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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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로이스 로리/김나은 역/비룡소)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다. 작가 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빈데비 소녀’로 불리는 미라의 이야기다. 실제 1952년 독일 빈데비 늪지에서 발견되어 ‘빈데비 소녀’라는 애칭이 붙은 이 미라는,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당시 주변 지역의 게르만 전통에 따라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거나 형벌이나 폭력으로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몸에 외상이 없었다. 작은 끈으로 눈을 감싸고, 얌전히 죽어 있는 소녀는 서기 1세기 경 소녀로 밝혀지고, 작가는 이 소녀의 이름을 ‘에스트릴트’로 짓고,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이야기를 쓴다는 점에서 작가는 난감해한다.


게르만 족의 전통에 따라 남자 아이들은 전사로, 여자 아이들은 부인으로 자라는데, 가죽 세공사의 딸 에스트릴트는 그 전통을 거부하고자 한다. 유일한 남사친인 ‘파리크’에게서 전사 훈련과 머리 매듭을 배우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새봄 의식에서 남자 아이들처럼 전사로서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고자 한다. 에스트릴트는 당시 사회의 관습을 깰 수 있을까?


작가는 빈데비 소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당황한다. 그것은 새로운 과학기술로 빈데비 소녀를 검사한 결과, 미라가 ‘소년’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왜소하고 영양 섭취가 부실한 채 외상이 아닌 자연사한 것으로 보이고, 눈을 가린 띠도 머리끈으로 밝혀진다. 작가는 에스트릴트가 살아서 다행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년 ‘파리크’다. 어머니는 파리크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파리크는 대장장이 밑에서 일하며 헛간에서 살아가지만, 파리크는 동물의 생태와 구조, 뼈에 관심이 많다. 에스트릴트와 만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낯선 노인과 부엉이에 대해서 나누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서리가 내려앉은 어느 날 대장장이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데, 파리크는 뼈 구조에 관한 지식으로 대장장이를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파리크는 폐렴에 걸리고 마는데.


작가는 두 아이가 시대를 앞선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은 선구자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였다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꿈을 좇아가는 행복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 시대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두 아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두 이야기에서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죽었지만 살았고,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작가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형식의 책은 처음이다.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책의 차례도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교차하는는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나의 미라에 두 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을 함께 엮는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작가의 손끝 마리오네뜨가 아니라, 작가의 손 위에서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방패를 들고 매서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에스트릴트가 보인다. 슈에비아 매듭으로 머리를 묶어 적을 노려보는 에스트릴트를 보면서, 관습을 거부하며 주어진 삶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한 고독단신의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경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파리크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파리크가 현재를 살았다면 그 호기심을 한껏 꽃 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시대와 환경이 그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이 겹친다. 그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잃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반면, 에스트릴트의 강인함은 차가운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더욱 단단해져 갔다. 이 둘은 상반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려 했다.


로이스 로리의 이야기는 늘 깊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10.09


*출판사 비룡소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최초의아이

#비룡소

#로이스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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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유전자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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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유전자>(김혜정/라임) 


<인 타임>이란 영화가 있다. 왼쪽 팔에 자신의 생존 시간이 디지털로 나오는데, 시간이 다 되면 죽는다. 일하고 받는 일당도 시간이며, 모든 걸 시간으로 거래한다. 시간이 가진 의미를 풀어내기에 참 좋은 영화라서 아이들과 꼭 보는 편이다. 최근 본 <패러다이스>라는 영화도 다른 사람의 수명을 구입할 수도, 자신의 수명을 팔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자신의 수명, 시간을 판다는 익숙한 설정의 어린이 동화가 나왔다. 바로 김혜정 작가의 <시간유전자>다.


10월에 나올 예정인 이 책을, 라임에서 보내주신 가제본으로 읽었다. 김혜정 작가의 최근 작품은 삶, 시간과 관련이 깊은 듯하다. (오백 년째 열다섯,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초등 중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시간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배경이 함의하는 바가 컸다.


