역사와 사건 그 자체를 다루는 작품이라 무척 반갑다. 어른들에게야 생생한 경험이자 ‘기억’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역사’일 때가 많기에, 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굵직한 근현대사를 다룬 좋은 작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별숲에서 보내주신 <1995, 무너지다>는 제목과 표지에서 드러나듯,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다. 사회와 역사 과목에서 배우는 단편적인 역사가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숨쉬며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찬연한 작품이다.



서태지와 듀스를 좋아하는 도하와 정우, 빵 만들기를 계획하는 윤아와 효은이가 이 책의 주요 인물이다. 도하는 형과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윤아의 엄마가 직원으로 일하는 백화점을 찾는다. 윤아는 효은에게 삐삐를 받고 백화점을 떠나지만, 도하와 형, 윤아의 엄마는 백화점 붕괴 사고로 인해 매몰된다. 바깥쪽에 있었던 도하는 보이는 빛을 따라 기가 겨우 구조되지만, 따로 내려오던 도하의 형 도현과 윤아 엄마의 생사는 알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붕괴 장소에 매몰되었고, 구조가 시작되지만 더딜 뿐이다.

소방관인 정우 아빠는 구조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하고, 눈 앞에서 죽어가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도하의 형 도현과 윤아 엄마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데,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캠프에서 가족들은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한편 백화점 붕괴 사고의 원인이 밝혀지며 사람들은 분노하는데, 드디어 생존자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매몰자, 사망자와 생존자에 관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백화점이 붕괴하기 전, 전조증상이 있었지만 영업을 강행한 문제와 불법 개증축, 그리고 뇌물을 받고 뒤를 봐준 공무원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결과에 가려진, 그 문제의 본질을 놓칠 때가 많다. 그곳은 수백 명이 일하던 삶의 터전이었고, 그곳에서 숨진 이들은 누군가의 가족이자 친구였으며, 이 사건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말하자면, <1995, 무너지다>는 단순한 역사적 픽션을 넘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근현대사의 아픔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전달하는 아동 문학의 업적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삶과 연결지으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 불러일으킨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역사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이는 단순히 사건의 표면적인 면모만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통과 희생, 그리고 용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통해, 당시의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며, 역사를 통한 교훈과 반성, 그리고 치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겪었던 현대사의 아픈 사건들을, 단순한 과거의 기록으로 치부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별숲 출판사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일이며,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서, 역사를 기억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장담한다.


이 책은 어른들의 기억 속 단편으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실을, 동화적 허구와 절묘하게 결합하여, 아이들이 역사를 더욱 생동감 있게 느끼도록 만든다. 이는 어린이들에게 과거의 중요한 사건들을 이해하고, 그것들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995, 무너지다>는 우리 모두가 배우고,, 기념하며,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잘 펼쳐 보여주는,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작품이다.


초등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2024. 04. 14


*본 서평은 별빛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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