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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비밀 레시피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6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평점 :

<악마의 비밀 레시피>(부연정/자음과모음)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롤러코스터 타듯이 이 책을 평가할 것이다. 그러니 쉽게 단정짓지 말고, 작가의 손을 잡고 데몬의 식당을 찬찬히 걸어가길 바란다.
1.기대만발
부연정 작가의 책이다. <소리를 삼킨 소년>으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을 깊이 있게 풀어낸 작가다. 이 이름 하나만으로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인해, 도저히 알 수 없는 태의의 마음을 풀어낸 작가라면, <악의 비밀 레시피>에서는 또 누구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까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2.식상하고 아쉬움
만년 오등인 수영 선수 세현이, 수영을 포기할까 마음먹고 길을 걷던 중, 우연히(!) 발견한 낯선 가게에 들어간다. 주인장의 이름은 ‘데몬’인데 그의 집사 까마귀 ‘파주주’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세현이 먹고 싶은 그 어떤 음식도 요리해주는데, 아직 너무나 서툴고 어디 족보에도 없는 요리를 내오지만, 그 맛은 또 기가막히다. 그러면서 데몬이 안내하는 환상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 세현은 부끄러운 자기 내면과 마주한다.
50여쪽을 읽었을 때, 너무나 큰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런 류의 책은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장소가 가진 특징을 활용하고, 그곳에 독특한 인물이 있으며, 그가 제시하는 사항에 따라 대상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뻔한 스토리 말이다. <악마의 비밀 레시피>는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이 예상은 빗나간다.
3.역시
가게를 지나는 뜬금없는 인물들을 다루는 여러 책과 달리,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인물은 네 친구다. 세현, 지영, 소민, 민준인데, 그 중 소민을 제외하고 세 사람의 좌절과 우울을 다룬다. 인간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이 이 책의 가장 큰 모티브인데,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가보지 못한 길을 안내한다.
만년 오등이었던 세현이, 자신의 실력에 좌절하고 꿈을 포기할까 생각하는데, 데몬의 요리를 통해 본 환상을 통해, 진짜 실력은 포기하지 않는 능력임을 깨닫는다. 그것을 알게 하는 과정이 지나치리만큼 작위적이지만, 그게 또 재미가 있다. 이런 형식은 계속 나오는데, 세현과 소민 사이에서 자신이 따돌려지는 것 같은 지영은, 그 우울감을 안고 데몬의 식당에 들어간다. 데몬이 보여준 환상 속에서, 지영은 자신이 가졌던 우울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의 소심한 마음과 조심성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우울감에서 벗어난다. 어릴 적 아빠가 돌아가신 민준은, 재혼하면 어떨까 하는 엄마의 질문에 화를 내고 반항한다. 자신이 혼자 내던져질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힘들어 하는데, 데몬의 김밥을 먹으며, 그가 보여준 환상을 통해, 자신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데몬이 손님들이 원하는 그 어떤 요리라도 해주는데, 그게 어딘가 좀 어설프고 이상한 데가 있다. 그런데 또 너무나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환상으로 안내하는데, 그가 안내한 환상이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다. 지금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가올 미래를 살짝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변화를 촉구한다. 미래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현재를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준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알고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가 조금 수월할 테니 말이다.
4.총평
한동안 우울감에 힘들었다. 과중한 업무와 압박감, 그리고 변하지 않는 루틴에서 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있었는데, 그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모두 겪어야 할 일이다. 이것은 시대를 살이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인간은 죽을 때까지 부정적인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손님은 끊임없이 생길 거예요.”
데몬이 엄마 아자젤에게 하는 이 말은, 우리가 부정적 감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알려준다. 사피엔스가 정착하면서 얻은 시간의 확장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게 했고, 예측이 어려운 미래는 부정적인 감정을 가져왔다. 그런데 부정적인 감정은 현실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살아갈 힘을 제공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때로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작가의 따뜻한 위로가 데몬의 비밀 레시피로 전해진다. 나아지지 않는 노력 앞에서, 고민되는 친구 관계 앞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찾아오는 어려움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악마의 비밀 레시피>가 여기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가진 가장 최고의 재능은 ‘포기하지 않는 힘’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모든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05.06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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