“시간을 사고팔 수 있는 미래, 그 속에서 찾아낸 놀라운 비밀”


이 책 속의 사회에서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다. 부자들은 시간 유전자의 길이를 조절하여 노화 속도를 늦추고,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

주인공 지후는 과학이 발달한 사회의 압박을 느끼며 자라는 초등학생이다. 어릴 적 초록색 몸으로 태어난 지후는 수술로 치료받았는데, 가난한 부모님은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 후로도 시간유전자를 팔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한다. 엄마는 시간관리사로 일하며,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다며 가족들을 압박한다. 남들에게 팔아버린 시간만큼 더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시간을 3년쯤 팔아 꽤 유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젊어 보이기 위해 운동하고 관리하며, 1년을 2년처럼 알차게 쓴다. 전자기기 수리점을 하는 지후 아빠는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데, 지후 엄마 눈치에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엄마는 지후가 영재 학교에 입학하여 타임 스토어 연구소에 들어가길 바란다. 지금이나 미래나 자녀의 교육과 시간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다름이 없다. 


지후는 아빠 가게에서 일하는 세랑 누나에게 관심이 많은데, 세랑은 부모를 잃고 사고로 인해 D바이러스에 걸려 기억을 잃었다. 미스터 유라는 인물은 타임 스토어의 창립자 중 한 명인데, 기억을 잃은 세랑을 돕고 보육원에서 지내게 하며, 지후 아빠의 가게로 일자리를 알선하기도 했다.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후는 자신도 얼른 성인이 되어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누나와 비슷한 나이가 되길 바란다. 그런 중에 시간을 불법 거래하는 곳이 알려지고, 누나의 기억을 되찾는데, 되찾은 기억에서 세랑은 자신이 누구이며, 아빠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세랑과 지후는 혼란스러워하며, 타임 스토어가 숨긴 진실에 다가선다.

—---


아직 출간된 책이 아니거니와 뒷부분을 말하면 중요한 내용을 누설하기에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금세 빠져들어 독서의 재미를 느낄 만한 책이다. 지후가 좋아하는 세랑 누나의 진실을 알게 되며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타임 스토어의 진실과 문제를 파헤치는 이모를 통해, 시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지후 아빠가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안 하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은 자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우리에겐 필요한데,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푹 빠져들 만하다. 써도써도 늘 부족한 시간이, 어릴 적에는 어찌나 느리게 갔던가.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지루했던 시간. 그 시간을 팔아서 부자가 된다면 괜찮은 일 아닐까? 하지만 시간 유전자를 팔면 딱 그만큼의 노화가 진행되니, 1년을 팔았다면 또래 친구들보다 1살 더 먹는 셈이고, 외모도 그렇게 되니 썩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비판하더라도, 실제로 시간은 그저 흐름이 아니라 재산이다. 우리는 나의 노력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며, 다른 사람의 시간에 돈을 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시간의 소중함만이 아니라 자기 삶과 시간의 주인이 되기 바란다. 시간유전자를 이용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지후의 모험을 통해 마주한 진실과 감동,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아이들 각자의 다른 생각을 나누며, 시간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2024.09.17


*이 책은 ‘라임’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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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 - 아동 학대가 멈추는 그 날까지
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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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안도 사토시 지음 / 강물결 옮김 / 다봄)


우연히 이 책의 일본어판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아동 학대 이야기인데, 마치 수사물과 같은 분위기라 하기에,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기에 쾌재를 불렀다. 다 읽고 나니, 이 좋은 책에 홍보가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아동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 이야기로, 아동 상담소의 사회복지사와 상담사들이 겪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다. 제 3자인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사건의 잔혹성에 몰입하거나 아동의 피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지만, 이 책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데, 주변 인물, 특히 아동 상담소 직원들의 입장에서 다룬다. 그래서 아동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마치 추리 수사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은 잠복하고 피의자(학대하는 주변 어른들)과 부딪치며(방검복을 입고 나서기도 한다), 추리 과정을 통해 (부모와 주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살펴) 피해 아동을 찾아내고 심지어 시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피해 아동의 보호와 심리, 아울러 재판 과정과 입소 및 위탁 가정에 이르기까지 아동 복지와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일로 따지자면, 아동 학대에 대해서만큼은 경찰이 하는 일보다 더 넓은 범주를 다룬다.


첫 번째 사건은 초등학교에서 도는 소문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밤 열한 시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상담소 직원들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어린 아이가 들어간다는 주민의 신고와 겹치면서, 상담소 직원들은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학교를 보내지 않는 부모다. 집에 사람은 분명 있는데 인기척이 없고, 집주인이 부인이 뚱뚱했다고 한 말을 통해 직원들은 갓 태어난 아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담소 직원들은 증거를 중심으로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거주인인 가와우에 씨 집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집은 쓰레기집인데, 진드기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아이와 갓 태어난 아기가 살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너무나도 따뜻한 결말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내가 이맛에 세금을 내지 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사건은 아이 엄마가 아기를 낳은 지 세 달이 되었는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보건소의 조사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집을 방문한 상담사들이 엄청난 진실과 마주한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통해 엄마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바를 추정하고, 이를 통해, 집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찾아낸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포와로 같은데, 소파에 앉아 모든 것을 파악해버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저미도록 아픈 진실과 마주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요코의 사건이다. 요코와 친구가 상담소에 전화하는데, 여직원과만 얘기하겠다는 요코의 말에 이상을 감지한 직원들은 곧바로 출동하고 상담하며, 요코가 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피해 아동의 72시간 내 검체 채취부터 아동 심리 보호, 피의자와의 격리, 심리 및 지능 검사, 보호소와 위탁 가정, 재판과정과 부모 상담까지, 성폭력 사건의 ABC를 볼 수 있다. 노련한 아동 보호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었으면, 혹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경찰과 병원, 학교와 가족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적절성을 파악하여 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무척 대단하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아동 학대와 장애인 학대, 성폭력 관련 강의를 매년 이수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강의가 별로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강의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우리의 잘못된 도움이 아동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튼 집에 있는 게 무섭고 괴로워서…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무서워도 내 엄마는 그 사람으로 정해져 있고, 돌아갈 곳이 그 집밖에 없으니까… 애들은 선택지가 없는걸요.”(200)


이 책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면서도 슬픈 말이다. 요코는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돌아갈 곳은 계부와 친모가 있는 집뿐이다. 게다가 엄마는 모든 잘못을 요코에게 돌리고, 계부는 모든 걸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모든 화살을 요코에게 돌린다. 힘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까지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동 상담소 직원들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일본은 우리를 앞선다. 불행하게도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아동 학대 역시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는 우리가 겪고, 혹은 겪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보는 내내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 현재 일본의 아동 상담소 역할은 이 책에서 상담사들이 하는 역할과 달라졌다고 한다. 학대받는 아동을 조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국가가 하도록 했기에, 상담소는 학대 인지 이후의 아동의 생활과 복지를 전담하게 되었다. 그러니 추리와 수사물인 이 이야기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예전 상담소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동을 생각하는 마음과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 어른들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과정은 복잡해졌지만,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줄고, 이후의 생활로의 연계가 매끄러워졌으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피해 아동에 관한 접근과 우리의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 줄 만한 책이다.


2024.09.15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달려라아동상담소빛을 향하여 #아동학대 #도서추천 #다봄 #다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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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7 - 세종 대왕이 우리말 랩을 한다고? 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7
양화당 지음, 권송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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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7](양화당 글 / 권송이 그림 / 웅진주니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글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한 나라의 모든 국민이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문자는 한글뿐이다. 한글의 우수성은 문자를 사용하는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바다. 이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정작 우리말에 대해서 자세히 가르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물론이거니와 한글의 유래와 발음, 어원, 사투리, 그리고 외래어와 신조어까지 다루다 보면, ‘한글이 쉽다는 건 다 거짓말 아니냐’는 아이들의 투정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말의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추천하곤 하는데, 이번에 읽은 <세종 대왕이 우리말 랩을 한다고?>가 그에 적합했다.


이 책은 ‘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시리즈의 일곱 번째 도서다. K탐정 시리즈는 대한민국의 특징을 다채롭게 다루는 도서인데, 이번 책은 우리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리말의 기본부터 탄탄하게 알려준다.


‘국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국어를 쓰지만, 이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어란 한 나라의 국민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며, 우리나라의 국어는 한국어다. 그러므로 국어는 한국어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말과 글 모두가 포함된다. 책은 여러 나라의 국어를 소개하면서, 국어가 하나가 아닌 스위스와 공식적으로 국어를 정하지 않은 미국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깨알 같은 소중한 지식을 얻는 기회다.


또한 뜻글자인 한자와 달리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는 소리글자인 한글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세종대왕이 어떤 것을 본떠 한글을 만들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말의 여러 어원을 예로 들며 그 뿌리를 탐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돌팔이’의 뜻은 나도 처음 알게 되어 놀라웠다. 돌팔이는 ‘돌’(돈다는 의미)과 ‘바리’(무당이라는 뜻)가 합쳐진 말로, 이 마을 저 마을로 돌아다니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무당을 뜻한다.


그리고 사투리에 대한 단원은 무척 흥미롭다. 표준어와 달리 지역마다 다른 언어의 특징을 소개하면서, 사투리도 가치 있는 우리말이며 지켜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는 ‘부추전’을 여러 사투리로 설명하는데, 같은 음식을 두고도 지역마다 그 특색이 다른 점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높임말 사용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언어의 특징을 보여준다. ‘얼음’이라는 단어가 많은 이누이트족의 언어, 무지개를 ‘레인보우 식스’라고 표현하는 문화, 남녀에 따라 말이 다른 일본의 언어 문화를 배우는 점도 인상 깊다.


마지막으로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에 대해 다루며, 우리말을 보존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가르쳐 준다. 책 전반에 걸쳐 ‘나세종’ 가족이 우리말 노래자랑을 준비하는 과정과 난관이 등장할 때마다 활약하는 K탐정의 이야기가 더해져 책의 재미를 높인다.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다.


곧 한글날이 다가온다. 초등학생들이 알아야 할 한글의 모든 것을 담은 도서로,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말의 특징을 만화와 그림, 여러 설명을 통해 쉽게 풀어내어 가볍게 볼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깊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훌륭한 책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2024.09.10


*이 서평은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K탐정 #척척척대한민국 #웅진주니어 #세종대왕이우리말랩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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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 죽집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3
우신영 지음, 서영 그림 / 비룡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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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다정 죽집>(우신영/비룡소)


청양고추처럼 맵싸리한 이야기도 있지만, 된장찌개처럼 구수한 동화도 있다. 그런데 뭉근하고 슴슴하지만, 참 따뜻한 동화가 있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신 팥죽처럼 말이다. 그 슴슴한 맛은 질리지 않고, 때가 되면 그리워진다. <언제나 다정 죽집>이 바로 그런 이야기다. 뜨끈한 팥죽 같은 이 책을 어서들 함께 읽어 보자. 혼자 먹기보단 넉넉히 나눠먹어야 하는 팥죽처럼, 여럿이 함께 나눠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


2024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10대에서 20대까지 포함해서, 어릴 적 황금도깨비상 작품을 읽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일곱 번째 노란 벤치>, <담을 넘은 아이>, <으랏차차 뚱보클럽>, <빨강 연필>, <나는 뻐꾸기다>, <내 생각은 누가 해줘>, 그리고 <건방진 도도군> 등, 정말 뺄 것이 없이 좋은 책으로만 가득차 있다. 이제 이 목록에 <언제나 다정 죽집>이 추가될 때다.


<언제나 다정 죽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다정 죽집’ 이야기다. 평생 팥죽을 만들며 살아온 노부부가 있다. 아플 때, 기운이 없을 때, 든든한 한끼가 필요할 때, 붓기를 뺄 때, 입맛이 없을 때, 그리고 동짓날, 아픔을 어루만지고 정을 나누며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을 가득 담은, 정직한 팥죽만을 만들며 평생을 살아오며, 세 딸을 키운 노부부.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겨우 기운을 차리고 팥죽을 만들지만, 손님은 예전 같지가 않다. 마라탕후루처럼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슴슴한 팥죽을 더이상 찾지 않고, 다정 죽집 건물 주인도, 다른 죽집 주인이 이 곳에 가게를 열기로 했다고, 동짓날까지만 운영하고 가게를 비워달라고 한다. 아쉽지만, 할머니는 가게를 정리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생전에 할아버지가 구해줬던 고양이 팥냥이가 다정 죽집 부엌의 도구들에게 꾹꾹이를 한 후로, 부엌 친구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죽집이 사라지면 부엌 친구들도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해 고민한다. 그때 팥냥이가 ‘고양이 빵’ 레시피를 가져오고, 부엌 친구들은 힘을 모아 레시피대로 고양이 빵을 만든다.


과연, 부엌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든 ‘고양이 빵’은 위기에 처한 다정 죽집을 구할 수 있을까?


얇은 어린이 도서에 작가가 정말 많은 걸 담았다. 사라져가는 옛 음식문화와 도구, 재료 본연의 맛,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위로하는 음식,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는 주인의 자세, 이웃 간의 따뜻한 배려와 친절, 작은 생명도 가벼이 다루지 않는 따뜻한 마음, 함께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모습, 무엇보다 늙어가고 낡아가는 것을 다정하게 바라모며, 대안을 모색하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이 모든 걸 작품에 녹아내었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마음을 두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고민케 한다.


다정 죽집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다정 죽집의 오래된 부엌 친구들인 가마솥과 홍두께, 주걱과 사발 모두 오래되어 낡고 해진 도구들이다. 게다가 팥죽은 어떤가? 팥죽은 수많은 새로운 음식과 디저트에 밀려, 겨우 동짓날에 맛만 보는, 그마저도 아이들은 찾지 않는 전통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새롭고 독특하며 자극적인 문화 앞에 저 구석으로 밀려났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에게 돌봄이, 다정함이 필요함을 따뜻하게 나타내며, 공생, 상생의 대안을 보여준다. 온고지신의 지혜가 무엇인지 적확하게 짚어준다.


"입에 쩍쩍 붙는 맛을 내려면 뭔 짓을 못 해. 하지만 몸을 추스르자고 먹는 죽에다가 차마 그런 것들을 들이부을 수야 없지."(75)


마라탕, 탕후루에서부터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 주스와 에이드, 스무디에 이르기까지, 입맛을 자극하고 사로잡는 음식 앞에, 담백하고 순한 우리 음식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순하고 은은한 향과 맛, 부드럽고 고요하면서 수수한 우리 음식, 담담한 마음으로 정갈하게 놓여진 음식이 풍기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언젠가 낡은 것은 새것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겠지만, 그것이 낡은 것의 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낡은 자리에 새것과 낡은 것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순환하는 과정, 낡은 것과 새것이 서로를 돌보며 순환하는 그 다정함이 필요하다.


표현하기 어려운 이 감정과 방법을, 아름답고 깊이 있는 동화로 풀어낸 <언제나 다정 죽집>. 초등 중학년에게 추천하지만, 저학년과 고학년이 고루 읽을 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2024.09.07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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